아픈 역사(歷史)와 교육의 장, 공존(共存)

강원도 지역 자연휴양림

2014-09-30     김보연 기자

가슴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완연한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이 어디론가 떠나라고 유혹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바람을 벗 삼아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번엔 강원도 지역 자연휴양림은 어떨까. 넒은 바다의 비경(秘境)과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동시에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강원도가 우리를 부른다.

동해의 풍광을 품은 임해 자연휴양림

 
영동지방의 대표 도시인 ‘강릉’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관문인 대관령, 관동팔경으로 유명한 경포대,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초여름의 단오제가 있다. 더불어 우리 겨레의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꼽히는 신사임당,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의 사연 깊은 오죽헌, 조선 신분사회의 모순을 비판한「홍길동전」의 문장가 허균, 비록 요절했으나 중국에까지 필명을 떨쳤던 여류시인 허난설헌, 그리고 파도에 기찻길이 묻혀버릴 듯한 간이역 정동진까지…….
이 영동선 정동진역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안인항의 대포동은 1996년 9월 18일 새벽, 북한의 무장공비들이 잠수정을 타고 침투한 바로 그 해안이다. 당시 대포동에서 상륙해 도주하던 공비 26명 중 24명이 사살됐고, 1명은 생포, 1명은 행방불명으로 처리된 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 측도 군인과 민간인 17명이 죽고, 3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그 안인항 대포동 해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괘방산의 삼우봉 중턱에 위치한 임해 자연휴양림은 동해 조망이 빼어난 산속의 휴양 공간으로 꼽힌다.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을 계기로 조성된 통일공원을 오른쪽으로 끼고 오르면 통일안보전시관이 보인다. 이어 조금 가파른 콘크리트 포장길을 오르면 최근에 신축한 건물이라
 
안팎의 시설이 깨끗한 산림문화휴양관이 나온다. 휴양림은 산의 경사면을 깎아 만들어 도로의 경사는 조금 급한 편이고, 휴양림의 면적도 그다지 넓지 않다. 따라서 휴양림에서 즐길 부대시설들이 여느 휴양림들보단 적은 편이다. 그러나 푸른 바다와 산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점은 이 휴양림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동해 바다 조망은 전국에 산재한 여느 휴양림과 차별화라 할 수 있다. 바로 어디서든 바다가 보인다는 것이다. 바다를 향해 창을 낸 덕분에 항상 바다 풍광을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다. 또 임해 자연휴양림은 강릉을 포함한 동해안 여행 중 하룻밤 묵기에 좋은 곳이다. 정동진, 등명낙가사, 통일공원, 하슬라아트월드 등 주변의 명소를 해안 드라이브 삼아 돌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휴양림에서 일출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정동진까지 접근하는 데 5~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산길을 걸으며 감상하는 동해바다, 괘방산
임해 자연휴양림을 품고 있는 괘방산(掛榜山ㆍ339m)은 과거 시험과 깊은 관련이 있다. 풍수적으론 산줄기의 형세가 조선시대에 과거 급제자의 명단을 붙이던 방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도 강릉의 유생들이 과거에 급제하면 급제자와 그 부친의 이름을 쓴 커다란 두루마기를 이 산에 걸어 뒀다고 한다. 또 괘방산 아래의 등명낙가사에서 공부하던 유생들이 새벽에 이 산에 올라 과거급제를 기원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오고 있다. 이런 사연 때문인지 강릉 지역에선 과거에 급제한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괘방산의 대표적인 산길은 안인진~괘방산~정동진을 잇는 코스로 정상 높이가 339m밖에 되지 않고 산길도 부드러워 어린이도 무난하게 산행할 수 있다. 이 코스는 이름이 여럿이다. 아마도 괘방산처럼 산길 하나가

