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귀로 보다, 그리고 가슴으로 듣다

불꽃같은 그녀의 Music Story

2006-07-21     신성아 기자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공감대를 형성해 이해의 너그러움을 낳고, 꿀 송이처럼 달아서 마음의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2월 7집으로 돌아온 가수 장혜진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의 가슴은 판단하고 비평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노래를 느낄 뿐이다.


허스키하면서 애절한 목소리의 발라드 가수 이미지로만 점철되었던 라이브의 여왕 장혜진이 새로운 장르의 음악에 도전했다. 그 도전의 대상은 바로 힙합음악이다. 1991년 1집‘꿈속에선 언제나’로 데뷔한 그녀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파워 넘치는 가창력을 자랑하며 올해로 16년차 가수이다. 그동안 완전한 사랑, 키 작은 하늘, 내게로, 아름다운 날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장혜진은 2002년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떠나면서 대중과 잠시 이별해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올 겨울 5년 만에 7집‘4 Season Story’로 우리들 곁에 돌아오면서 다시 한 번 팬들의 사랑을 확인했고, 그 성원의 보답으로 디지털 싱글‘불꽃’을 발표했다. 발라드 곡‘당신께 말합니다’와 처음으로 힙합을 시도한‘불꽃’의 두 곡이 담긴 이번 디지털 싱글은 힙합그룹 리쌍의 개리가 랩에 참여했고, 가수 하림은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싱글 타이틀 곡‘불꽃’은 장혜진 특유의 음색과 슬픈 멜로디, 그리고 그녀만의 풍부한 감성으로 많은 팬들의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긴다.

아픔을 위로하는 슬픈 노래

“저 하늘에 달빛이 나의 눈물에 가릴 때 하나만, 하나만 나의 사랑도 끝나고/ 다 잊으려 지우려 내 맘 속에 널 태워도 불꽃처럼 나를 감싸는 지독한 내 못난 사랑아/ 저 바다에 별빛이 거센 한숨에 잠길 때 서러워 서둘러 억센 내 숨도 끝내고.”(디지털 싱글 타이틀 곡‘불꽃’中)“다시는 마주치지 말자, 다시는 마음주지말자/ 우리 잘 가던 곳 발이 이끌던 곳 그 어디에도 있지마/ 한 번쯤 우연같이 만나 두 번은 사랑하지 말자/ 너를 잃고 나서 죽음처럼 사는 날 보이기는 싫어/ 마주치고 싶어 마음 주고 싶어 내 가슴이 하는 말.”(7집 타이틀 곡‘마주치지 말자’中) 장혜진 노래의 가사들을 살펴보면, 역설의 미학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저민다. 그리고 그 곡은 슬프지만 기쁨을 준다. 그리그의‘솔베이지의 노래’에는 슬픔을 넘어서는 위안이 있고, 옛 우리네 사람들은 정선 아리랑을 부르면서 한을 달랬다. 그래서 우리는 슬픈 노래를 들으며 아픈 마음을 위로할 수 있나보다. 현재 7집 앨범과 드라마 OST, 그룹 바이브와의 듀엣 곡‘그 남자 그 여자’를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팝의 디바 장혜진을 만났다. 생각보다 유쾌했다. 또한 생각보다 활달했다.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는 그녀의 음악과 가수라는 삶에 대해, 또 일상에 대해 그녀의 깊은 울림으로 하나 둘씩 이야기를 나눴다.

Q . 첫 디지털 싱글, 첫 힙합 장르의 도전
A : 7집을 5년 만에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저를 잊지 않고 너무나 많은 사랑을 보내주셨어요. 일종의 팬 서비스 차원에서 이번 디지털싱글을 발표했다고 보시면 될 거 에요. 그리고 타이틀곡에 가려서 눈에 안 띄었을 뿐이지, 1집에서 7집을 하는 동안 약간의 힙합음악을 해왔어요. 오래된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도 진부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을 텐데 이번 음반을 통해 사람들이‘장혜진도 이런 음악을 하는 구나’하고 새로운 저의 모습을 봐주셨으면 해요. 더구나 평상시에 좋아하는 래퍼 개리가‘불꽃’의 랩 피처링 뿐 아니라 랩 가사도 직접 만들어줘서 의미가 남달라요.

