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코메리 박형미 대표이사

박형미, 이 이름 석 자는 이미 신화였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 장업계의 신화적 존재로 성장하기까지 그녀의 인생은 드라마틱 자체였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등을 떠밀며 어서 빨리 가서 그녀의 미(美). 절대적 아름다움을 확인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만난 그녀는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부유하듯 살아가는 뭇 사람들과는 다른 인물임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허스키한 목소리 속에서는 영웅호걸의 기상을 가지고 있고 그 기백은 남자들의 그것을 꺾기에 충분했다. 파코메리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전 세계를 아우를 비행을 시작하기 위해 그녀는 더 큰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상향은 어디일까?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사뭇 긴장한 마음으로 그녀 뒷모습을 상상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은 돌이 되어 흘렀다

▲ "나는 지금도 당신에게 나를 세일즈 하고 있다"
인터뷰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녀가 들어왔다. 마침 기자가 블랙과 골드라인이 빚어내는 심플하고 우아한 회사 분위기에 여느 명품화장품 브랜드 분위기에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이 느껴져 잠시 감상에 빠져있자 그녀가 당당한 사과의 뜻을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유인즉 화장품 회사의 CEO로서 아름다움을 대변해야할 자신이기에 화장을 좀 고치고 오느라 늦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마루타 같은 임상실험대상이라고 했다. 어렸을 적부터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녀는 언니들의 화장품을 몰래 가져다 별로 사람들이 들지 않는 방에 벽지사이에 귀퉁이에 발라놓고 몰래 쓸 정도로 화장품과 화장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연구이사가 놀랠 정도로 그녀의 화장품에 대한 감각은 남다르다. 콤팩트를 하나 쓰더라도 그 안의 퍼프(puff)차이를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화장품을 위해 태어난 여자라고 할 정도로 그녀는 모든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고 향기를 맡아보고 느껴본다. OK사인을 자신이 내려야 화장품이 시장에 유통될 수 있을 정도로 연구원들보다 화장품에 대해 더 잘 안다. 이렇게 열정적인 CEO와 그의 가족들이 3월 17일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회사는 작년 10월 17일에 세웠지만, 이 날 공식적으로 세상에 파코메리를 알리고 새로운 제품을 런칭하며 자신의 두 번째 자전적 에세이「그곳에 파랑새가 있다」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 날은 그녀에게 의미 깊은 날이다. 그녀의 신화가 시작된 토큰 3개를 쥐고 처음으로 그녀가 장업계에 발을 내딛은 첫날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가 그것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기까지 그녀는 자신을 철저히 가꾸고 변화시키고 단련시켰다. 스스로에게 가혹한 시련은 발톱을 무디게 만들어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고, 고운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강한 톤으로 바뀌어 버렸다. 여자의 몸으로 남자들을 상대하고 겨루고 이기기까지 그녀의 눈물은 돌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곱디곱게 꾸미고 청초함만을 추구하는 것보다 그녀가 흘렸던 눈물 한 방울이 가장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는 미쳤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미쳤다고 말한다. 언젠가 딸과 함께 여행 중 미술관에 갔었는데 작품감상도중 예술가들이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겪고 먹고 마시고 뱉고 토하기를 반복하며 하나의 작품을 창조해 내는가를 느꼈다고 한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전 세계의 소비자가 어우러지는 비즈니스 역시 종합예술이며 대표이사가 된다는 것은 그 예술을 진두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미친 짓이다. 그녀는 미쳤다. 그녀의 미친 비즈니스는 세일즈에서 시작되어 세일즈에서 끝난다. 그런 그녀에게 세일즈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돌아온 명쾌한 답은 이렇다. 지금도 나는 당신에게 나를 세일즈하고 있다.

당신은 오늘 나를 찾아온 일곱 번째 화장품회사 영업사원입니다

결국에 세일즈는 자신을 판다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한 예로 과거에 A라는 상품을 팔다가 B라는 상품을 팔게 되었다. 소비자는 이미 A에 길들여져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B라는 상품을 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상품을 파는 것이 세일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다. 박형미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팔았다. 소비자는 A사나 B사를 산 것이 아니라 그녀의 상품성을 믿고 구입해 준 것이다. 그녀가 팔면 상품의 질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소비자들이 믿는 것이다. 이것이 세일즈라고 그녀는 자신 있게 말한다. 이렇게 자신만만한 그녀도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두 번째 자전적 에세이「그곳에 파랑새가 있다」의 내용 중 우물쭈물 보다는 뻔뻔형이 되라는 내용이 있다.(p184 no.28)“사람을 만나고 방문하는 것은 세일즈에서는 기본이다. 그러나 처음 낯선 장소를 방문하거나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공포감을 느낀 경험이 없는 세일즈맨들은 드물 것이다.??그녀 역시 방문의 공포를 느꼈다. 어쩔 수 없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선 오직 끈기와 오기뿐이었다. 빌딩 사무실 앞까지 가서 복도에서만 맴돌다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막상 상품가방을 꺼내도 입을 떼기가 창피하고 두려웠다. 그러기를 보름. 미리 준비한 사표를 가슴에 품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어느 사무실을 찾아갔다. 마침 혼자 있던 직원이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그녀에게??당신은 오늘 나를 찾아온 일곱 번째 화장품회사 영업사원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떠들어댔다. 그런 모습이 어이가 없었는지 우스웠는지 그 여직원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 사표를 제출하러 나간 회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첫 번째 주문이었다. 그렇게 방문의 공포를 극복하고 나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객의 유형에 맞는 맞춤형 세일즈를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공부했고 실험하며 노력을 몸에 익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진리이다. 세일즈는 자신을 파는 것이다. 그녀는 우물쭈물하기보다 뻔뻔하게 철저히 준비된 세일즈를 하라고 말한다.

파코메리와 나

그녀에게는 카리스마(Charisma)가 있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자신에게 매료되게 만든다. 강한 끌림. 이런 그녀의 카리스마는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으로 사람을 압도하기도 하지만 끌림 뒤에는 그녀의 정(精)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녀의 측근들은 그녀를 겉으로만 무서워한다. 사실은 친자매 같은 사이지만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그녀는 소주 한잔을 같이 할 수 있는 소탈한 사람이었다. 파코메리에는 그녀만 믿고 따라온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21개 직영점의 모든 직원들은 아무나 파코메리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는 곧 자부심으로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파코메리 명품을 취급할 수 없다는 마인드를 모두 공감한다. 그녀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각각의 개성과 이 모든 것을 잘 융화시키고 다양성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줄 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리더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고 또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원한다고 해서 시켜주지도 않는다. 그녀는 준비된 CEO이다. 변화의 흐름을 존중하고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녀는 이제 축제의 꽃을 피우고 시작했다.

뒷모습

길을 가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뒷모습을 남긴다. 뛰든 걷든, 다른 방법이든, 그 뒷모습을 책임져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이기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에는 진한 깊이가 담긴다. 그녀는 자신의 뒷모습을 알고 있다. 수시로 점검하며 돌아 온 자리 그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본다. 결과를 보는 과정은 항상 객관적이 입장에서 봐야한다. 주위에서 본인의 뒷모습을 점검해줄 수 있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누구보다 그녀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화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비극을 맞았다. 비극은 희극의 끝이지만 끝은 곧 시작이다. 다시 돌아온 그녀의 진실과 진심은 파코메리를 창조하는데 있어 그녀가 가진 전부다. 움츠렸던 파코메리의 날개를 펼치고 거침없이 비상하기 시작하는 그녀는 모두의 마음속에서 함께하는 희망의 파랑새였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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