 
여러 이름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조금은 딱딱한 ‘안보체험 등산로’라는 명패가 제일 먼저 붙었다. 이는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연관이 있다. 또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잇는 동해안 트레일인 해파랑길의 36코스, 그리고「은비령」의 소설가 이순원 작가와 산악인 이기호 씨가 힘을 모아 엮은 강릉바우길의 8구간(산우에 바닷길)도 안보체험 등산로를 기본으로 하는 코스다. 이렇듯 여러 단체에서 앞다퉈 이 길을 다루면서 괘방산은 강릉의 대표적인 해안 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언덕으로 난 나무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정겨운 안인항 너머로 그림 같은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산길은 솔밭 사이로 이어진다. 진달래나무도 보인다. 좌측으론 푸른 바다가 모습을 내밀고, 우측으론 우람한 마루금을 보며 걷는다. 올라가며 이따금 돌아보면 바다가 점점 더 얼굴을 많이 내민다. 이렇게 바다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에 이마의 땀을 식히며 걷다 보면 목재로 바닥을 깔아놓은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이다. 조망이 좋다. 약간 급한 경사의 산길을 잠깐 내려서면 임도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임해 자연휴양림과 통일공원으로 이어진다. 임도를 건너 곧장 이어진 오솔길로 들어서면 평평한 돌조각이 깔린 너른 길이 나오고, 곧 작은 집채만 한 돌무더기를 만난다. 고려성지라고도 하는 괘방산성의 흔적이다. 돌무더기를 뒤로 하고 부드러운 길을 따르면 삼우봉 정상이다. 전망 좋은 바위가 있어 동해와 백두대간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여기에서도 임해 자연휴양림과 통일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중계탑을 지나 내리막길을 잠시 걸으면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만난다. 왼쪽은 신라 때 자장율사가 처음 자리를 잡았다는 등명낙가사 가는 길이다. 정면의 오솔길로 들어서서 휘파람 불며 걸으면 산길이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이는 지점에 널찍한 쉼터가 반긴다. 참나무 그늘 아래 나무의자도 설치해 놓아 잠시 땀을 식히기 좋다. 이어 잠시 산책로 같은 길을 걸으면 키 큰 소나무 아래 자리 잡은 자그마한 당집에 닿는다. 여기 당집 앞 사거리에서 등명해변, 정동진, 밤나무정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정면의 정동진 가는 길을 따른다. 이제 서둘 것 없어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된다. 솔밭길 지나 183고지에서 조각공원과 해안 절벽 위에 세워진 유람선 모양의 썬크루즈리조트를 보면, 어느 새 정동진역에 닿는다.

☞ 문의전화: 033-644-9483
☞ 명소: 통일공원
임해 자연휴양림 입구에 자리 잡은 통일공원은 분단 한국의 현실을 깨닫게 되는 안보 관광지다. 이 일대는 6ㆍ25전쟁 당시 북한군이 최초로 상륙한 해안이다. 또 1996년엔 북한 잠수함이 침투하면서 피아간(彼我間)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안도로에서는 1996년 침투 중 좌초된 북한 잠수함을 중심으로 한국 해군 퇴역함정인 3,471t급 전북함이 눈길을 끈다. 야외전시장엔 항공기, 육군전시물, 위령탑, 공군전적비 등이 전시돼 있다. 

변모할 모습 기대되는 ‘젊은’ 휴양림
- 망경대산 자연휴양림

 
영월군 중동면과 김삿갓면에 걸쳐 있는 망경대산(1,088m) 휴양림은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깔끔한 시설과 친절한 운영으로 입소문이 나 날로 드나드는 이의 수가 늘고 있다. 관리주체인 영월군청은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피폐해진 산촌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망경대산 자연휴양림을 조성했다. 이 일원(一圓)은 탄광산업이 흥하던 시절, 곳곳에서 채탄이 이뤄졌던 탄광지대에 속해 있었다. 산 곳곳엔 땅속으로 어지러이 갱도가 얽혀 있던 옛 흔적들이 남아 있어 지반 침하가 진행된 곳도 있다. 영월군은 망경대산 주변 임도와 등산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 만큼 잘 꾸며진, 보다 큰 휴양림 시설에 익숙한 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아직은 갖춘 것보다 갖춰 나가야 할 곳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이나 지인들과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이라면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주위에 방해되는 요소들 없이 나만의 별장을 가진 느낌 속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奧地 중 奧地, 망경대산
망경대산은 영월에서도 오지(奧地)로 손꼽히는 산이다. 산에 좀 다녔단 이들조차 이 산의 이름을 대면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오른 이들이 많지 않다. 산세의 아름다움 여부나 접근성 따위와는 하등 연관이 없다. 짐작컨대 지난 1980년대 말까지 이 일대가 석탄 채굴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말 그대로 ‘삶의 현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보다 삶의 여유가 덜했던 시절, 사람들은 산정에 올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얘기하기보단 오직 생존을 위해서 이 산을 오르내려야 했다. 지금도 도처에 널려 있는 탄광의 흔적과 움푹 꺼진 지표면이 그 사실을 말없이 대변한다.

