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치열한 레이스 이어져…

승리의 여신, 니케(Nike)가 웃어 줄 후보는?

2016-07-04     뉴스피플 국제부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오바마 대통령의 뒤를 이어 미국을 이끌어 나갈 45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공화당, 민주당 어느 진영에서 대통령이 선출되는가에 따라 미국의 외교, 국방, 금융 정책 등이 뒤바뀌게 된다. 2016년 미국 대선, 치열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예견된 출마 선언 
미국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5년 4월, “평범한 미국인들의 챔피언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2016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힐러리 의원은 2016년 대권 도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당시 유력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힐러리 의원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한 바 있다. 이번 힐러리 의원의 출마 선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젊음’이다. 출마 선언 연설이 아닌 2분 19초 분량의 짧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출마 선언을 대신했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승리로 이끈 ‘젊은층’을 십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영상의 느낌도 기존 힐러리 의원이 추구하던 ‘여성의 한계를 넘은 강한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상에는 일자리를 찾는 아시아계 대학생, 일하는 장애인, 워킹맘, 창업 준비하는 히스패닉계 청년, 동성애자 커플 등이 등장하며 줄곧 화목하고 가족적인 모습이 강조됐다. 그는 영상 마지막에 등장하여 “미국인들은 힘든 경제 상황과 싸워왔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는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다. 평범한 미국인들은 챔피언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 내가 그 챔피언이 되고 싶다. 가족이 강할 때 미국도 강해진다. 그래서 이제 내가 여러분의 표를 얻기 위해 나선다”고 출마 선언을 했다. 20총 분량의 짧은 선언이었지만, 이 말에 힐러리 캠프의 대선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힐러리 의원은 이후 지난해 4월 14일부터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주요 지역의 유세를 해나갔다. 당시 민주당 내에 힐러리 의원과 경선에서 경쟁할만한 주자는 딱히 없었다. 사실상 민주당 1인 주자로 힐러리 의원이 낙점된 상황이었다. 반면, 공화당은 사정이 달랐다. 43대 미 대통령인 조지 부시 대통령의 동생 젭 부시,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핸드 폴, 히스패닉계 보수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린 마르코 루비오 의원 등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젭 부시, 미국 차기 대선 도전
미국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2015년 6월 15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데이드 대학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젭 부시 전 주지사는 공화당 11번째 대선 출마 주자가 되었으며,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들어갔다. 젭 부시 후보의 아버지는 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W이며, 그의 형은 43대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이다. 만약 젭 부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삼부자 모두가 대통령이 되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진다. 젭 부시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보면, 그의 정치 경력은 8년 동안 역임한 플로리다 주지사가 전부다. 지난 2007년 퇴임한 후, 지금까지 정치적인 공백기가 있었다. 사실 다른 공화당 대선 후보들에 비하면 젭 부시의 정치 경력은 내세울만 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무기고 포장했다. 중앙정치에 물들지 않은 자신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젭 부시 후보가 부시 가족의 일원이라는 점 때문에도 대중과 공화당은 끊임없이 그를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평가해 왔다. 정치 명문가인 부시 가문의 인맥과 자금 등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젭 부시 후보의 부인이 멕시코 출신이라는 점도 공화당 입장에서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멕시코 출신을 포함한 히스패닉계에는 민주당 지지자가 대다수인데, 젭 부시 후보는 히스패닉계 부인을 둔 덕분에 민주당의 히스패닉계 표를 조금이라도 공화당 쪽으로 돌릴 가능성을 지닌 후보로 평가받았다. 이번 출마 선언에서 그가 영어와 스페인어로 출마 연설을 한 것도 히스패닉계를 다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았다. 젭 부시 후보의 형  조지 부시의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벌어진 이라크전에 대한 논란은 큰 정치적 부담 중 하나이다. 지난해 그는 언론 인터뷰 중 이라크전과 관련하여 형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대중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그 이유인지 젭 부시 후보는 선거 로고에 자신의 성을 지우고 ‘Jeb! 2016’이라는 문구만 표시한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편, 젭 부시 후보는 공화당 내에서 이민ㆍ교육개혁에 찬성하는 중도보수로 일컬어진다. 때문에 거대한 세력을 갖춘 공화당 지지층 ‘티파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공화당 내의 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그의 이런 정치적 성향은 경선 통과의 걸림돌이 될 확률이 높았다. 당시 젭 부시 후보다 공화당 후보로 결정된다면 힐러리 후보와 대선에 맞붙을 가능성이 컸다. ‘삼부자 대통령 vs 부부 대통령’이라는 희귀한 대선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친 후보는 나야”
