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사뉴스피플 진태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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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튀니지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카이스 사이드(Kais Saied) 국가원수가 주도한 무소불위의 초대통령주의 헌법이 7월 25일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튀니지의 민주주의는 “아랍의 봄”이라 일컫는 전례 없는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하여 10년 만에 막을 내렸다.

2011년에 폭발한 이 민주화 운동은 튀니지를 포함한 모로코, 알제리의 북아프리키 지방인 마그레브와 중동을 뒤흔들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카이스 사이드 국가원수는 튀니지 야당이 정당성 없는 선거로 규정한 2021년 7월 25일 국민투표 이후로 사실상 개인의 권력을 합법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1년 전부터 튀니지에 예외적인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국가에 위험이 임박”했다면서 국가비상사태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번 국민투표의 승리는 쿠데타로 묘사되면서 2011년 이후 의회 중심체제의 해체를 위한 서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튀니지 개헌투표는 예외가 규범이 되고 독재가 법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약 27%)이 말해주듯이 이번 개헌투표의 정당성은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카이스 사이드 국가원수는 자신을 향한 저항에 귀를 닫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의 길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지난 10년 전의 ‘튀니지의 민주주의의 모델’에 대한 극찬과 부러움이 하루아침에 추락하고 말았다.

아랍-무슬림 지역이 태고의 비현실적 문화를 기반으로 한 아랍국가 지도자들의 폭정 때문에 국제적 비난을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자유와 존엄에 대한 열망은 서구인과 민주주의 국가들만의 특권이 아니라 보편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현 튀니지 집권세력이 지난 2011년의 “튀니지 봄”의 민주주의의 이상(理想)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역설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중 유권자가 “튀니지 봄”의 이상 중 하나인 사회적, 경제적 존엄성에 대한 현 정권의 메시지에 현혹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튀니지 국민들은 카이스 사이드 정권이 이미 이런 민주주의를 향한 이상들을 10년 동안 방치함으로써 국민들을 배신한 바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복잡한 당파적 결합에 얽힌 역대 정부는 사회적 불평등과 지역적 불균형을 개혁하는 데 완벽하게 실패했다. 특히 카이스 사이드 정권은 민주주의의 개념 자체를 왜곡하고 구시대의 산물인 섭리적 구세주의 신화를 부활시킨 장본인으로써 환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카이스 사이드 국가원수는 국민투표를 일종의 ‘백지수표’로 판단한다면 심각한 오판을 저지르는 것이다. 약 27%의 낮은 투표율은 경고음처럼 들어야 하고 힘에 의한 정부의 개헌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

아무튼 카이스 사이드 국가원수의 모험은 국내 및 국외에 매우 위험한 정치적 도박이다. 국가지도자의 역할은 국민통합을 우선시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튀니지 사회의 내부 균열을 악화시키고 국제무대에선 국가를 고립시킬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제리와 이집트-에미레이트 두 지역의 극점 사이에서 곤경에 빠진 튀니지는 국가적으로 추락을 하고 있다. 따라서 튀니지의 운명은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정과 정치지도자들의 각성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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