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앞두고 논쟁은 계속 된다

2009년 3월에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 즉 로스쿨의 개별 입학정원이 150명 이하로 최종 확정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은 150명 이하로 하고, 로스쿨 신입생을 선발하는 적성시험은 연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했다. 또, 로스쿨 총 입학정원은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 장관의 협의를 거쳐 교육부 장관이 10월 중 최종 결정했다.


지난 7월 3일 우여곡절 끝에 로스쿨법 제정안이 통과된 이후로도 여전히 로스쿨 시행에 관한 논쟁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의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다름 아닌 로스쿨 총정원이다. 시민단체와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로스쿨 비대위(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 도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는 필요한 법조인력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로스쿨 총정원은 최소한 3000명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그동안 변호사 3천명 배출과 국민의 법률 서비스 향상을 위한 로스쿨 도입을 주장하며 총정원 3천명 이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나 교육부는 총정원 규모를 2000명 확정으로 잡고 있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전국사립대총장단에서도 교육부의 로스쿨 총정원 2명 안의 수용을 거부한다고 밝히며. 사립대 총장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로스쿨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로스쿨 도입, 그 배경
▲ 하버드 로스쿨.
로스쿨은 변호사가 되기 위한 전문대학원 과정으로서 법률 이외의 학문을 전공한 학부 졸업자가 새로 입학해서 법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학 전문 대학원이다. 로스쿨 제도의 취지는 법학이라는 실학(實學)을 배우기 전에 실용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학문을 이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의 변천과 더불어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를 법적으로 처리할 능력을 갖춘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를 둔다. 로스쿨을 우리나라의 사법시장에 도입하려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사법시장을 개혁하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조인들은 특정한 계층을 형성하여 권력과 부를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해 12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그 중 200여 명 정도는 바로 판․검사로 임용이 되며, 1000여 명 정도는 신규 변호사로 개업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당연히 특정 법과대학이 법조계를 주름잡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결국 특정 법과대학이 사법시험에서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여 또다시 발전하는 기이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또한 현재 변호사 수가 많다고는 해도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법률서비스의 질은 매우 낮다. 변호사 수임료는 비싸지만, 이에 따른 변호사의 성의나 열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로스쿨은 법조인들의 족벌화 과정을 막고 변호사 시장을 무한경쟁으로 몰고 가서 변호사 수임료를 낮추고, 법률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또한 사법연수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로스쿨 도입의 또 다른 이유다. 사법연수원은 2년의 연수과정에서 1년은 이론수업을 받고 나머지 1년은 검찰청이나 법원에서 실무경험을 쌓게 된다. 2년의 과정이 끝나면 성적이 높은 사람은 바로 판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변호사로 개업을 하게 되는데 실무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이들이 판검사로서의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또 국가가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국가가 법조인을 양성함으로써 법조인들이 자신들의 방향과 시각을 잡지 못해, 과거 독재정권때도, 암울한 시기에도 법조인들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로스쿨을 둘러싼 논쟁 또 논쟁
▲프리 로스쿨=2009년 로스쿨 개원을 앞둔 시점에서 지난 9월, 고대는 프리 로스쿨제도를 신설하여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리 로스쿨은 로스쿨의 대비반 성격을 띠고 있어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고대 재학생은 이중전공의 하나로 프리 로스쿨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04년부터 이중전공을 의무화한 고대가 프리 로스쿨의 신설을 통해 졸업자들을 본교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 로스쿨에도 진학시키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화여대 역시 법대 예비과정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는 올해 국제학부를 확대한 스크랜튼 대학을 새로 만들면서 학생들이 전문 대학원 진출시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갖출 수 있게 맞춤식 교육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프리로스쿨이 법학과를 대체하는 성격을 띤다고 판단되면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교육부와 대학간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의 김정기 차관보는 “로스쿨을 인가받으면 법과대학을 유지할 수 없는 만큼 프리 로스쿨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이라며 “단순 프로그램이라도 변질된 형태로 법과대학 교육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로스쿨 설치인가 기준=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시행령에 따르면 로스쿨 설치 및 인가는 지방대학 발전과 지역 우수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하게 된다. 지난 10월 김정기 교육부 차관보가 ‘로스쿨 지역안배론’을 거론하자 서울 소재 대학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든 광역시와 도에 1개 이상의 로스쿨이 인가될 경우 지방에 설치되는 로스쿨의 개수만 해도 15개에 이르며 서울 소재 대학 중 인가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은 5개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20개의 서올 소재의 대학들 중 15개 대학이 로스쿨 유치의 꿈을 접어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하여 서울 소재의 대학들은 지역안배론에 묻혀 지방에 상대적으로 많은 로스쿨이 인가될 경우 서울 중위권 대학들이 로스쿨 설립 경쟁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높다며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제주대 등 10개 국립대학으로 구성된 지역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광역자치단체마다 요구되는 지역특화적 법․정책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최소한 1개 이상의 로스쿨이 설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로스쿨 운영사례
▲ 3개국 로스쿨 현황.
