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소프트 운영포기선언에 이어 공군게임단 해제위기 직면

최근 전국단위 아마추어 e-스포츠리그를 개최하고 e-스포츠의 정식체육 종목 지정을 검토하는 등,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듯하게 자리매김하는 듯 했던 국내 e-스포츠리그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e-스포츠 원년멤버인 한빛소프트의 게임단 운영포기선언과 함께 리그 흥행의 한 축을 맡아 왔던 공군 e-스포츠 게임단이 해체위기에 직면하면서 기반리그인 프로리그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2007년 4월, 세계 최초로 창단된 군 e-스포츠 게임단인 공군 에이스는 선수들이 워 게임으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프로리그에 참가, 공군에 대한 홍보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별도의 편제 없이 공군 전산 특기병으로 운영돼온 공군 에이스는 국방부 감사를 통해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받으면서 해체설이 불거져 나왔다. 아직까지 해체가 최종 결정됐다고 보기에는 다소 이른 상황이지만, 현재의 분위기로 봤을 때 존속이 어렵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관측이다.

협의 진행 중이지만 뾰족한 해결책 없어
공군 게임단은 그동안 e-스포츠의 상무팀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최인규, 강도경에 이어 e-스포츠의 아이콘 임요환이 공군 게임단에 입대해 활동했고, 다른 어떤 게임단보다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공군팀이 해체될 경우 20대 중반 군복무 후 선수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20대 중반에 군입대해 일반병으로 복무한 선수들 중 다시 선수로 복귀해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종이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받는데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국방부는 공군측에 팀 해체를 지시했으며 공군 측은 국방부와 팀 존속을 위해 운영 방향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병 모집이 취소되면서 당장 오는 9월 개막 예정인 프로리그 08-09 시즌 참가가 불가능해지는 등, 조기 해체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행 프로리그 규정상 8명의 팀 최소 엔트리를 채워야 리그 참가가 가능하지만, 신병 모집이 안 되는 상황에서 현재 10명의 팀원 중 3명이 오는 8월 제대하면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해 팀의 설 무대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편제 기능에 대한 지적이 나온 이상 향후 팀원들이 개인리그 참가 역시 힘들어질 수 있어 팀 존재의 의미가 사실상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 공군팀의 신병 모집이 취소되면서 벌써부터 SK텔레콤의 최연성, 박용욱, 삼성전자의 박성준, 이창훈 등 인기 선수들의 은퇴가 줄을 잇고 있다. 현재 e-스포츠팬들은 포털 사이트에 공군팀 해체를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진행하고 경기장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를 벌이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팀 존속 위한 긍정적인 대책 마련해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 e-스포츠협회가 팀 존속을 위해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e-스포츠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경기장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몰고 다닌 공군팀이 해체될 경우 리그 전반의 인기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공군팀은 지난해 창단 이후 한국 PR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군 이미지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며, “누구나 다양한 특기를 살려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해체 결정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군 에이스의 해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e-스포츠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한빛소프트의 게임단 운영포기선언으로 인해 e-스포츠계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트프3의 배급사였던 한빛소프트는 지난 2001년 한빛스타즈를 창단하면서 이듬해‘네이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우승 등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명문팀의 반열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김영만 대표가 제1기 한국 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는가 하면 이재균 감독이라는 명장과 박정석, 강도경, 나도현 등 걸출한 스타 선수를 배출하는 등 한국 e-스포츠를 이끌었다. 그러나 더 이상 게임단을 운영하기에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판단, 한빛소프트는 지난해부터 게임단을 인수할 업체를 조용히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영업 손실 외에도 e-스포츠의 회의적인 미래, 특히 e-스포츠의 여러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할 협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부분도 포기선언의 중요한 이유로 손꼽혔다. 전략위원회 간사인 KTF 매직엔스 김기택 사무국장은“프로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갑자기 나온 이야기라서 폭탄을 맞은 느낌”이라며, “하지만 원칙은 프로리그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각 게임단이 십시일반하면 이번 시즌까지 한빛스타즈를 운영하는데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그 용어가 탄생됨과 동시에 국내 스포츠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불과 출범 10년 만에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e-스포츠, 그간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업계의 긍정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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