지난해 6월 중순,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당시 트럼프의 지지율은 3%였다. 이후 트럼프는 미국 내 히스패닉 불법이민자 비하를 비롯해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공화당 내 많은 반(反)이민 정책 지지자들은 이런 트럼프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다. 또한, 그가 인터뷰와 선거 운동에서 보이는 자신감 있는 모습, 거침없는 언변 등에 열광하는 유권자들이 급속히 늘었다. 트럼프는 기세를 몰아 2015년 7월 21일에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공동 진행한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지지율 24%를 얻고, 공화당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선거 운동, 인터뷰 등을 통한 그의 모습은 ‘괴짜’ 그 자체였다. 반(反)이민 지지 발언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후보 중 하나였던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실제 휴대전화번호를 선거 연설 중 대중에 공개하는 사건이 이슈가 된 바 있다. 또, 지난 7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선시티에서 열린 유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에 수십억 달러를 벌면서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군대가 해결해줘야 한다. 한국도 그렇다. 그들은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간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미쳤다”라고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국내 언론보도에 얼굴을 자주 비추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노이즈 마케팅’에 역풍을 맞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7월 18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5년간 잡혀있었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겨냥해 “포로로 붙잡혀서 전쟁 영웅이라고 불릴 뿐”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존 매케인 의원을 “‘전쟁 영웅’이라 부를 필요가 없다”는 투의 이 발언은 같은 당 유력 경선 후보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지나쳤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이후 트럼프 후보의 대처가 지지율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됐다.

힐러리 위협하는 ‘사회주의자’
공화당에 ‘트럼프’가 있다면, 민주당에는 ‘샌더스’가 있었다. 지난해 5월, 미국 민주당 대통령 예비 후보로 나선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이 가파른 지지율 상승을 보이며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특히 뉴햄프셔, 아이오와 등 앞으로 있을 경선 전초전 지역에서 민주당 내 지지율 1위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바짝 추격하면서 이슈가 됐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연설하러 방문하는 곳마다 관중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사실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그가 무소속 의원이라는 점과 사회주의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샌더스 후보는 미국 연방 의회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한 무소속 정치가이다. 그가 민주당 후보로 경선에 참여한 이유는 보수적인 정책 노선을 걷고 있는 힐러리 후보를 무너뜨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샌더스 후보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그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발표한 ‘미국을 위한 의제, 12단계 전략’을 살펴보는 것이다. 샌더스 후보가 당시 바라본 미국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 미국을 위한 의제, 12단계 전략 1. 낙후한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재건한다. 2. 기후 변화 정책을 반전해야 한다. 3. 노동자 협동조합을 창립한다. 4. 노동조합운동을 강화한다. 5. 최저임금을 상승시킨다. 6. 여성 노동자를 위한 임금 평등화를 실현한다. 7. 미국 노동자들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무역정책을 추진한다. 8.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9. 월스트리트를 무너뜨린다. 10. 권리로서의 건강 보험을 실현한다. 11. 취약 계층을 보호한다. 12. 세제를 실효성 있게 개편한다. 많은 언론은 미국 로열 패밀리로 불리는 젭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 간의 식상한 경쟁이 당시의 ‘샌더스 열풍’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쫓아가고, 쫓기는 후보들
지난해 8월 당시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의 열풍은 해프닝에 그칠 줄 알았다. 하지만 사그라지기는커녕 들불처럼 번졌다. 미국 CNN과 여론조사 기관 ORC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을 경우 지지율은 51% 대 45%라는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후보가 6% 차이로 클린턴 후보를 바싹 뒤쫓았다. 2015년 7월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지지율 차이가 16%p 차이였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후보의 상승세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은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내에서 대선 후보로 트럼프가 지명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7%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공화당 내 지지율도 점차 올라갔다. 지난 8월 21일, 로이터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가 함께 진행한 공화당 내 경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후보는 지지율 32%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그전 주 조사에서 얻은 지지율 24%에 비해 8%p 상승한 수치였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는 지지율 16%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여러 악재를 만나 지지율 정체를 겪었다. 