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공동선언문 확실히 이행 되어야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됐다. 하림은 계열사 팬오션(옛 범양상선)을 통해 HMM 인수를 마무리해, 벌크선사에 이어 컨테이너 선사까지 보유한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퍼지고 있다. 하림은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특히 하림의 자산은 17조원인데 반해 HMM은 25조8000억 원으로, 무리수가 크다는 의견이 팽배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해운업에 종사하는 선원의 복지증진 및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선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선원노동단체인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김두영 의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김 의장은 “새우가 고래를 먹는 것”이라며 “절대로 말이 안된다”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체질개선을 이뤘다지만, 규모를 볼 때 HMM을 경영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김두영 의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HMM의 매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HMM은 국가재정 투입으로 살려낸 국민기업이다. 하지만 KDB산업은행은 구조조정 기업의 민영화라는 명목으로 매각을 진행시켜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사자가 됐다. 문제는 하림그룹이 인수자금 대부분을 빚을 내서 인수한다는 것이다. 하림측의 자금조달 내용을 보면, 팬오션 유상증자로 3조원, 팬오션 보유자금 4600억원, 하림그룹 자금 3조7000억원, JKL파트너스는 자금 5000억원에 필요시 1000~2000억원까지 추가다. 여기에 금융권 대출 2조원이다. 2조원은 현재 시중금리 8% 적용 시 이자부담만 연간 1600억원에 달하는데, 과연 이자를 감당할 수 있겠나. 팬오션을 유상증자하면 일반 주주들과 국민연금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HMM의 유보금 10조원을 바라보고 인수를 추진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만약 하림에서 인수 후 유보금 10조원을 HMM의 비전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대한민국의 해운업을 벼랑으로 몰고 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진다.

Q.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관련한 견해는.
▼ 한진해운은 3,000억원이 없어 사라졌다. 당시 한진해운은 현대상선 보다 규모가 컸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해운동맹들은 “한국 해운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고, HMM을 받아주지 않아 부산항의 물동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선원들의 입장에서도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아, 오랫동안 실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등 고통 속에 살았다. 
이번 HMM의 매각이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되지 않을까 나 또한 염려된다. 하림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자를 감당할 수 있겠냐라는 것이다. 해운업이 호황일 때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재의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해운업이지만, 해운운임이 하락하면서 업계의 치킨게임이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해운동맹의 지각변동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HMM이 소속된 디 얼라이언스는 선복량이 가장 많은 하팍로이드가 이탈함에 따라 기존 물동량을 소화하기 어려워진다. HMM측도 선복량이 많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와중에 그 많은 이자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Q. 올해 (사)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의 화두는 무엇인가. 
▼ 배를 타려는 사람이 없다. 국내 외항 상선 해기사의 해외 유출도 심각하다. 이는 과거와 같은 매력이 사라진 것이 주요요인이다. 이에 선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국적선원 의무 승선제 도입 등에 대해 줄기차게 건의했다. 결실이 지난해 맺어졌다. 지난해 11월 6일 해양수산부와 노사정이 공동선언문 서명식을 가진 것이다. 2008년 노사정 합의 이후 15년 만에 나왔다. 주요내용을 보면, 올해부터 외항 상선을 4개월 승선하면 2개월 휴가, 선박 내 인터넷 이용 환경 개선 등이다. 사실 우리의 입장으로는 2030년까지 3개월 승선 후 3개월 휴가지만, 일단 타협점은 찾은 것이다. 선원기금 조성도 있다. 해운기업이 톤세 특례 적용으로 얻은 법인세 절감 혜택을 활용해 선원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한국인 선원의 적극적인 양성과 교육·훈련, 고용 촉진·안정화 사업 등에 쓰이게 된다. 
합의 사항이 잘 이행되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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