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표기 가능성 높아져

동해의 국제적 명칭을 둘러싸고 한 차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2002년에 이어 두 번째 큰 고비를 넘은 셈이다. 지난 달 11일 모나코에서 끝난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윈포드 윌리엄스 의장이‘해양과 바다의 명칭과 경계’(S23) 제 4판 초안 중 동해 수역을 빼고, 이미 합의된 다른 지역만 담은 제 1권을 우선 발간하기로 했다.

국제수로기구 총회(IHO)는 한국과 일본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해, 일본해 표기문제에 대한 해역을 획정짓는‘해양과 바다의 경계’(S23)4판 중 한·일간 합의되지 않은 동해부분에 대한 발간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지난 2002년 결정된 4판 초안대로 3판의 일본해 부분을 빈칸으로 남겨두기로 한 것이다. S23은 세계 지도와 해도의 공식 판본으로 이 기구가 제작 권한을 갖고 있다. IHO에 따르면 추후에 남북한과 일본 등 3자가 합의할 경우 동해 수역이 들어간 2쪽을 제2권으로 내는 방안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동해 수역의 명칭이 들어간 4판 발간은 한·일 양국의 합의 도출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는 앞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일본해가 국제 사회에서 확립된 명칭이 아니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인 이번 결론은 윈포드 윌리엄스 의장이 총회 석상에서 직접 밝힌 해법이기 때문에 더욱 무게감이 있다. 물론 우리가 당초 제안한‘동해/일본해’병기에는 못미치는 결과지만‘일본해’단독 표기를 고수하려는 일본 쪽 주장의 유효성에 대한 IHO의 문제 제기 측면에 있어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IHO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각 가맹국들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측은‘해양과 바다의 경계’3판에는 아직 계속해서 일본해 단독 표기로 돼 있는 만큼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시각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한국은 IHO의 제안을 지지했지만 일본은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명칭이라는 입장에서 반대를 했다. 또한 IHO의 이 같은 결정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달 10일 사이버 외교사절단‘반크’는“브리태니커 백과사전 2007년 CD판을 구입해 확인한 결과‘동해/일본해’가 같이 표기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혀 동해 표기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넓히는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세계지도웹사이트, 언론사 등에 이어 권위 있는 백과사전에 동해표기가 반영됨에 따라 그동안 반크를 비롯해 외교부, 국내외 민간 단체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내에서 이슈 돼야
사실 이번 결과는 일본에게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이 문제를 두고 국제 분쟁화하지 않고 일본해 표기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 정도면 설사 의제로 정식 상정되어 표결로 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양국 모두 표결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이번 총회에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IHO의 결론 보류 사태가 일어나고 보니 일본측도 긴장을 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2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을 번 셈이고, 그 사이 국제 사회에 이 문제를 이슈화 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그간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인식했던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일본 현지에서 이 문제가 이슈화 될 전망이다. 동해 표기에 대해 국내에서의 뜨거운 반응과 관심에 비해 일본은 사실 독도의 분쟁이 논란 사항이지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는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일본 내 지식인들을 상대로 이 문제를 이슈화 함으로써 일본인들에게 이 문제를 인식시키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우리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부여하는 당위성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잘 의식하지 못했던 것처럼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가 일본인들에게는 같은 입장의 문제라는 시각이 있어 향후 우리는 국제 사회를 상대로 동해 표기 문제를 인식시켜야 함과 동시에 일본을 상대로도 이 같은 시도를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철저한 이론으로 무장해야
동해 표기 문제는 외교통상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 국정홍보처 등 정부 여러 부처 기관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 우리는 비록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국제 사회에 동해 표기 문제 제기를 민간 차원에서 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그 파급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 IHO의 결정에 힘입어 공식적인 당위성을 지니게 된 만큼 국민적인 관심과 정부 차원의 지원 조달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영향력 있는 지도 작성 기관, 관련 학자, 정치지도자와의 유대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지식인들과의 합의를 통해 동해 표기의 당위성을 보다 논리적으로 접근해 국제 사회에 설득력 있게 동해 표기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막무가내식 민족주의로 지적받았던 국민적 관심도 그 방향을 달리해서 감정적 대응이 아닌 이성적 논증으로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국제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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