국무장관 재임 당시 보안규정을 지키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한 것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지지 기반이 흔들렸던 것이다. CNN과 ORC가 진행한 여론조사 중 민주당 성향 유권자만 대상으로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지지율은 47%로 한 달 전에 비해 9%p 하락했다고 전했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또한, 클린턴 후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점차 늘어갔던 것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CNN은 ‘클린턴 후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3%였으며,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4%라고 보도했다.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한 비율 또한 2001년 3월 이후 최저치였다. 반면, 민주당 내부의 경쟁자 샌더스 의원은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었다. 샌더스 의원은 지지율은 7월에 비해 10%p 상승한 29%를 기록했다. 순탄하리라 예상했던 클린턴의 대권 도전이 고초를 겪고 있던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혹시 모를 클린턴 호의 침몰에 대비해 대체할 수 있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었다. 바이든 부통령은 당시 자신의 지지세력을 만나 선거자금 모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바이든 부통령의 지지율은 14%로 조사됐다.

클린턴과 샌더스 ‘선의의 경쟁’
2015년 10월 13일 오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민주당의 첫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마틴 오맬리, 짐 웨브, 링컨 채비 총 5명의 경선 후보가 참석했다. 하지만 이 토론회가 주목받은 이유는 민주당 경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던 클린턴, 샌더스 후보가 처음으로 토론회에서 맞붙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는 총기 규제, 월가 개혁, 외교 정책 등을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샌더스 후보가 날을 세워 클린턴 후보를 공격했다면, 클린턴 후보는 능수능란하게 샌더스 후보의 공격을 받아내고 반격했다. 또 이 토론회에서 클린턴 후보가 다른 후보들의 이메일 스캔들 공격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지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메일 스캔들이란 클린턴 후보가 오바마 정부의 국무부장관 시절 공무를 처리하는데 정부 메일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메일을 사용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걱정도 잠시, 클린턴 후보는 “지금의 미국 중산층 살리기를 논의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빌어먹을 이메일’ 문제를 듣는 데 식상하고 지쳐 있다”는 샌더스 후보의 발언 덕에 위기를 모면했다. 샌더스 후보의 이 발언으로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이 장면이 이 토론회의 중요 지점으로 꼽힌다. 샌더스 후보는 상대의 허물을 물어뜯기보다는 당과 유권자를 위해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논지를 펼쳐 포용력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고, 힐러리 후보는 약점 중 하나인 이메일 스캔들을 최소한 민주당 경선에서만큼은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실제 샌더스 후보의 발언 이후 다른 후보들은 클린턴 후보에게 이메일 스캔들에 관한 내용을 거의 묻지 않았다. 아울러 민주당은 ‘클린턴과 샌더스의 선의의 경쟁’이라는 흥행 포인트를 얻게 됐다. ?토론회 종료 직후 CNN은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경선 후보 중 누가 민주당 후보로 적합한가?’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클린턴 후보가 69%, 샌더스 후보가 15%를 얻어 사실상 이번 토론회의 승리자는 클린턴 후보가 됐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 또한 “샌더스도 잘했지만, 클린턴이 더 잘했다”는 평을 내놓았다. 중간중간 이벤트성 발언이나 행동을 통해 샌더스 후보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나, 토론 내내 이어진 클린턴 후보의 흐트러짐 없는 태도와 답변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탄력 받은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의 대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할 것이 예상됐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016년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해 10월 2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버락 오마바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2016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은 지난해 5월 뇌암으로 사망한 장남 보 바이든에 대한 가족의 애도 분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나와 가족이 장남을 애도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닫혔다. 가족이 준비돼있지 않는 한 대선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클린턴 후보에게 호재였다. 바이든 부통령의 민주당 내 입지는 클린턴 후보에 버금갔기 때문이다. 정치 지지 기반 또한 클린턴 후보와 겹치는 경우가 많아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는 곧 클린턴에게 ‘표 갈라먹기’로 작용했다. 버니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 바이든 부통령의 대선 출마까지 이어진다면 민주당 내 대선 지지율 1위인 클린턴 후보일지라도 큰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지난 민주당 경선 후보 1차 토론회에서 안정적인 토론으로 대중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클린턴 후보가 부담을 덜게 됐는데, 과연 기세를 몰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지 귀추를 모았다.

