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수도사업 민영화는 서민경제에 치명타 될 수도

지난 3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재정부 공공정책국은 민영화 중점 대상 공기업으로 88개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88개 중점 검토 대상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등 금융 공기업과 우리금융,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인터내셔(44,550원 650 -1.4%)널 등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강원랜드, 주택관리공단, 토지신탁 등 공공기관 자회사도 대상에 선정됐다.

민영화를 포함한 공기업 혁신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아젠다중 하나였고 국민의 지지도 상당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초기부터 공기업 혁신에 공을 들여온 것도 사실이다. 감사원을 통해 공기업의 비리를 치밀하게 조사해 당위성을 키웠고, 검찰도 몇몇 공기업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로 공기업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대국민 설득보다 사정기관을 동원한다는 비난이 나오기는 했지만 공기업 민영화가 핵심이 타격을 받지 않았다. 민영화 대상 자체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99곳에서 재정부 실무검토 착수시 88곳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50여곳으로 줄이면서 쇠고기 수입이나 대운하와 달리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수돗물 괴담과 같은 민영화 괴담이 있었고 노동조합의 반발 조짐도 있지만 이처럼 공을 들인 결과로 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산업은행 민영화는 이미 실행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나머지 공기업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방안 역시 방안 발표만 앞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기업 민영화 추진을 앞두고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보험 민영화의 위험부담

지난 5월21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건강보험 민영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전국 모든 병원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제도)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서 기획재정부는 5월11일, 주식회사형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 도입을 골자로 하는 ‘2단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고 건강보험공단, 즉 국가 건강보험제도를 민영화하지 않더라도,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고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결국 의료시장이 민영화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개방화와 관련한 굵직굵직한 현안이 총망라되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불신이 확산되자 연일 해명자료를 쏟아내며 적극 진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영리의료법인과 민간의료보험에 무게를 싣는 정부의 논리는 ‘공보험과 민간보험의 역할 분담론’이다. 현재 대다수 병원이 수익 위주의 운영을 하고 있지만, 의료법상으로는 개인 병원도 ‘비영리 사업자’다. 따라서 수익을 병원 바깥으로 가져갈 수 없게 돼 있다. 또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보장성은 60% 정도다. 나머지 진료비 40%는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이 40%를 보장하는 민간보험의 역할을 강화해 공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직은 민간 보험사들이 본인부담금 40%를 모두 보장하는 실손형 보험상품은 팔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비용의 ‘80%’를 보장해주는 이른바 ‘실손형 특약’상품을 대대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회사형 영리의료법인과 민간의료보험 상품이 확대될수록 국민건강보험은 위축되다가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민간의료보험이 커지면 본인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사람들이 병원에 더 자주 다니게 될 것이고, 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그러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더 낮아지고 결국 “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공보험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보험이 건강보험을 잡아먹는 꼴이 된다. 특히 고액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부유층일수록 건강보험료 납부에 대한 저항은 커지게 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건강보험 대신 민영의료보험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할 것이고, 건강보험은 극빈층만을 위한 시혜적 성격의 공보험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영리병원들도 “경제자유구역과 제주 국제자유도시에서처럼 우리도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을 권리를 달라”고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전국의 영리의료법인들과 자체 계약을 맺은 뒤 자기 회사의 보험 가입 고객만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판매하게 될 공산이 크다. 보험사와 전국 영리병원들이 서로 ‘돈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결국 폐지되는 운명을 맞게 될 수 있다.

미국의 의료보험 민영화 사례
▲ 수도 민영화의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그 공공성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틀랜드로 이민 온 한국인 K씨는 10살 된 딸아이가 갑자기 밤중에 복통을 호소해 긴급히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맹장염이라고 진단했고 곧이어 간단한 맹장수술로 딸은 금방 완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술비를 놓고 문제가 생겼다. K씨는 비록 의료보험은 없지만 맹장수술이 그렇게 대단한 수술도 아니고, 한국에서도 기껏해야 30~40만 원정도 하는 것을 떠올리며 큰돈이 들어갈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병원에서 받은 청구서에는 2만 달러(약 1800만 원)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간단한 맹장수술 하나에 2만 달러라니? K씨는 자신의 눈이 의심스러워 다시 청구서를 봤지만 숫자는 정확했다. 병원측은 K씨가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금액이 청구됐다고 했다. 미국에선 무려 4500만 명이 이런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전체 인구 2억9000만 명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갈수록 치솟는 의료비를 감안하면 의료보험을 들어야겠지만 보험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니 이도 저도 못하는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일수록 의료보험료는 더 비싸서 50대 이상은 한 달 의료보험료만 무려 1000달러에 달한다.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다치지 않기만을 하늘에 기도할 뿐이다. 미국 가정의 일 년 평균 의료보험료는 약 1만5000달러 정도로 평균 가구소득이 약 4만8000달러 정도(2006년 미국 인구센서스 조사)임을 감안하면 가계지출에서 의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가 넘는다. 미국의 유력지 USA 투데이는 미국 성인 5명 중 2명가량인 40%가 의료보험료 지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의료보험료가 갈수록 올라 힘들다는 사람들의 불평불만과 어려움은 갈수록 고조돼가고만 있다. 의료보험료가 비싼 것은 의료보험을 국가에서 관장하지 않고 모두 사기업들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논리는 의료보험도 기업들의 자유시장경쟁에 맡겨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경쟁을 하다보면 가격도 싸지고 더 나은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철저한 미국식 자본주의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사기업들이 의료보험을 맡다보니 당초 예상과 달리 기업들은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해 가격을 경쟁적으로 높였고, 이것이 의료비 인상을 부추겼다. 이처럼 사기업이 의료보험을 운영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미국뿐이다.

