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진태유 논설위원]
[사진= 진태유 논설위원]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살인과 학대에 연루된 국제 사법 재판소의 체포 영장으로 인해, 8월 말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 회담과 9월 9일과 10일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 회담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9월 13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동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일대일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는 독재에 의해 통치되는 국가 자체가 무기고인 병영국가 북한에 부득이하게 손을 내미는 형국이 됐다.  

주로 서방국가들에 의해 배척을 받게 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여 년 전 집권한 이래 핵무기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를 보여 별로 명예롭지 않은 지위를 누려온 김정은 북한 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포함하여 맹목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할 수 있는 매우 드문 나라들 중 하나이다. 거의 자급자족해 살아가는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와 분명히 군사적인 목적을 위한 기술 협력뿐만 아니라 식량 원조, 금융통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푸틴-김정은 회담을 통해 북한의 탄약과 무기가 러시아 지원에 사용된다면 이러한 필연적인 동반자관계는 푸틴과 더 나아가 러시아의 무기산업에 약점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산 무기와 탄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군대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지원물자가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탄약 보유의 현실이나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장비의 호환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의 국제적 제재 때문에 실현이 가능할지 의문스럽고 북한이 2010년 한국 연평도를 겨냥한 포격에서 높은 실패율을 보인 봐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유엔기구에서 러시아에 찬성표를 던진 소수국가들을 훨씬 뛰어넘어 더욱 확장될 수 있는 폭력적인 반-서방 축의 현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G20 정상회의의 최종 성명에 중립성을 보인 것도 러시아를 더이상 자극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그렇다고 해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형편없는 전략적 계산에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7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한창 재개하고 있는 와중에 푸틴의 이란 방문은 이미 오랫동안 핵 확산에 반대하는 국제적 합의를 공유했던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등을 돌리고 적대적 행동으로 전환했음을 의미했다. 러시아는 거의 매일 우크라이나를 타격하는 이란 군사용 드론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국제적 합의보다는 푸틴의 야욕이 우선이었다.  

김정은과의 9·13 회담으로 러시아-북한 간의 정상화는 새로운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7월 말 세르게이 초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를 암묵적으로 정당화하는 핵무기가 포함된 군사 전시회에 참석한 평양 방문 이후 이번 정상회담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확산과의 싸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악화된 세계 분열의 잠재적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핵확산이 세계화로 이어진다면 블라디미르 러시아의 푸틴과 북한의 김정은은 세계역사의 원흉으로 후세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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