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에 대한 별도의 규정 마련 시급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보험사기로 인해 부담하는 금액은 3만 5천원으로 조사된 가운데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사전에 계획된 보험사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각 보험사별 보험사기특별조사부서를 대상으로 보험사기 누수보험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1조 3871억 원으로, 이는 보험업계 전체 보장성 보험금 12조 5859억 원의 1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생보․손보업계별 보험사기 누수보험금 및 누수비율을 살펴보면 생보업계의 누수보험금은 약 6180억 원으로, 전체 보장성보험금 4조 8119억 원의 12.8%나 되며 손보업계의 보험사기 누수보험금은 7691억 원으로, 누수비율이 9.9%(보장성보험금 7조 7660억 원)로 나타났고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수수보험료는 생․손보 통틀어 2698억 원으로 전체 보장성보험료 23조 8596억 원의 1.1%로 집계됐다. 특히 생보업계의 경우 12조 2157억 원의 보장성보험료 중 고지의무위반 누수보험료는 1688억 원으로 누수비율은 2.9%이며, 손보업계는 보장성보험료는 11조 6439억 원, 고지의무위반 누수보험료 1010억 원으로 0.9%의 누수비율을 나타냈다.

이것이 보험 사기다
지난 10월 4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보험에 든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수억원의 보험금을 뜯어낸 혐의로 H씨 등 5명을 구속했다. H씨 등 5명은 지난 2006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5군데의 보험회사에서 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총 3억여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차선변경 법규 위반 차량들을 상대로 접촉사고를 내고 보험회사 직원을 협박까지 하며 보험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창원지검 특수부는 위장입원해 보험금을 가로챈 택시기사 34명을 적발하여 P씨를 구속기소하고 3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P씨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입원기간 택시영업을 하거나 개인적인 업무를 보기 위해 운전하는 등 7차례에 걸쳐 위장입원으로 치료비와 합의금 등 1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처럼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보험사고를 야기하거나 또는 보험사고가 아닌 것을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하여 사실과 다르게 신고하거나 위장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기에 해당하는 경우는 ▲사고발생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병원, 정비공장 등의 허위·부당 보험금 청구 행위, ▲피해 부풀리기 등 사기로 보험금을 허위·과다 청구하는 행위, ▲고의방화, 고의교통사고, 자해성 상해 등 고의로 보험사고를 유발하는 행위, ▲사고운전자·차량바꿔치기, 위장입원 등 보험사고를 위장 또는 날조하는 행위, ▲폭력배, 사기조직 등을 통한 보험금편취 협박 및 부당한 제3자 개입 행위, ▲기타 부당하게 보험계약에 따른 급여 등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 등이다.

다양화, 지능화 되는 보험사기의 유형
▲ 보험사기 사법처리 현황.
매년 급증하고 있는 보험사기, 갈수록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다. 다음은 대표적인 보험사기의 유형들이다.
▲고의 보험사고=지난 9월 인천 남동경찰서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상대방 보험회사로 4000여 만원을 가로챈 C씨를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2003년 7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인근 도로에서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를 이용해 차량 정체로 서행하던 중 급정거를 해 뒤따라오던 P씨의 마티즈 승용차가 후미를 추돌하자 상대방 보험회사에서 970여 만 원의 보험금을 타내는 등 같은 수법으로 모두 12차례에 걸쳐 보험금 4200여 만원을 타냈다.
▲보험사고 가공=지난 9월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검거된 S씨는 또한 지난 2006년에는 자신이 탄 차량과 후배가 운전하는 렌트카를 허위로 추돌하여 사고를 위장, 병원에 입원한 후 찾아온 보험회사 직원을 위협하여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667만원을 빼앗는 등 지난 2001년 중순부터 지난 2006년 12월까지 총 31회에 걸쳐 보험사기를 자행해왔다.
▲사고후 피해과장=서울 남부지검 형사5부는 경미한 부상이나 질병을 과장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는 수법으로 보험회사에서 모두 12억 6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보험설계사 L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K씨 등 2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L씨는 S생명보험 설계사로 근무하면서 2002년 8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모두 7차례 226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을 타냈으며, L씨와 함께 구속된 W씨도 비슷한 방법으로 2000년 9월부터 2006년 4월까지 6차례에 걸쳐 250일을 입원, 보험금 2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서로 수법을 공유해 일가친척들까지 보험사기에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K씨는 딸, 사위, 아들, 며느리, 남편, 조카, 언니 등 9명이 범행에 동참해 불구속 기소됐으며, J씨도 남편, 딸, 여동생, 아들, 남동생 등이 보험사기에 연루됐다. 이들 중에는 계단이나 러닝머신, 방 문턱에 걸려 넘어져 다쳤다는 등의 이유로 장인, 딸, 사위 등이 번갈아가며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일가족도 있었다.
▲운전자 바꿔치기=Y씨는 지난 2006년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이 친구 2명과 스키장에 가다가 경기도 양평에서 운전 부주의로 동승자 한 명이 사지마비가 되는 대형사고를 내자 자신이 운전했다며 보험사에 보험금 4억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윤씨는 당시 사고현장에 있지 않았으며 운전한 아들이 보험처리가 안되는 것을 알고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차량 바꿔치기=M씨는 지난 2006년 남자친구의 차로 횡단보도 보행자를 치어 중상을 입혔다. 보험처리가 안 되는 것을 감지한 M씨는 피해자를 사고차량에 태운 채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서 본인의 차량으로 옮겨 태워 병원으로 후송한 후 보험사에 보험금 5700만원을 청구했다.
▲사고 후 보험 가입=N씨는 자신이 소유한 벤츠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아들이 강변북로에서 가드레일을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평소 알고 지내던 G씨의 공업사에 비밀리에 입고시켜 덮게(호로)로 은닉하고, 같은 날 보험사에 자차 2,000만원 보험에 추가 가입, 실제 사고로 위장 재연하여 보험금을 청구했다.

