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손영철 전문 기자] 정부가 중동 사태로 급등한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주 안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검토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에너지 수급과 가계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만큼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 정세가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범정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실물경제 영향과 대응 방안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을 보고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금융시장 상황과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이번 주 내 시행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997년 이후 약 29년 만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유사와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빠르게 올리고 내릴 때는 늦게 내리는 비대칭적 가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산업통상부가 고시 제정 등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조정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며 첫 상한 가격은 현재 시중 가격보다 낮게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김 실장은 “예상하지 못한 재원 소요가 발생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재정 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추경 논의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급 안정 대책도 병행된다. 정부는 산유국과 공동 비축 중인 약 2000만 배럴 규모 원유에 대해 ‘우선구매권’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가스 수급과 관련해서는 올해 도입 예정 물량 가운데 중동 비중이 약 14% 수준이지만 대체 물량 확보가 가능해 큰 차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정유사 수출 통제 등 추가 대응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