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마라도와 함께 휴식과 문화의 장 마련

21세기로 들어선 지금, 지구상에는 약 6억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며 매년 약 6,000만 대의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제주도에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개인소장 자동차 박물관이 개관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은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부지 15만7000㎡, 건평 5000㎡ 규모에 대한민국 최남단 환상의 섬 마라도가 한 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인 독일의‘벤츠 페턴트카’, 전 세계에 6대뿐인 영국의‘힐만 스트레이트8’, 영국 왕실의 전용차로 쓰였던‘롤스로이스 실버스퍼’등, 좀처럼 보기 힘든 옛날 명품 자동차들을 비롯해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경비행기‘BD-5’까지 세계의 희귀차가 제주에 모였다.

보고, 배우고, 직접 운전까지
▲ 김영락 관장은“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는 불과 40년밖에 안 됐다”며, “박물관을 다녀가는 어린이들 중에서 미래 자동차 개발의 주역이 나온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는 소중한 바람을 내비쳤다.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에는 전 세계 27개 완성차업체가 제작한 클래식카 59대와 국산차 10대 등, 1890~1970년대 차량 69대가 전시되어 있다. 김영락 관장은“한국은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며, 자동차가 우리나라 산업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동차를 보고 배울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에 단순히 전시된 자동차만 관람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자동차의 역사를 배우고 자동차의 원리와 운전을 체험하면서 자동차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개관 이래, 다양하고 이색적인 자동차 행사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에게 특별한 즐거움과 배움을 제공하고 있는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은 자동차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휴식과 문화의 장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마라도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조망권을 갖고 있어,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산방산과 형제섬, 가파도, 그리고 마라도 순으로 일직선상에서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최고의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박물관 옆으로는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야외 산책로를 건립 중에 있어, 가족과 연인을 위한 또 하나의 소중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은 자동차시대별 4개관으로 구성되어있는 전시장을 비롯해 세계 자동차 역사를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로 볼 수 있는 영상관, 역사 속 명차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포토존, 어린이들이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어린이체험장 등의 폭넓은 공간을 자랑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개발의 주역 나온다면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에 전시된 차량은 김영락 관장이 지난 6년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직접 수집한 자동차들로, 김 관장이 1971년부터 운영했던 범우화학을 지난 2001년 한 외국회사에 매각하면서 박물관이 시작되었다. 경북 구미에서 30년 넘게 화학약품 사업을 했던 그가 자동차박물관과 결정적으로 인연을 맺은 계기는 2002년 미국여행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한 비행기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서부터 달나라에 갔다온 인공위성까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어린이들과 선생님이 관람하면서 열심히 설명하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기성세대에게는 자동차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고 익힐 수 있는 곳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대한 작은 보답 차원에서 자동차박물관을 설립하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그때부터 역사적 가치가 있거나 희귀한 차가 어디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라도 하면 그는 곧장 여행 가방을 꾸려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 등 세계 곳곳을 누볐다. 사진만 보고 호주 오지까지 달려갔으나 창고에 처박혀 있는 고물차만 구경하고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잊지 못하는 경험은 38년식 영국산‘암라사도 나씨’를 사러 뉴질랜드에 갔을 때다. 명함을 건네자 여든이 넘은 차 주인이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2만 달러를 깎아준 것이다. 한편, 차를 사는 걸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운반문제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처음엔 보험회사들이 차 가격을 매길 수 없다며 보험 가입을 거절해 배에 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차를 사러 간 나라마다 보험회사를 들락거리며 사정한 끝에 김 관장은 간신히 보험을 들 수 있었다. 그가 구한 클래식카 중 가장 비싼 차는 목재로 된 28년식‘힐만 스트레이트8’. 구입비 7억원에 운반비만 1억원 이상 들었다. 이처럼 소위 고물차를 사들이느라 돈을 써대니 아내와의 갈등도 빚었다. 김 관장은 이때‘돈은 영원히 남지 않지만 뜻 있는 일은 영원히 남는다’고 아내를 설득해, 요즘엔 아내도 클래식 자동차 수집에 같이 다닐 정도다. 차 한 대 한 대가 자식처럼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는 여생을 자동차박물관 운영에 전념하기 위해 아예 대구에서 제주도로 이사했다. 또한, 앞으로 전시 차종을 늘려 박물관을 키우고 박물관 옆에는 차량정비소까지 직접 만들어 수집과 복원, 보존을 동시에 해나갈 계획이다. 김영락 관장은“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는 불과 40년밖에 안 됐다”며, “박물관을 다녀가는 어린이들 중에서 미래 자동차 개발의 주역이 나온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는 소중한 바람을 내비쳤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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