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에도 앞장...행복감 충만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스크랩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CEO를 보셨나요.” 취재원을 통해 들은 이 한마디부터 호기심이 발동했다. 관련업종이 사실 여성이 하기 힘든 직종이다. 지금까지 수천명을 인터뷰하고 만나왔지만, 여성 CEO를 본적이 없다. 왜. 스크랩은 여성이 하기 힘든 업종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5일 주인공인 ㈜도원리사이클링 김경희 대표이사를 만났다. 강인한 풍체와 외모를 생각했지만, 편견에 불과했다. 가녀린 외모에 뽀얀 피부가 돋보였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헤어컬러 뿐. 전형적인 여성의 미를 갖췄지만, 3남매를 키운 강인한 어머니이자,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여장부였다.

때론 강인하게 때론 섬세하게
김경희 대표이사는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다. 개인적으로 삼국지의 관우를 가장 좋아한다. 의리의 상징인 ‘도원(桃園)결의’를 생각해 사명도 ㈜도원리사이클링으로 지었다. 복숭아 과수원집 둘째 딸이기도 하다. 협력업체의 한 임원도 “김 대표는 처음보면 장비인데, 계속보면 관우같다. 앞으로 관우 생각하며 사업을 하시라”고 말한 일화도 있듯, 도원이 뜻하는 바대로 업계에서 의리와 정의, 신뢰가 불타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도원리사이클링이 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사실 김 대표이사는 스크랩업을 전혀 모르는, 전 남편이 15억 빚만 남겨둔 고물상을 맡게 되면서 업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전 남편의 부도로 살던 집까지 날아가 고물상 한켠 컨테이너에서 자녀들과 살았다. 어떻게든 현실을 이겨내야 했기에 불철주야 노력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동종업계 영업사원으로 취직해 3년간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일도 했다. 그의 강인한 정신과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실적을 내게 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게 됐다.
김경희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답을 찾자”를 되새기며, 전국 제강사를 탐방하며 모든 시스템을 익히기도 했다. 직접 해체장비를 운용하며, 관련 기술도 습득했다. 국내에서 몇 없는 ‘스크랩업계의 여전사’로 일어선 것이다.
여성으로 어려움은 없었나. 김 대표이사는 “남성들의 영역이다 보니 모든 것이 어려웠다”면서도 “이겨내고 나름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니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영업은 ‘섬세함’이다. 거래처를 방문할 때면 주변을 먼저 살피고, 사장의 신발을 눈여겨 본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장인지를 파악하려는 의도. 유무에 따라 매입단가에 대한 반응이 상이하니 그에 맞는 영업스타일을 추구한다. 평소 친밀감도 높아 거래처가 바쁠 경우 직접 포장을 도와주기도 하고, 때에 따라 회식에도 함께 참여해 거래처 직원들을 위한 선물을 주기도 한다.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에는 전국 산업단지를 돌면서 회사 연락처가 찍힌 물티슈를 나눠주기도 한다. 이같은 행보로 광주 쪽 거래처가 많이 늘었다고. 덕분에 회사 매출도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2022년 모범여성기업인’ 선정
김경희 대표이사는 경영에 있어 ‘기린아’로 통할 정도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연말에는 ‘2022년 모범여성기업인 시상식 및 송년회’에서 모범여성기업인으로 선정되며 경남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또한 제8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시상식에서 ‘자원순환기업대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단순무식’이라고 표현하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남다르다. 그의 특별함은 사회공헌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경남 거제에서 열린 ‘Beyond the Line展 브루노 초대 특별기획전’ 후원했으며, 부산경남연수원 CEO 명품 아카데미 21기 원우회 회장으로 원우들과 함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부산경남연수원과 공동으로 ‘함께 온(溫)’ 사회공헌활동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밑반찬 만들기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3월 마산합포구 월영동의 독거노인 세대를 위해 식료품이 든 재난지원물품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새생명복지회, 루프스를 이기는 사람들, 장기기증협회, 고운복지재단 등에게 지속적인 후원을 펼치고 있다. 

김경희 대표이사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을 봤기 때문인지, 함께하는 삶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면서 “딸 또한 같은 마음이 자리잡은 것 같다. 첫 월급을 루프스 환자에게 몽땅 기부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라며 “늘 선한마음으로 주위와 함께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을 만끽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재 업계의 애로사항에 대해 물었다.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힘든 일이 경매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싸게 낙찰을 받기 위해 건장한 청년들을 고용해 입찰자들을 막아 유찰을 시키거나, 입장을 못하게 막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리적 충돌이 있다면 경찰에서도 손을 쓰겠지만...” 안타까운 외침을 연발했다. 이어 “사세 확장을 하고 싶어도 현재의 환경법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부산과 진주처럼 스크랩업체를 위한 공단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자원순환은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사업인데, 장려는 하지 못하고 옥죄기만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도원리사이클링 하치장 부지의 경우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법에도 아무 지장이 없는 상황임에도 인근 마을 이장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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