도널드 트럼프, 막말 작렬?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중 압도적인 1위를 점하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막말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지난 12월 9일, 트럼프는 성명 발표를 통해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러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지지율을 올리려는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였지만, 발언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대부분의 평이었다. 심지어 백악관도 당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통제’ 발언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저질이며 그의 발언도 모욕적 언사와 독설들이다. 다른 공화당 주자들은 트럼프가 만약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당장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편인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 발언으로 인해 공화당 내에서 본격적인 트럼프 퇴출 운동이 일어날 기세였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것은 보수주의가 아니다. 트럼프가 어제 제안한 것은 우리 당이 지지하는 것도, 이 나라가 표방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같은 소속 데이비드 졸리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이제는 경선을 그만둘 때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화당 소속의 딕 체니 전 부통령은 “더 이상의 무슬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거나 한 종교 전체를 금지하겠다는 생각은 우리가 믿고 지지하는 모든 것에 반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해외에서도 큰 논란거리였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이슬람이나 외국인에 대한 혐오, 어떤 특정 그룹에 대한 증오 등에 의존하는 어떠한 발언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을 조장하며 완전히 틀렸다. 그의 발언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논란이 된 가운데 정작 트럼프 본인은 태연했다. 트럼프는 성명 발표 이후 CNN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많은 세계무역센터(테러와 같은 일)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버니 샌더스
지난 2월 1일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미국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니 샌더스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많은 언론이 클린턴 후보의 우세를 점친 가운데 실제 경선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박빙이었다. 아이오와 민주당 공식 발표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은 49.84%,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은 49.59%로서, 0.25%p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자가 패자가 갈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클린턴 후보의 승리보다 샌더스 후보의 패배에 집중했다. 사실상의 민주당 대선 후보라고 일컬어지던 클린턴 후보를 바싹 뒤쫓은 샌더스 후보에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진보 성향을 띠는 주에서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후보가 당시 아이오와 코커스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클린턴 후보가 또다시 대선 문턱에서 좌초할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됐다. 더불어 2월 10일, 공화당과 민주당은 뉴햄프셔에서 이번 대선의 첫 번째 프라이머리를 개최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처음으로 진행하는 당원대회와 경선이었다. 각 당 경선 후보들에 대중의 민심을 살필 수 있으므로 이 두 행사는 ‘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린다. 특히 프라이머리의 경우, 일반 유권자 또한 투표할 수 있으므로 코커스 방식보다 민심을 파악하는데 유리하다는 평을 듣는다. 코커스는 ‘당원대회’라는 의미 그대로 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투표이다. 당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샌더스 후보에게 더 유리하다는 평이 많았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외의 선전으로 샌더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을 뿐 아니라 뉴햄프셔주가 전통적으로 진보 진영에 우세한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샌더스 후보는 60%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클린턴 후보는 38.4%의 지지를 받았다. 압도적인 차이로 샌더스 후보가 클린턴 후보를 무찌른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의 샌더스, 클린턴 후보는 서로 한방씩 주고받으며 1승 1패를 기록했다. 2월에 남은 경선 지역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였다. 이곳에서의 투표 결과가 초반 경선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남부, 네바다 코커스는 서부 지역의 대선 민심을 가늠하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이곳에서의 결과가 지난 3월 1일에 열린 ‘슈퍼 화요일’ 경선(12개 주가 동시에 실시하는 경선)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으므로 각 당의 경선 주자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네바다 경선에 특히 공을 들여야 했다. 두 지역 모두 보수적인 색채를 띠는 지역이기 때문에 샌더스 후보보다는 클린턴 후보가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샌더스 후보가 뉴햄프셔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를 기반으로 열풍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많은 이가 이목이 집중됐다.

