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을 두 번 연임한 반기문 전 총장이 10년 만에 1월 12일 귀국했다. 꾸준히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어 왔던 그의 귀국은 많은 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걸게 한다. 총체적 난관 속에 빠진 작금의 대한민국 국가적 상황 속에서 반 전 총장은 정치적 권력의지를 피력하며 자신의 역할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직업 외교관으로서만 자신의 대부분의 삶을 살아 온 정치의 문외한이다. 진영논리와 이전투구의 한국 정치 풍토에서 그의 정치적 야심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다음 날 13일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현충탑에 분향 묵념한 후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과 참전용사·순국선열 등의 묘역을 찾아 ‘대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14일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음성·충주에서 대권행보를 본격화했다. 고향인 음성에 있는 선친 묘소를 성묘한 후 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여 민생현장을 겨냥한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보수 진영의 ‘안보 감수성’을 자극이라도 하듯 15일에는 경기도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하여 천안함에 헌화·참배했다. 영호남 통합의 의미로 16일 경남과 부산 방문에 이어 17일 오전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호남으로 이동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팽목항을 방문했다.

18일에는 광주와 대구를 잇달아 찾아 영호남 국민 대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반 전 총장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광주와 호남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정착하는데 큰 역할을 한 시발점...민주주의의 원산”이라 말했다. 이후 광주 조선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포용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젊은이들에게 특강을 했다.

이어 여수 수산시장 방문한 후 발걸음을 옮겨 보수진영의 대표지역인 대구를 방문하여 ‘국민 대통합’의 메시지를 보냈다. 19일 대전을 찾아 국립대전현충원과 KAIST를 잇따라 방문하여 대선 행보를 이어갔다.

20일에는 서울로 상경하여 정세균 국회의장,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을 만나 정치인으로 변신한 ‘반기문표 정치 행보’를 연출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의 열흘간의 광폭행보는 ‘반-반기문 세력들’과 언론들에 의해 거의 매일 하찮은 시비걸이나 꼬투리를 잡히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단 반 총장의 행보에서 분명한 자신만의 메시지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물론 짧은 시간에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보여주기란 무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하고 헛도는 감을 넘어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연예인들의 화려한 이벤트성 자선행사와 같아 보인다. 국민들에게 미래와 희망이 담긴 실질적인 비전과 정치지도자로서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현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진영논리, 지역주의, 패권주의와 같은 구시대적 정치 공학적 패러다임 속에 갇혀있다. 여기에 ‘탄핵정국’에서 우리 정치판에 식상한 국민들은 새로운 국가정립과 새로운 정치리더십을 갈망하고 요구하고 있다.

반 기문 전 총장이 지향해야 할 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진보·보수의 이념을 초월하고 지역주의를 탈피한 민주적 정치세력을 규합하여 그야말로 제3의 길을 찾아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반 전 총장이 제시한 이런 바 ‘정치교체’는 설득력이 있다.

그는 “정쟁으로 나라가 더 분열되는 것은 민족적 재앙”이라며, 패권과 기득권을 청산해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이루자”고 했다.

‘안정 속에 변화’를 추구하면서 대통합으로 이어가야 패권과 기득권이 사라진다. 기득권이 정치권력을 잡으면 패권이 되고 패권과 기득권은 반드시 분열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우리 정치사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이제 반 전 총장은 정치 공학적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개헌을 포함한 자신 만의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선보여 한다. 곧 정치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권후보로서의 본격적인 대권가도의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특히 설 연휴 이후 특정 정당에 입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비전으로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면서 더 나은 정치 세력을 만들어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항에서 ‘정권교체’가 될지 ‘정치교체’가 될지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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