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제 귀이개(사진제공=문화재청)

[시사뉴스피플=김은정기자]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맹식)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30일까지 한 달간,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소장 V.L.라린)와 공동으로 연해주 남서부 라즈돌나야 강가에 자리한 스타로레첸스코예의 발해 유적 발굴조사의 첫 삽을 떴다.
 
스타로레첸스코예 유적은 발해의 지방행정구역 15부의 하나인 솔빈부(率濱府)의 옛 땅인 연해주 남서부 라즈돌나야 강가(옛지명 솔빈강)에 있는 평지성으로, 전체적인 모양은 직각삼각형(성벽 잔존규모 약 150m×30m)이며, 보존상태는 아직까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인근에 있는 라즈돌나야 강 때문에 성벽이 무너지는 등 성의 원형이 계속 훼손될 위기에 있어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성 남벽을 긴급 조사해 그 현황을 기록·보존하기로 했다.
 
9세기 무렵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며 동북아시아의 강국으로 위상을 떨쳤던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는 우리 고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유적들이 러시아와 중국, 북한에 걸쳐 있어 연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연해주는 다양한 고고학적 자료가 많은 발해의 옛 지역으로, 문화재청은 한민족 고대문화 복원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연해주 발해 유적 종합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러 공동발굴조사는 발해 등 고대문화의 실체를 규명하고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발해사 연구자료를 확보하는 유일한 창구인 셈이다.

지난 2015-2016년에는 연해주 남부 시넬니코보-1유적에서 말갈과 구별되는 발해 고유의 방식으로 쌓은 보루(堡壘, 군사 요새)를 발굴하였고, 7차에 걸친 콕샤로프카 발해 유적 발굴 등을 통해 전성기 발해의 국제교류 양상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발굴을 통해서는 스타로레첸스코예 평지성이 판축방식으로 견고히 쌓은 발해성임을 확인하였다. 성벽은 중심부를 판축기법으로 쌓아 완만하게 보축(補築, 성돌이나 성벽을 덧쌓음)하였으며, 보존상태가 원형에 가까운 편으로 추가 조사를 통해 발해인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자료의 발굴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이러한 판축 성벽은 발해 유적인 중국 길림성 화룡시 서고성(중경현덕부 유적)과 훈춘시 팔련성(동경용원부 유적)에서도 조사된 바 있었다.
  * 판축(版築): 판자를 양쪽에 대고 그사이에 흙을 단단하게 다져 성벽이나 담장, 기단 등을 쌓는 건축방식
 
한편 성 내부 조사에서는 지상건물의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석렬(石烈) 유구와 수혈(구덩이) 유구 등이 확인되었으며, 그 밖에 다양한 발해 토기, 귀이개, 입방체(立方體, 직육면체) 유물, 토제 어망추, 철체 화살촉, 조개껍데기, 물고기 뼈 , 멧돼지 뼈 등 당시 발해인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유물들도 다수 출토되었다.
 
특히, 족집게가 달린 특이한 모양의 청동제 귀이개는, 발해인도 현대의 우리와 비슷한 도구를 사용하였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유물로, 중국 발해 고분에서도 이와 유사한 은제 귀이개가 출토된 적이 있다. 입방체 유물 역시 발해 유적에서만 나오는 전형적인 발해 유물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출토된 동물 뼈 등 유기물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유물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내년에도 연차적으로 시행하여, 스타로레첸스코예 평지성과 그곳에 거주했던 발해인의 생활상을 복원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발해 강역과 문화의 실체를 밝히고, 사라져 가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기록‧보존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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