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지와 욕망의 결합체를 디자인한다
CISM 디자인 윤준재 대표의‘브랜드 디자인 론’
2006-07-01 윤수연 기자
21세기는 문화가 중심이 되는 감성 사회이다. 이성적인 것이 논리이고 과학이라면, 감성적인 것은 디자인과 연계된다. 제품에 있어서 제조업 경쟁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디자인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제품을 평가할 때 소비자들은 깊게 알기 어려운 테크놀로지 같은 전문적 분야보다, 감성 디자인, 감성 브랜드를 중요시하고, 이제는 이것이 시장의 큰 조류로 떠오르고 있다. 브랜드가 알려지고 사랑받을수록 브랜드는 권력을 갖게 되고, 브랜드 파워가 곧 기업의 파워가 된다.
기업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시켜주는 CI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CI identity(브랜드 디자인)는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CI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적 감각과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들도 감각에 의존을 하면서 열려있는 정보망으로 부터의 모든 정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단순히 디자인과 관련된 정보뿐만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글로벌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1994년 설립 이후 CI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해온‘CISM 디자인(www.cismdesign.com)'의 윤준재 대표가 CI에 대한 ‘디자인 론’을 펼쳤다. CI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면서 기업 이미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21세기의 핵심 키워드는‘culture', 그리고‘컬쳐리즘’이 유행할 것이라고 생각한 윤준재 대표는 CI만을 고집해왔다. 윤 대표는‘브랜드’라는 개념을‘인지와 욕망의 결합체’라고 정의한다. 그는 먼저 어떠한 브랜드든지 탄생하면 세상에 알려야하며 그 과정의 결과를 사람들에게‘인지’ 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알아가기 시작하고 세상에 브랜드가 알려지면 누구나 그 브랜드를 인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브랜드는 인간의‘욕망’에 부합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의 말처럼 소유욕과 욕구의 결합, 자아의 또 다른 표현 방법이 될 수 있는 브랜드. 사회적 지위나 명예 등이 내제되어있는 브랜드가 사회적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Culture를 디자인한다.
시대가 바뀌고 감성이 시대를 자극하기 시작하면서 사람과 디자인은 수평적인 관계가 되었다. 즉 사람들은 그들의 높아진 감각으로 원하는 것을 기업에 요구하고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며 그로인해 그들은 동일성을 찾아 맞춤형시대를 꿈꾸게 된 것이다. 윤대표는 이 맞춤형 시대가 바로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그들만의 Culture를 찾아가는 Culturism이라 말한다. 그가 디자인한 도곡동의 렉슬은 이런 그의 생각이 잘 반영되었고 국내 최고의 아파트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맞춤형 아파트를 기획함으로써 여타 건설업체의 획일화된 아파트의 디자인을 변화 시켰다. 사람들은 그들만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연주회를 개최하고 벼룩시장을 열었으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아파트 문화를 새롭게 바꿔놓았다. 옆집 이웃조차 알아보지 못했던 아파트 문화에 인간다움이라는 따뜻한 요소를 첨가한 것이다. 이렇게 그의 디자인에는 분명한 콘셉트와 목표가 담겨져 있다. 그는 본질을 잃어버리고 조형적 요소에만 치우쳐 디자인을 한다면 한계를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해 그동안 가져온 이미지를 무조건 바꾸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본래의 것을 유지시키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팔기위한 설득의 차원을 넘어선 디자인, 다른 경쟁 브랜드와의 전략적인 차별성이 비주얼로 표현된 디자인이어야 디자인은 첫 번째 이미지 컨설팅으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 디자인도 시장에서는 경쟁이 되어가고 있다. 프로젝트에 관한 구체적인 사전 계획으로 어떤 결과를 제공할 것인가를 미리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으로 기업을 둘러싼 경쟁을 하게 되는데, 같은 프로젝트에 여러 디자인이 모이게 되어 경쟁이 심화될수록 디자인 회사들은 선택받기 위해 가격을 낮추게 되고 그로인해 디자인회사의 위치와 질이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한국 디자인 회사들은 기업에 신뢰를 잃고 그 기회는 외국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브랜드 디자인의 질은 높으나 기업의 규모나 자본금이 외국 기업에 비해 열악해, 해외 진출 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직적, 행정적인 면들이 부족해 본질적 가치인 디자인 능력이 과소평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윤대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우리나라의 디자인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회사가 전문화 되어야 한다. 또한 대기업들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해외 유명 디자인 업체에 맡기기보다 국내 디자인 회사들을 적극 활용해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고 말한다. 기업 본연의 모습, 즉 자기다움을 드러낼 수 있도록 CI를 통한 표현을 도와주는 윤준재 대표. 기업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시켜주고 이것을 촉매제로 소비자들의 감성도 함께 충족시켜 줄 수 있는 CI를 만들겠다는 윤 대표의 이러한 디자인과 철학은 디자인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 것이다. 이제 곧 그가 디자인해온 브랜드들이 책으로 묶여 나온다. 그의 책이 많은 디자이너들을 선도 할 수 있는 디딤돌 이 되길 바라며 그의 브랜드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철학에 우리나라 디자인업계의 희망을 걸어본다.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