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와 경쟁하며 뻗어가야
미술의 별을 향해 가다
2006-08-31 김종필 기자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향기를 뿜어내는 곳이 서울 삼청동이다. 이곳에는 개성 있는 외관을 자랑하는 미술관이 즐비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 중 해외 유명작가들의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국제갤러리’는 얼핏 보면 진짜 사람이 지붕 위를 걷는 것으로 착각해 놀라게 되는 여인조각상(미국, 조나단 브롭스키 作)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미술품 감상과 고급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갤러리카페의 대표적 명소이다.
신임 협회장으로써 상생과 공존으로의 모색
아직 미술에 대한 인식이 낮은 국내현실에서 한국화랑협회(www.koreagalleries.or.kr)는 전국의 뛰어난 화랑들의 모임으로서 미술에 대한 이해증진 및 미술의 대중화와 나아가 세계미술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1976년에 설립되었다. 협회는 감정사업, 화랑미술제, 국제아트페어, 신인의 발굴과 개성 있는 작가의 후원 등 미술문화의 저변확대와 건전한 미술시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미술시장은 화랑과 경매회사의 첨예한 대립으로 어지럽다. 서울옥션에 이어 지난해 K옥션이 새로 생겨났으며, 경매와 전시기획을 겸하는 제3의 경매회사도 창립을 준비하고 있어 현재 중소화랑들은 갈수록 설 땅을 잃고 있다. 더구나 양대 경매사를 매출 1, 2위 화랑이인 가나아트센터와 현대갤러리가 차린 것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여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화랑협회는 최근 두 차례의 공개토론회를 갖는 등 화랑과 경매사의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이현숙 회장은“세계 어느 나라도 대표적 화랑이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 외국의 경우처럼 화랑과 미술품 경매회사가 각자의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하면서 공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작가를 키우는 화랑이 미술시장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 시민과 예술인들의 가교 역할에 충실
1969년 중앙대학교 가정학과를 졸업한 후 지금까지 국제갤러리를 운영해온 이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변화를 주도해 왔다. 그녀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적인 미술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성공커리어의 면모를 지녔으며, 일에 대한 열성은 밤낮을 가리지 않을 만큼 초지일관 치열하게 노력했다. 유명하지 젊은 작가들을 양성하여 함께 성장해 나갈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 회장은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컬렉터들의 안목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잠재적 애호가도 많이 있을 것이다. 노력하는 화랑과 작가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예술이라는 직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언젠가 자신의 전시를 하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예술가라고 불리기는 부담스럽지만 자신만의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온 사람들에게는 갤러리를 빌려 자신만의 전시를 갖는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 감상과 대화가 가능한‘국제갤러리’는 장래성 있는 작가를 발굴, 지속적인 작품후원 및 국제무대진출을 위한 중요한 통로가 되어준다.
작가들이 인정하는 갤러리
1982년에 개관한 국제갤러리(www.kukjegallery.com)는 해외유명 작가들의 여러 작품들을 국내에 선보여 왔고, 작년에는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에 국제갤러리의 이현숙 대표를 ‘아시아 대표적인 갤러리’의 선두주자라고 소개할 만큼 세계 최고의 갤러리로 인정받고 있다. 김홍주, 전광영, 조덕현, 이기봉, 홍승혜, 정연두, 알렉산더 칼더, 에바 헤세, 에드 루샤, 조안 미첼, 빌 비올라, 안젤름 키퍼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국내외 작가들이 바로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되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순회공연이 아닌, 단독 전시형태로 기획하여 전시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국제갤러리는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비디오 작가 ‘칸디스 브라이트(Candice Breitz)’의 개인전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화랑 운영 초기부터 해외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85년 LA아트페어를 시작으로 아트 바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아모리 쇼 와 같은 해외유수의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세계무대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다. 미술계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그녀는 갤러리 옆에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위한 아트센터를 내년 5월에 오픈할 계획이다.
미술은 모든 사람의 것이다. 미술관은 외부로 향해 열려 있어야 하며, 예술의 창작이나 수용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자연스러운 소통이 되어야 한다. 국제갤러리는 문화적 위상을 생각하고 반성, 전망할 수 있는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진정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국적을 초월한 폭발적인 다양한 예술적 감성이 존재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