‘슈퍼 화요일’의 활약상
지난 3월, 미국 13개 주(州)에서 동시에 치러진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자 경선, 이른바 ‘슈퍼 화요일’이 끝났다. 승자가 패자와 명확히 갈리면서 양당의 경선 구도가 조기에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12개 주 중 7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각각 3개 주와 1개 주에서 승리한 테드 크루즈 후보와 마르코 루비오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민주당 경선의 승자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이다. 클린턴 후보는 텍사스, 조지아, 앨라배마 주를 포함한 총 7개 주에서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반면, 버니 샌더스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를 포함해 총 4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다. 대선 후보자 선정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슈퍼 화요일’에서 트럼프, 힐러리 두 후보가 상당한 표차로 두각을 드러내면서, 이 두 후보자가 양당의 본선 주자로 지명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플로리다 등을 포함한 6개 주에서 지난 3월 15일에 열린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승부가 결정될 전망이 컸다. 전체 대의원의 과반을 확보하는 각 당 경선 후보가 본선 주자로 지명받기 때문이었다. 지난 슈퍼 화요일에서 선출한 대의원 수는 민주당 전체 대의원 4,763명의 21%인 1,034명, 공화당 전체 대의원 2,472명 중 25%인 624명이었다.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선출하는 대의원은 민주당, 공화당 각각 792명, 301명이었다. 이 시점이 되면 양당은 전체 대의원의 49.7%, 59.9% 선출하게 된다.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이 열린 6개 주 대부분에서 트럼프와 클린턴 후보가 각 당의 선두자리를 공고히 지켰다. 예측대로 두 후보가 미니 슈퍼 화요일 6개 주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다면 이들이 확보하는 대의원 수는 전체 대의원 수의 30%를 넘어설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변을 무시할 순 없다. 트럼프 후보가 연전연승을 거두자 공화당 내부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만은 안 된다”라는 위기의식이 커지기 시작했으며, 트럼프를 저지할 방법은 공화당 2위, 3위 후보인 크루즈 후보와 루비오 후보의 단일화뿐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만약 이 둘이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트럼프와의 승부에서 극적인 역전을 거둘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반면 클린턴 후보의 경우, 경선 초기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후보를 무너뜨리고 격차를 벌리고 있던 상황으로 흐름이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였다.

트럼프 대 클린턴: 대선의 시작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가 사실상의 공화당 대선 후보로 등극했다. 같은 당 경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 후보가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열린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 경선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크루즈, 루비오, 케이식, 이렇게 4명으로 시작한 공화당 경선은 결국 트럼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후보가 경선을 포기하며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당시 경선 적수가 없어 대의원 수를 세는 게 무의미했지만 트럼프는 1,054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 기준인 ‘매직넘버’ 1,237명에 근접했다. 트럼프는 오는 7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공화당 트럼프와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상대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 후보이다.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2,223명으로 아직 매직넘버인 대의원 2,383명에 미치지 못한다. 같은 당 경선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고 있는 클린턴은 남은 1,114명의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단 160명의 대의원만 더 확보하면 민주당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 공화당과 민주당 또한 트럼트와 클린턴을 사실상의 대선 후보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돌입할 채비 중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공직에 단 한 번도 진출한 적 없는 아웃사이더와 평생을 공직에 몸담은 인사이더의 대결로 이번 대선 구도를 그리고 있다. 11월 대선을 향한 두 후보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