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태유 논설위원]
[사진=진태유 논설위원]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2008년 4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를 공식적인 나토가입을 시도했던 미국을 좌절 시켰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우크라이나의 가입은 “열려 있지만 초대받지 못한” 어중간한 타협으로 끝났다.  

사실 독일과 프랑스는 러시아의 도발을 피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은 대서양 동맹이 분열된 것을 인식하고 부쿠레슈티 타협을 나토국가들의 약화의 징후로 해석했다. 4개월 후, 푸틴은 그루지야를 침공했고 6년 뒤에는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일부를 점령했다. 그리고 14년 후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 중에 있는 것이다.  

전쟁 중인 국가의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익숙한 카키색 옷을 입고 7월12일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서 열린 나토 31개 회원국 지도자들의 이틀째 토론회에 참여했다. 이번에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가 우크라이나 가입도 역시 지지하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스웨덴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의해 이견이 있었지만 곧 지지의사를 보여 조만간 가입이 가능할 듯하다. 하지만 정상회담 전날,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놓고 다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번에는 미국, 발트해국가들, 폴란드에 대항하는 국가들은 독일과 프랑스가 아니다. 폴란드, 발트해국가들, 프랑스를 상대하는 국가들은 오히려 미국과 독일이다. 프랑스는 실제로 최근 몇 주 동안 독일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자 우크라이나의 향후 가입에 유리한 나토의 동구국가들에 접근하는 변신을 보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아직 동맹에 가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군사 원조가 우크라이나 안전을 보장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나토에 가입할 후보도 아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하는 것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이다. 

엄밀히 말하면, 미국의 입장은 방어적이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 역시 이번 나토가 자동적으로 집단방위에 관한 제5조의 활성화로 이어져 동맹이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확산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전쟁 중에는 나토를 통합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군사적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의 공격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금 당장 전략적으로 나토의 통합을 요청하지 않는 대신에 서방의 군사 지원이 보다 공식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튼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빌니우스에서 열린 나토정상회담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나토식 체계로 변모하고 군사적지원도 약속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가 나토동맹으로 가는 과정에서 안보기반을 확실하게 다졌다는 안도감과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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