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수근원장

K씨가 필자를 찾아온 것은 1년쯤 전이었다. 집은 부산이지만 사업상의 일로 서울에 자주 오시는 분이었고 본인의 얼굴에서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팔자주름이었다. 40대 초반의 중년여성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팔자주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분은 꽤 심한 편이었고 사회생활에 ‘아주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K씨는 정작 팔자주름을 치료하러 병원에 왔으면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시술을 결정하셨다. 성형을 처음 해보기 때문이라며 멋쩍어하셨다. 결국 필러주사로 치료하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그 후 5개월 쯤 지났을 때 병원을 다시 방문하셨다.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제는 기미 치료도 해주세요.’하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다들 10년은 젊어졌다고 말한다고 했다.
비구순주름(Nasolabial Folds), 즉 코 옆에서 시작해 입술 옆으로 길고 깊게 八字모양으로 뻗어있다고 해서 팔자주름으로도 부르는 이 주름은 사람에 따라 그 모양, 깊이, 넓이 등에 많은 차이가 있다. 팔자주름에 대해서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면서 핀잔을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팔자주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날이 갈수록 심하게 해어져 두고두고 발을 아프게 만드는 신발’ 이상으로 괴로운 문제다. 미간주름과 팔자주름이 심한 중년여성들은 신경질적이고 성격이 완고하며 까다롭다는 인상을 주기가 매우 쉽다. 결혼 직전에 양가부모님을 모시고 인사하는 자리에서 말 한마디 나누어보지도 않고 ‘우리 딸 고생 좀 시키시겠군’하는 첫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치료는 실리콘 등의 딱딱한 보형물을 수술적으로 삽입하는 귀족수술과 인공피부 성분을 주사로 넣어 주름을 교정하는 필러시술의 두 가지가 있다. 특히 필러시술은 매우 간편하고 즉시 일상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으며 만졌을 때나 모양이 상당히 자연스러운 것이 장점이다. 경험이 많은 숙련의에게 시술받아야 울퉁불퉁해지거나 너무 일찍 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꽤 오래 전에 보았던 어떤 비듬샴푸 광고가 생각난다. 베토벤처럼 생긴 사람이 나와서는 매우 처절한 표정으로 머리를 한참을 긁고 있었다. 무척 가려웠나보다. 그런데 갑자기 ‘짠잔잔 짠~’하는 운명교향곡의 1악장이 연주되면서 충격적인 멘트가 나오는 것이었다. ‘당신의 (가려운) 머리는 운명이 아닙니다.’ 이런 CF는 또 어떨까? 장성한 아들을 장가보내려고 애를 쓰던 강남의 A 부인께서 드디어 일이 잘 진행되어 상견례하는 자리까지 갔는데 팔자주름이 너무 깊어 저쪽 부모들에게 날카롭고 고집 센 인상을 주었다. 평소 말투까지 딱딱했던 A 부인. 금이야 옥이야 길러온 딸을 시집살이 단단히 시킬 것 같다는 오해가 있었다. 결국 상견례는 아주 무겁게 진행되고. 그때 이런 멘트가 나온다. ‘당신의 팔자주름은 팔자가 아닙니다.’ 10분만 투자하자. 10년이 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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