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으로 현대를 살리다
2006-06-02 장병권 부장
저는 고 정몽헌 회장이 남긴 거액의 부채를 상속받았습니다. 친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고, 홀로 부채를 상환하느라 힘이 듭니다. 저는 윤리경영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하였습니다. 결코 기업의 이익을 저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쓰지 않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현대중공업의 정몽준회장이 현대그룹의 주럭인 현대상선 지분을 대량으로 장외에서 인수하자 현대그룹의 현정은회장이 그룹의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이다.
현대가와 인연, 그러나...
그녀의 감성경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작년, 전 계열사 임직원 자녀들 중 수능 시험을 치른 100여명의 학생들에게 격려메일과 목도리를 선물해 직원과 수험생에게 감동을 주었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이 수능 시험이 끝난 후 한 임원회의에서 수능 시험을 치른 자녀들을 끝까지 격려해주라는 당부를 임원들에 남기며 직접 수험생들을 챙겼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직접 수능 시험을 마친 임직원 자녀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정말 수고했다. 길고 힘든 대입의 한고비, 한고비를 잘 넘어 최선을 다한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현 회장은 또 "충분한 휴식으로 심신의 피로도 풀고 여유시간을 알차게 보내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라는 의미로 목도리를 선물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현대상선의 최정기 상무는 "회사 일로 바빠서 자녀들에게 깊은 배려를 못해주고 있는데 회장님이 여성특유의 감각과 어머니의 세심함으로 자녀들까지 직접 챙겨줘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격려 메일과 목도리 선물을 받았던 한 학생은"모든 힘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수능시험이 끝나자 다소 허탈했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회장님의 격려메시지는 새로운 자극과 활력이 됐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아 지난 6월에는 임직원들에게 자녀교육 전문 도서를 배포하는가 하면 여름에는 삼계탕을 보내는 등 다양한 감성경영을 펴고 있다. 직원들의 헌신을 명령과 위계로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어머니의 자상한 마음으로 감동을 시켜 그들을 자발적으로 헌신케 하는 것이다. 이는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악연의 매듭을 풀다
현 회장의 조부인 현준호는 이후 6.25때 광주를 점령한 인민군에 붙잡혀 이후 후퇴하던 인민군의 처형대상이 됐고 큰아버지인 현영익도 국회 의사과장을 지내다 미처 피난하지 못해 인민군에 처형됐다. 현 회장 일가의 비극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 중위로 최전방에서 복무한 현 회장의 둘째 큰아버지도 인민군의 포로로 잡혀 있다가 자살했다. 현회장은 이런 북한과의 악연을 현대그룹의 활로를 위해 털어 버렸다. 현 회장은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경질과 관련해 북한과 충돌이 있을 때도 ‘원칙과 투명성’을 강조한 ‘정도경영’으로 정면 돌파해 네티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등 대중적 인기도 높은 편이다. 현대아산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사상 최대인 3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50억여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등 올해 사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다시 한번 그녀 특유의 원만함과 감성 경영으로 현대그룹을 위기에서 구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아직도 성차별이 만연한 현대가에도 새로운 이정표를 새우리라고 믿는다.
“사랑하는 현대그룹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남북 경제협력의 선봉에 서있는 기업입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뜻과 열정, 고 정몽헌 회장의 눈물과 노력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등 우리 민족번영의 통일을 준비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칙을 지키며, 민족공영의 역군의 자부심으로 일합시다. 저는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극복하겠습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씀처럼 굳건히 현대그룹을 지키겠습니다.”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