1인당 하루 수도 요금이 14만원?!
▲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사업 민영화가 과연 우리 사회의 열악한 수도현황을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처방인지 의문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연구기관 PAI는 강수 중 하천으로 흘러들어오는 양을 인구수로 나누어 국민 1인당 연간 물이용 가능량을 측정하고 있다. PAI는 이에 따라 1,000㎥미만은 물 기근국가, 1,000㎥이상~1,700㎥미만을 물 부족국가, 1,700㎥이상인 경우 물 풍요국가로 구분한다.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평균보다 많다. 하지만 높은 인구밀도와 강수량의 큰 편차로 인해 국민 1인의 실제 연간 물 사용 가능량은 1,550㎥다. 이로 인해 한국은 ‘물 부족 국가’로 구분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물 소비량은 점차 늘고 있고 공업용수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도 한국은 물이 풍부하지 않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1인당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은 OECD국가들 중에서 많은 편에 속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무척 저렴한 물 값이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정부는 미래에 닥칠 물 부족 상황과 상하수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상수도 관리를 민영화로 돌리는 방도를 채택하고자 하는데 환경부는 국내 상하수도 서비스 사업의 경쟁력 확보 및 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민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하루 수도 요금이 1인당 14만원이 될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 중의 하나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문제와 더불어 최근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인 수도사업 민영화 문제 때문에 생긴 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평균 수도요금은 1t에 577.3원이며 1인당 하루 사용하는 수돗물의 값은 평균 156원이다. 14만원은 현재 가격의 약 1천 배에 달하는 돈이다. 사실 하루에 1인당 수도 요금이 14만원까지 폭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14만원이라는 가격은 한국인이 1일에 사용하는 평균적인 물의 양 285 리터에 가게에서 판매되는 1리터 생수의 가격 500원을 곱해서 산출한 결과다. 씻고, 빨래하고, 요리하는 물의 가격이 마시는 생수의 가격 만큼 오를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이 소문을 ‘괴담’이라고 표현했다.

수도사업 민영화 사례
수도사업 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과연 괴담에 불과할 뿐일까? 이미 수도사업 민영화를 실시하고 있는 다른 국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상수도의 민영화는 먼저 실시한 나라들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며 4차 ‘세계 물 포럼’에서는 물 민영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인도네시아는 수도를 기업에 위탁한 결과 2001년 이후 매년 요금이 30% 이상 상승했으며, 기업에선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계속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994년 수도 시설을 수에즈라는 기업에 위탁한 이후 2년 간 수도 요금이 600%가 인상되었고, 이후 천만 명 이상이 물 공급 중단을 겪었으며 물을 찾아 고향을 떠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수도요금은 450% 오르고 기업이익은 692% 상승했으며,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책임자의 급료는 708% 올랐다. 그리고 공급정지는 50% 늘었다. 게다가 이질병은 6배로 늘어, 영국 사회는 민영화가 건강피해를 가져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은 최초 4년 동안 평균 50% 이상 물 값이 올랐다. 최초 5년간 단수 가정은 3배로 증가했고 94년에만 1만8636가구가 단수됐다. 잉글랜드의 경우 1989~1995년 요금 인상율이 106%에 달하여 이 기간 중, 물 공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50%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요금이 150% 상승하는 한편, 수질은 악화되었다. 인도의 케랄라주에서는 물독점에 항의해서 코카콜라사에 대항한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다. 가나에서는 물을 시장가격으로 파는 것을 강제하는 세계은행/IMF의 방침 때문에 빈곤층은 수입의 최고 50%를 물을 구입하는데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수도민영화와의 관계는 씌어있지 않지만, 멕시코의 마키라도라(미국경과 가까운 공업지대)에서는 음료수 부족으로 젖먹이나 어린이들이 코카콜라나 펩시콜라를 마시고 있다. 멕시코 청소년들의 비만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는데 심각한 비만의 주원인 중 하나가 바로 생수 없는 학교였다. 한참 뛰어 놀 나이에 깨끗한 생수가 공급되지 않으니, 애들은 그저 음료수를 입에 달고 살고, 그것이 비만으로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시장은 2007년 환경부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5조 48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민영화를 통해 국내 상수도 시장을 자유롭게 하고 외국계 물 기업에 의해 독점 당한다면 많은 외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민영화를 한다고 해서 상수도 시장의 질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상수도 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처음에도 많은 자본이 있어야 진입이 가능한 시장이기 때문에 진입 자체도 몇몇 회사만이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상수도 시장의 과점화 혹은 독점화일 것이다. 물론 KT 민영화 사례와 같이 긍정적인 결과가 이루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물은 인간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그러므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수도세를 이왕이면 비싸게 받으려고 할 것이다. 가난할수록 물값 상승에 따른 고통은 커지게 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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