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피카Lempicka

글/임보연 기자
그림추천 및 제공/ 사비나 미술관 이명옥 관장

가장 아름다운 선은 바로 여인의 몸에 존재한다.
여인의 나체가 그리는 곡선은 때로는 완만하게 때로는 급격하게 보는 이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그 곡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 시선을 옮기면 어느새 하나의 그림이 된다.
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오늘 날, 명화 속에 드러나고 있는 여인의 나체가 도발하고 있다. 마치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직전의 향기처럼 말이다.  

폴란드 화가 렘피카(1898~1980)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욕망의 해방을 부르짖으며 살아갔던 예술가이다. 그녀가 섹스라는 행위의 황홀경에 빠져 있는 요부의 이미지를 숨막히게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 스스로가 팜므파탈(Femme fatale, 요부나 악녀를 뜻하는 프랑스어)의 모습으로 살아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죽했으면 그녀의 성적인 탐닉과 쾌락적인 욕망에 대해서 첫 남편인 타도이츠는“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라는 표현을 했을까.
렘피카가 그리는 여인의 나체는 어느 명화에서도 표현하지 못한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 그 주름살 하나 없는 여체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때문에 정교하게 실재의 여인을 그린 듯 하면서도 환상속의 여인처럼 몽롱한 느낌을 전한다. 벗어버린 옷가지들이 무색할 만큼 여인의 나신은 순수하여 그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마치 갓난쟁이 아이의 몸처럼 말이다. 선악과를 따먹었을 때 우리는 이미 벗은 몸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아버렸지만 그 부끄러움 안에는 어쩌면 자신의 마음을 거짓 없이 드러내는 순수함에 대한 낯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때로는 적당히 살이 오른 그 모습에서 극과 극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아이의 순수함과 동시에 악마적인 아름다움을.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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