생계형 보험사기 급증해
▲ 생명보험,손해보험사별 보험사기 현황.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건수는 15736건으로 전년 동기와 대비해 29.1%(3,543건)% 증가했으며 이와 관련된 금액은 1132억원으로 16.1%(157억원)이 증가했다. 유형별 적발 건수로는 운전자 바꿔치기가 4734건(30.1%)으로 가장 많고 사고 후 피해과장(16.7%), 보험사고 가공(15.9%)의 순이었다. 특히 보험사고 가공(2497건)과 고의 보험사고(1522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5%(997건), 45.4%(475건)이 증가했다. 반면 사고 후 피해과장(2625건)은 5.8%(162건) 감소했다. 이와 관련된 금액으로는 사고후 피해과장이 272억원(24.0%)으로 가장 많고 보험사고 가공(21.2%), 운전자 바꿔치기(16.1%)순으로, 사전계획적인 보험사고 가공(240억 원)이 전년 동기와 대비했을 때 114.6%(128억원) 증가했으며 사고 후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운전자 바꿔치기(182억원)와 사고후 보험가입(80억원)은 각각 전년 동기와 대비했을 때 15.3%(33억원)및 4.8%(4억원)이 감소했다. 보험사기자의 연령대로는 20대(1779명, 38.7%)와 30대 (1260명, 27.4%)가 보험사기자의 66.1%를 차지했으며, 특히 20대의 비중은 전년 동기보다 8.9% 감소했다. 40대 이상의 고연령층(1389명)이 전년 동기와 대비했을 때 129.4(780명)이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했다. 보험사기자의 직업으로는 무직(2702명)이 58.9%로 가장 많고, 봉급생활자(18.4%), 운수업종사자(7.0%)의 순으로, 운수업 종사자와 봉급생활자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50%(230명), 216.6%(574명) 증가했다. 특히 무직 등(58.9%) 및 의료업계 종사자(2.8%)의 비중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8.4%, 3.4% 감소한 반면, 봉급생활자(18.4%), 운수업종사자(7.0%)의 비중은 각각 8.7%, 3.6% 증가했다.

보험사기, 국민들 부담으로 이어져
생계형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선량한 시민들도 피해를 받고 있다. 각종 사고로 인해 장애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던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보험사에 의한 사생활 침해 피해를 받고 있다.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는 보험사들이 몰래카메라를 수시로 동원하기 때문이다. 6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O씨의 경우 지난 2005년 보험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항고심에서 무죄 판결로 풀려난 O씨는 보험사가 몰래 촬영한 동영상에 자신의 신체는 물론 속옷 바람의 부인 모습까지 담겨 있는 것에 분노하며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또한 보험범죄는 고의적으로 법을 어기며 발생시킨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으로 보험료의 인상요인이 되어 궁극적으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1인당 보험사기로 인해 부담하는 금액은 3만 5068원이며, 이 중 손해보험사기로 인해 부담하는 금
▲ 보험사기 연령별 현황.
액은 1만 8416원, 생명보험사기로 인해 부담하는 금액은 1만 6652원, 또한 한 가구당 보험사기로 인해 부담하는 금액은 10만 4212원, 1세대 당 보험사기로 인해 부담하는 금액은 9만 5283원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보험사기를 무거운 범죄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1994년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이 통과돼 연방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일부 주에서는 보험업법과 형법에 보험사기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형법에 ‘보험남용죄’를 규정해 사기죄 실행 착수 전 단계에 해당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나 중국 역시 형법에 보험범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사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형법에 일반사기죄를 보험사기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그 죄질에 비해 실제 선고형량이 지나치게 낮다. 현재 보험사기의 근절을 위해서는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으며, 열린우리당의 신학용 의원은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사고일 경우에는 금융감독원 보험범죄신고센터(1588-3311), 생명보험협회(02)2262-6600, 손해보험협회(080-990-1919)에 신고하면 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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