Q . 오히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더 많은데
A :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신세대들은 저를 요즘 나오는 신인가수로 알고 있을 정도에요. 아무래도 5년이라는 공백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신인 같은 마음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예전보다 훨씬 어려운 코드 진행을 사용하는데도 팬들이 자연스럽게 제 음악을 받아들여주세요. 그만큼 수준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을 할 생각이에요.

Q . 감성을 자극하는 애절한 가사로도 유명하다
A :“오늘 밤 그대에게 말로 할 수가 없어서 이런 마음을 종이 위에 쓴 걸 용서해”라는‘1994년 어느 늦은 밤’의 노래 같은 경우, 가사 때문에 가장 빨리 녹음 할 수 있었어요. 너무 슬퍼서 감정몰입이 쉽게 됐거든요. 속마음과는 다른 표현을 쓴‘마주치지 말자’는 제목은 그렇지만, 실은 마지막에 마주치고 싶다는 반전이 있는 가사라 기억에 남아요.‘불꽃’은 너무나 시적인 가사가 힙합이라는 장르에 어울린다는 것에 깜짝 놀랐어요.

Q . 미국생활을 하면서 힘들었을 때
A : 제가 2002년 5월에 갔는데, 그때가 한일월드컵 하기 바로 전이었어요. 미국시간으로 새벽 4시에 한국경기를 해줬는데, 당시 학기가 막 시작했던 시기라 정신없이 바빠서 보지를 못했죠. 너무 아쉬웠어요. 한동안은 향수병으로 힘들기도 했죠. 또, 버클리 음대에서는 주로 R&B나 재즈 등을 배우다 보니, 한국말로 된 우리 음악이 그리웠어요. 미국은 테크닉 위주와 연주기업의 향연이라면 우리음악은 가슴으로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그래서 더 그리웠던 것 같아요.

Q . 많은 후배가수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수로서
A : 장윤정씨가‘내게로’라는 제 노래를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예전에 이효리씨와 음악 프로그램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헤드폰으로 제 노래를 듣고 나더니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은 거 에요. 솔직히 좀 겁이 났어요. 이렇게까지 후배가수들이 저를 좋아하는데, 더 잘해야겠다 싶어서요. 하지만 더 많은 후배가수들과 방송활동을 함께 하면서, 장혜진 하면 인간미 넘치고 따뜻한, 정말 좋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Q . 가수 장혜진에 대한 사소한 편견
A : 그동안 사랑받았던 장혜진은 발라드만 하는 인식이 있었어요. 근데, 제 공연에 와 보면 다 아실 거 에요. 빠른 음악도 하고, 춤도 추면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려고 하죠. 또, 제가 여성스럽고 조용조용 할 거라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사실 털털하고 재미도 있거든요. 인터뷰 때 라디오 DJ나 MC들이 생각지도 못한 저의 성격 때문인지 당황할 정도라니까요.

Q . 아쉬움이 남는 앨범작업과 해보고 싶은 음악장르
A : 앨범작업이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건 항상 똑같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 에요. 앨범이 완성되면 음악을 쭉 들어보면서 다음번엔‘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해요. 여태까지 앨범마다 펑키나 S재즈 같은 음악을 조금씩 해왔는데, 언젠가는 전체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2, 3년마다 앨범을 낸 편이었데, 1년에 2장의 앨범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8집은 아마도 1, 2년 후 쯤 나오게 될 것 같네요.

Q . 존경하는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A : 존경하는 가수로는 조용필 선배님이요. 아직까지도 라이브 무대를 보여 줄 수 있는 에너지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노래연습을 하시는 그 노력에 감동받았어요. 함께 듀엣을 해보고 싶은 가수로는 이승철, 임재범, 김범수, 거미, BMK, 먼데이키즈... 너무 많아서 탈이죠.

Q .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다
A :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고, 어떤 작업이든 음악작업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해요. 새로운 음악과 그 과정을 즐기죠. 공연장 무대도 좋아하고요. 성격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긍정적 사고가 저의 최대 장점이죠. 여기에 음악적 욕심은 많지만 그 외적인 욕심은 별루 없어요. 평상시에는 주로 녹음실에서 지내고요. 기회가 되면 해보지 못한 뮤지컬 음악 같은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Q . 에필로그, I Wish....
A : 언제나 지금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요. 10년, 20년이 지나도 팬들의 마음속에 깊이 남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60세 생일에도 무대 위에 서서 노래를 할 수 있길 바라죠.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궁극적인 제 꿈인 앨범 프로듀서로서도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