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신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우리는 창작이라 한다. 창작이라는 것은 거울과도 같다. 우리는 창작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 모습을 100% 이해하는 순간 창작의 의미를 알게 된다. 창작의 의미는 결국 절대자와 같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미지의 검은 배경에서 작가 고유의 감성에 의해 은닉된 존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신성아 기자

도발적인 매력‘창작연극-육분의 륙’
그들만의 펜트하우스, 그들만의 파티,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펜트하우스. 극소수의 노블레스 2,3세들만이 교류하는 은밀한 사교클럽. 그곳에 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파티가 벌어진다.“세상을 굴리는 힘은 3%지, 불행히도 우린 그 3%야!”영화배우 유지태가 원안 작성, 제작, 출연이라는 1인 3역을 맡아 화제가 된 연극 <육분의 륙!>. 이 연극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흔히 재벌이라고 생각하는 상류사회에 속한 사람들 틈에서도 이복형제와 이복 사촌 등과 같은 지저분한 혈연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제목‘육분의 륙’은 리볼버 총탄의 여섯 구경인 6의 의미와 수학적으로 분모 분자를 약분하면 1, 100%의 확률을 나타낸다. 그리고 죽일 륙(戮)자를 통해 작품속의 비극을 암시한다. 복잡한 가계도에 따라 엮어진 그들의 관계는 혈육일 수도 있고, 그냥 단순히 비즈니스 상대일 수도 있다. 아버지의 49제에 벌어지는 살인극, 그 중심에는 정민부(유지태)가 있었다. 러시안 룰렛 게임을 제안하는 민부, 모두가 죽느냐, 사느냐 둘 중 하나의 결과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여섯 명 중에 민부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바라고고 있던 그의 애인. 이론적 확률 상 룰렛게임에서는 단 한 발의 총알이 들어있으므로 죽을 확률이 1/6이지만, 당사자에겐‘죽느냐, 사느냐’ 라는 결과밖에 없으므로 3/6이 된다. 하지만 민부는 처음부터 6/6을 인정하고 매번 죽을 각오로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긴다.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들이 어디선가 등장하여 짧은 대사 속에 자신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 때 조명과 배우의 카리스마가 날카롭게 관객을 파고든다. 연기파 배우들의 총출동으로 작품의 구성이나 각 캐릭터들의 성격표현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고, 민부의 외삼촌인 은복 역을 맡은 주진모의 깔끔하고 구수한 연기는 극의 어두운 분위기를 그나마 밝게 해주고 있다. 또한 연극에서는 처음 접한 사실성 짙은 피가 튀는 연출은 극을 좀 더 긴장감을 가지고 관객들의 시선을 잡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총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스릴을 만끽하게 해준다.“이젠 뭘 해도 심장이 뛰질 않어”사는 게 지겹고, 무뎌질 대로 무뎌진 사람들에게 이 공연을 권하고 싶다.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연‘마리아 마리아’
브로드웨이 작품의 홍수 속에서 당당하게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2003년 소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 창작뮤지컬 시장의 가능성을 선보인 화제의 작품이다. 또한, 2004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4개 부문을 석권(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극본상, 음악상)하여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6년 9월부터 10월에는 브로드웨이(LAMB’s극장)에서 공연되어질 예정이라 한국 뮤지컬의 독창성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LAMB's극장은 브로드웨이 최고중심가인 44번가에 위치한 극장이다) 뮤지컬‘마리아 마리아’는 예수를 제거하려는 바리새인의 동선과 예수를 유혹하려는 마리아의 욕망이 무대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한국적인 감성스토리를 보편성 있는 현대적 언어로 역동적이고, 감동스럽게 표현하고 있는‘마리아 마리아’는 뮤지컬계의 대모 윤복희와 독일과 일본이 극찬한 천재적인 음악감독 최무열이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의‘지저스 슈퍼스타’가 예수와 유다, 마리아의 이야기가 중심이라면, 이 작품은 예수의 이야기를 막달라 마리아를 통해 접근하였다. 예수를 유혹하는 창녀 마리아가 예수를 지키는 여인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기독교 예술작이 아니냐는 끊임없는 질문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마리아 마리아는 기독교라는 종교적 색채를 떠나 극에 몰입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예수를 기리고 그를 추종하게 된 어느 여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 된 마음을 깨달아 욕망을 버리는 가련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임을, 극을 보는 관객들은 어느새 점점 빠져들어 마리아의 슬픔과 아픔에 눈물짓는다. 특히, 주인공 마리아 역 강효성의 카리스마는 무대를 넘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지닌 목소리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그녀가 부른‘당신이었군요’는 많은 사람들의 귓가에 여전히 스치고 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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