미국에서 판검사나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을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과정은 없으며, 이러한 역할은 법률대학원인 로스쿨(law school)에서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대학을 졸업한 뒤 로스쿨에 진학하여 학위를 취득한 후 Bar Exam(미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최근 많은 주(state)에서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ABA)가 정한 기준에 이른 로스쿨 졸업을 변호사시험의 수험요건으로 하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ABA)의 승인을 받은 로스쿨은 2006학년도 195개이며, 로스쿨의 재학생수는 대략 15만여 명으로, 이들은 졸업 후에 대부분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다. 로스쿨에서는 J.D.(Juris Doctor) 과정, LL.M.(Master of Laws) 과정, 그리고 J.S.D.(Doctor of Juridical Science) 과정의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J.D.과정은 로스쿨 학생을 법률가로 양성하는 기본 과정으로 전반적인 법 지식을 3년간 배운다. 미국인은 LL.M.이나 J.S.D.학위를 취득하기 전에 반드시 이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LL.M은 1년 과정이며 한국에서 법대를 졸업하거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코스이며, J.D.과정 중 18학점 정도를 골라서 수강하게 되며 수료자에게는 Bar Exam(미국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된다. J.S.D.과정은 가장 높은 학위과정이며, 일반적인 학문 분야의 박사학위에 보다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미국의 로스쿨 교수들 중에는 J.D. 학위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로스쿨에서는 박사학위 대신 법률 실무경험이 많고 유능한 사람이 주로 교수로 임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쿨의 학생 선발 기준은 크게 학생들의 학부 성적과 로스쿨입학시험(Law School Admission Test: LSAT)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 로스쿨들은 로스쿨 입학생들이 치룰 표준 시험을 위해 로스쿨 입학 위원회(Law School Admission Council: LSAC)라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202개 로스쿨이 참여한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였다. 동 위원회는 LSAT의 시험 주관 및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LSAT는 일년에 4회에 걸쳐 세계 각지의 지정된 시험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다. 시험 분야는 로스쿨 지망생들이 다양한 학문, 인종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특정 과목들보다는 로스쿨 학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는 독해력 및 논리력을 시험 과목으로 한다. 미국 로스쿨의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 가운데 3년간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3년간의 수업은 해마다 약간씩 변화하는 가운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문적이고 실무중심적으로 진행된다. 1년차 수업은 영미법의 보통법(common law)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기초적인 법이론들을 습득한다. 로스쿨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 과목으로는 헌법(constitutional law), 민사 절차법(civil procedure), 형법(criminal law), 계약법(contracts), 재산법(property), 불법행위법(torts) 등을 듣도록 요구한다. 특히 로스쿨 학생들은 매 수업마다 약 200∼300여 페이지가 넘는 판례와 관련 자료를 소화해야 하고 교수들은 판례의 의미에 대하여 소위 소크라테스식(socratic) 문답법을 통하여 학생들과 논쟁을 한다. 미국 로스쿨의 시험은 대부분 특정한 사건의 사례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을 다룬다. 즉, 시험 문제는 가상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질문은 간단히 위의 이야기에서 제기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들, 그리고 이와 같은 법적인 문제들에 대한 각 당사자들의 반론들을 정리하라는 것이 제시된다. 1년차의 기초 과정이 끝난 이후, 2년차부터는 각 학생들의 취향 및 앞으로의 진로들을 고려하여 전공 필수 과목은 거의 없어지고 모두 선택 과목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며 과목의 수는 세미나 등을 포함하여 거의 100여 과목이 넘는다. 로스쿨에서는 학생들의 교과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중점 분야들을 정해주고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관련 과목들을 택할 수 있도록 관련 과목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여 제공해 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65%는 변호사의 도움 없이 ‘나홀로 소송’을 하고 있고, 전국의 시·군·구 가운데 변호사가 한 사람도 없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 변호사 1명당 민사소송 건수는 189건으로, 미국(15.6건)이나 영국(13.8건)은 물론 일본(24.3건)보다도 월등히 많다. 다양한 학문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법률 교육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차원 높은 법률서비스를 싸고 쉽게 제공하도록 하고자 도입된 로스쿨. 대학과 실무 법조계들은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이 아닌, 로스쿨 도입 취지대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변호사 시험의 방식과 그 이후의 직역별 실무연수 방안 등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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