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요금은 안 떨어지고, 고객의 질만 떨어져

요즘 어디서든지“공짜 휴대폰”이라는 팻말을 쉽게 볼 수 있다. 공짜폰 전쟁이라 불릴 만큼, 과열된 경쟁으로 이동 통신사의 허리는 점점 더 휘어간다. 누군가는 지금이 휴대폰을 사는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짜폰이 당장 소비자에게 이익인 것처럼 보여도, 휴대폰 값이 요금과 부가서비스로 대체될 뿐이다. 공짜폰 전쟁으로 이동 통신사는 물론, 장기 소비자의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사례 : 5월 초 장 모 씨(26세)는 인터넷으로 공짜 휴대폰을 알아봤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모토로라 MS700을 1원에 살 수 있다는 말에 당장 전화해서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을 했다. 원래대로라면, 장 모 씨는 10만 원의 보조금이 있었기 때문에, 시중에서 약 46만 원하는 모토로라 MS700을 36만 원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공짜폰을 얻는 대신 가입 약정이 상당히 복잡했다. 36만 원의 휴대폰 단말기를 18개월로 분납하는 대신, 36만 원의 무료 통화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판매자는 요즘에는 단속이 심해 공짜폰이 규정에 어긋나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 모 씨는 뭔가 찝찝해 보조금이 5만 원 정도로 적은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판매자는 그런 사람들도 똑같이 휴대폰 단말기 가격만큼 무료 통화를 제공된다고 답했다. 이에 장 모 씨는 결국 보조금이 많은 사람만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 것이 아니냐며 안 하겠다고 했지만, 판매자는 그럼 5만 원의 무료 통화를 더 제공할 테니, 가입하라고 유도했다. 장 모 씨는 휴대폰을 구입했지만, 여전히 찝찝한 것은 마찬가지다. 무료통화가 바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내달 20일부터 들어오고, 무료통화를 이용할 때마다 1번을 누르고 상대 전화번호를 누른 뒤 우물 정자를 눌러야 통화가 가능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 모 씨는 공짜폰으로 가입자도 모르는 부가서비스가 가입되는 등의 사례를 많이 봐 와서,‘그 대신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나’생각했지만, 휴대폰 개통 후 부가서비스 여부를 검색해 보니, 폰안심 재테크 등의 부가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었다.

이통사, 3년 단말기 분납으로 메뚜기족 잡기 나서
이통사의 공짜폰 전략이“공짜폰을 줄 테니, 3개월 의무 사용과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라”에서“18개월의 단말기 분납을 조건으로 단말기 값만큼의 무료통화를 주겠다”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공짜폰 시장을 틈 타 의무 사용기간 3개월이 지나면 휴대폰을 바꿔 이통사를 변경하는 메뚜기족도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메뚜기족은 휴대폰을 되팔아 수익을 챙기기까지 한다. 번호이동으로 이통사를 변경해 공짜폰을 얻고, 3개월이 지나서 이통사를 바꾸지 않고 휴대폰을 바꾸기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10만 원 안팎 선으로 넘기는 것이다. 모토로라 MS700의 경우 번호이동을 하게 되면 공짜로 휴대폰을 살 수 있지만, 보상기변시에는 18만 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위법행위는 아니지만, 이통사는 엄청난 마케팅비를 내어 어렵게 유치한 고객을 다시 3개월 만에 뺏겨야 하는 쓴 맛을 봐야 한다. 그로 인해 이통사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18개월의 단말기 분납을 조건으로 제시하게 된 것이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의 법칙이지만, 현재 휴대폰 시장은 이통사를 자주 바꾸는 메뚜기족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통사의 바뀐 공짜폰 판매 전략에도 불구하고, 장기사용자가 누려야 할 혜택이 단기사용자에게로 가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공짜폰으로 인해 보조금이 적은 사람과 많은 사람간의 차이가 없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공짜폰 마케팅 전쟁으로 들어간 비용 부담 때문에 통화 요금이 떨어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휴대폰 시장의 엄청난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는 공짜로 휴대폰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장기 사용자의 요금 절감에 쓰일 돈이 질이 낮은 고객에게로 가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고객의 충성도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고, 장기 사용자만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공짜폰은 이통사와 소비자에게도 결국 피해
▲ 장 모 씨는 인터넷으로 모토로라MS700을 주문한 지 3일 만에 휴대폰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집계한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5월10일까지 번호이동으로 이통사를 변경한 고객은 총 384만899명으로 1일 평균 2만9545명에 달한다. 지난 해 1일 평균 2만 43명, 2005년 1만 5267명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수치다. 공짜폰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당근이 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이통사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질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입을 모아 공짜폰이 확대될수록, 이통사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기존까지 영상통화와 초고속 무선인터넷 등 3.5세대 이동통신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는데, 여기서 수익을 얻지 못하고 2세대, 3세대의 휴대폰 가입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공짜가 공짜가 아닐 수도 있다. 공짜폰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부가서비스나 요금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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