 
망경대산은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되었으나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어 단명한 단종의 이야기와도 연관이 있다. 숙부였던 수양대군에 의해 왕권을 찬탈당한 그는 모든 걸 잃고 이곳 영월 땅에 유배된 뒤 17세의 생을 마감했다. 단종 승하 이전, 영월엔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 있던 충신 ‘추익한’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모진 수모를 당하고 있는 임금 소식에 망경대산에 올라 한양 땅을 바라보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온다. 지금의 산 이름은 그 일화에서 유래했다. 방문 전 접한 산에 얽힌 얘기들은 마음속 한편에 뜻 모를 우울함을 심어놓았다. 하지만 정작 찾아간 산의 모습은 말없음 속에 의연하기만 하다. 오히려 사방으로 뻗어나간 산세는 바닥 모를 후덕함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인간의 손에 파헤쳐진 옛 생채기들은 대자연의 신비를 말하듯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듯 보였다.
한편 영월에서 국도 38호선을 따르다 석항에서 국도 31호선으로 갈아탄 뒤 5분쯤 가면 수라리재 못미처 화원1리에 닿는다. 산행 들머리임을 알리는 등산안내도를 지나면 이내 임도가 시작된다. 정상 지척에 이르기까지 이 임도를 이용해 높이를 더하는 형국이다. 산행의 맛이 덜하다 느낄 수도 있으나 오히려 가볍게 오를 수 있기에 부담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어 좋다. 밋밋한 정상부에 올라서면 기암괴석이나 암릉 없이 전형적인 육산의 특징을 보이는 망경대산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산불감시초소와 헬기장이 전부인 정수리에선 어느 한 곳 막힘없는 사방 조망이 가능하다. 이곳에 서면 북으로는 가리왕산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고,
 
동으로는 매봉산(1,272m), 단풍산(1,150m)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인다. 태백산(1,567m)에서 선달산(1,236m)으로 백두대간의 웅자는 언제 봐도 시원함을 한껏 선사한다. 멀리 남서쪽으로는 역시 대간의 한줄기인 소백산(1,439m) 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물결쳐 가는 산들의 군무는 장쾌한 파노라마가 되어 한동안 그칠 줄 모른다. 하산은 정상 헬기장에서 남쪽 능선을 이용한다. 낙엽송 숲이 있는 안부를 지나 15분가량 가면 돌탑이 서 있는 1050봉에 도착한다. 이후 헬기장을 지나 남동쪽으로 진행하면 1033봉에 이른다. 인근에 전망바위가 있으니 빠뜨리지 말고 올라가보도록 한다. 계속해서 남동쪽 능선을 이용해 잡목 속을 헤쳐가면 땅이 꺼진 함몰지대와 만난다. 주의를 기울여 내려서면 버려진 헬기장을 만나고 곧이어 잡초가 우거진 싸리재에 내려서게 된다. 이후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15분 정도 진행한 뒤, 길이 끊기는 곳에서 좌측 사면을 내려선다. 곧이어 폐광터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모운동에 닿게 된다. 

☞ 문의전화: 033-375-8765
☞ 명소: 모운동
영월에서 상동 쪽으로 88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주문교 건너 가파른 산사면을 한참 타고 오르면 닿을 수 있다. 도무지 마을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과거 석탄 산업이 호경기를 누리던 시절,‘동네 개도 1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니던 곳’산 아래에선 촛불을 밝힐 때 이미 전기가 들어왔던 부촌이었다. 비록 탄광은 문을 닫고 주민 대다수가 떠났지만 해발 650m에 자리한 이곳엔 아직도 몇몇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도 고향을 등질 수 없어 터를 지킨 이들이다. 이곳이 유명세를 치르게 된 건 폐광 마을의 을씨년스러움을 외부에 보이기 싫었던 남은 주민들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기 시작하면서다. 삐뚤빼뚤한 그림은 실력으로만 치자면 볼품없지만, 같은 이유로 산골 마을의 정취와 오히려 묘한 조화를 이뤄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다.

황금 송이 그윽한 산림문화 교육공간
- 송이밸리 자연휴양림

 
우리나라 동해안에 자리 잡은 강원도 양양은 산과 바다와 강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고장이다. 동쪽은 경관 빼어난 해안선이 길게 이어져 있고, 서쪽은 높디높은 백두대간 분수령이 설악산ㆍ갈전곡봉ㆍ응복산 등으로 이어져 매우 험준하다. 그리고 이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물줄기들은 아름다운 풍광의 양양 구석구석을 적시며 남대천(南大川)에서 만나 해 뜨는 동해에 몸을 섞는다.
양양에서 가장 큰 젖줄인 남대천은 우리나라 동해로 흐르는 물줄기 중에 생태적으로 양호한 편이라 바다에서 찾아오는 물고기가 많다. 이른 봄의 황어, 초여름의 은어, 늦가을의 연어가 계절마다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대표적인 손님이다. 이 남대천 하류의 안쪽 나지막한 봉우리 구탄봉 기슭에 양양 송이밸리 자연휴양림이 위치한다. 양양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송이를 명패로 내건 송이밸리 자연휴양림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백두대간 자연 생태계의 보전과 녹색 생태 체험을 두루 겸할 수 있는 산림문화 교육의 장이다. 귀여운 송이 조형물이 미소 짓는 입구를 지나 주차장을 벗어나면 관리사무소 앞 삼거리다. 왼쪽 길을 따르면 메인 숙박시
 
