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손영철 전문 기자]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오후 필리핀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방안과 주요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며 “올해 필리핀을 방문하는 첫 번째 국빈으로 맞이하게 되어 특별히 기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동남아 국가 최초로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한 필리핀과 수교 77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에 회담을 갖게 되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경제·통상, 국방·방산, 인프라, 조선, 원전, 공급망, 인공지능(AI)·디지털, 영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실질협력을 한층 심화·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총 10건의 약정 및 양해각서(MOU)가 체결돼 분야별 협력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교역·투자 분야에서 양 정상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 간 긴밀한 경제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무역·투자·경제협력 MOU, 농업협력 MOU, 지식재산 협력 MOU를 토대로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 내 한국 기업의 원활한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필리핀 정부의 투자 유치 정책 아래 우리 기업의 진출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며, 애로 해소를 위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인프라 분야와 관련해 양 정상은 그간의 협력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마르코스 대통령의 인프라 정책에 대한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밝히자, 마르코스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사업 참여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양국 정부 간 특정 방산물자 조달 시행약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필리핀 국방부와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 한국 방산업체 수가 확대돼,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선, 원전, 핵심광물 등 미래 유망 분야 협력도 강화된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수빅 조선소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필리핀의 조선업 육성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필리핀이 2032년 원전 도입을 공식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신규 원전 도입 협력 MOU를 바탕으로 인력 양성 등 구체적 협력 확대를 모색하기로 했다.
또한 핵심광물 협력 MOU를 통해 필리핀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첨단 기술 역량을 결합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디지털 분야에서도 협력이 본격화된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AI 기본사회” 실현 비전을 공유하며, 디지털 협력 MOU와 기술·디지털·혁신 개발협력 MOU를 토대로 필리핀의 디지털 전환과 한국의 ‘AI 3대 강국’ 비전 실현을 위해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중점을 두는 AI 활용 분야에서 한-아세안 디지털 아카데미 사업 등을 통해 적극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 정상은 문화·교육·인적 교류의 중요성에도 공감했다. 현재 약 190만 명에 달하는 상호 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 대통령은 필리핀 정부의 ‘코리안 헬프 데스크’ 설치 등 우리 국민 보호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경찰협력 MOU 개정을 통해 초국가범죄 대응까지 국제공조 범위를 확대한 점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의 아세안 의장국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천명한 대아세안 협력 ‘CSP’ 비전을 필리핀 의장국 수임 기간 동안 구체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 정세와 중동 정세 등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한반도의 평화가 지역을 넘어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이 대통령은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필리핀의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도 역내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우려를 공유하며, 조속한 안정과 평화 회복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은 역내 핵심 우방국인 필리핀과의 정치·경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인구 1억 1천만 명의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인 필리핀과 방산·조선·원전·공급망 등 신성장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양국 간 상생 협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