설인 산림문화휴양관이 보이며, 오른쪽으론 송이버섯 모양 건축물인 송이관이 보인다.‘천년의 솔향! 양양 황금송이’라는 테마로 꾸민 송이관은 양양의 대표 특산물인 송이의 것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송이의 생육환경과 생육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숲 디오라마를 설치했으며, 송이를 이용한 갖가지 가공식품, 전통식품 제조과정 등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 송이관을 오른쪽으로 끼고 짧은 언덕을 오르면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목재문화체험장으로 연결된다. 목재문화체험장은 다양한 목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오감(五感) 만족 코어존(Core Zone)이다. 목재체험실, 생활목재가구체험실, 목공작실, 목공예 전시실으로 꾸며져 있다. 목재문화체험장 아래쪽 작은 계곡으론 열린숲, 치유의숲, 과찰의숲, 휴식의숲, 산약체험장, 생태연못, 그리고 습지원 등으로 이루어진 숲 테마공원이다. 전망데크와 팔각정자 등이 요소요소에 위치해 쉬어가며 산책하기에 좋다.

설악산
금강산에 버금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바위산
설악산은 한반도 최고 명산이라는 북녘의 금강산과 쌍벽을 이룰 만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남한 최고의 바위산이다. 한가위에 덮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 녹는다 하여 설악(雪嶽)이란 이름을 얻었다. 백두대간 분수령을 중심으로 서쪽(인제) 지역을 내설악, 동쪽(속초) 지역을 외설악으로 구분하고, 한계령 남쪽(양양) 지역을 따로 남설악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갯길인 한계령을 주변으로 펼쳐진 남설악은 온갖 기암괴석이 하늘을 향해 불타오르듯 솟아 있고, 그 사이를 흐르는 계류엔 수많은 폭포와 담(潭)이 연달아 나타나 선계(仙界)와 같은 풍광을 이룬다. 특히 남설악의 핵심을 꿰는 흘림골~등선대~주전골~오색약수 코스는 눈과 마음을 놀라게 만드는 비경의 연속이다. 흘림골 협곡 깊숙한 곳엔 한 줄기 가는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가 들어앉아 있다. 흘림골 명물인 여심폭포다. 한자 표기가 ‘女心’이 아닌 ‘女深’이니 은근히 외설적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이 폭포수를 받아먹으면 아들을 낳는단 전설 때문에 예전에 신혼부부가 많이 찾았다고 한다. 만물상 정상인 등선대(1,002m)는 여심폭포에서 가파른 깔딱고개를 30분쯤 올라야 한다. 정상은 큼직한 바윗덩이로 이뤄져 있어 오르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중간 중간 밧줄이 설치돼 있다. 정상에 서면 기묘한 형태의 만물상이 달려들고 대청봉은 저 멀리 아득하다. 한계령 고갯길에서 감탄사로 올라다봤던 장관을 여기선 하나도 빠짐없이 내려다볼 수 있다. 고갯마루에서 계단길을 내려서면 곧 주전골의 12폭포이다. 산길은 길게 반쯤 누워 있는 암반을 흘러내리는 와폭인 12폭포 왼쪽으로 이어진다. 이어 널찍한 웅덩이 같은 암반 가운데에 들어앉은 옥빛의 옥녀탕에 감탄하고, 계곡가로 내려서서 조금만 올라가면 용소폭포를 볼 수 있다. 이 역시 폭포와 옥빛 소가 잘 어울리는 명품이니 잠시 발품을 파는 게 아깝지 않다. 주전골은 옛날 도적이 숨어들어 위조 엽전을 만들었을 만큼 깊디깊은 계곡이다. 기묘한 암봉과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는 별천지를 걷는 맛이 아주 좋다. 마무리인 오색약수는 우리나라 탄산약수의 대명사다. 톡 쏘는 맛이 강하면서 철분 맛도 진한 이 약수는 위장병, 신경쇠약은 물론, 피부병이나 신경통에 좋다고 소문났다.

☞ 문의전화: 033-670-2644
☞ 명소: 하조대
양양 하조대는 유명한 일출 명소다. 그 꼭대기엔 정자가 독수리처럼 앉아 있는데, 정자에서 바라보면 저만치 떨어진 갯바위 너머로 파란 물결 일렁이는 동해가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펼쳐진다. 기묘한 갯바위와 그 틈새에 뿌리 내리고 굳세게 자라고 있는 백년송이다. 그리고 그 너머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동해의 어느 일출 명소에도 뒤지지 않는 완벽한 구도다. 하조대라는 이름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고려 말기에 머물렀던 데서 유래한다. 또 이루지 못할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전설도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