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 넘은 터무니 없는 공사비 요구

(사진=부산광역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 박화식 회장은 시공사들의 근거 없는 공사비 증액은 조합원들을 넘어 국민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부산광역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 박화식 회장은 시공사들의 근거 없는 공사비 증액은 조합원들을 넘어 국민들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사뉴스피플=공동취재단] 전국 곳곳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심각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데, 재건축·재개발 조합 측은 시공사들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공사들은 원자잿값이 올랐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광역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 박화식 회장은 “시공사들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자잿값이 크게 올랐고, 물가상승도 가파랐다는 여론 몰이를 이어가며 터무니 없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PF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조합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한탄했다. 

손해 볼 거 없는 시공사
실제 취재에 나섰다. 건설현장의 대표적인 자재인 레미콘이나 철근의 경우 2021년 이후 30% 이상 올랐다. 철근의 경우 최근 건설 경기 위축으로 10만원 상당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원자잿값의 변동 폭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 2년간 정부에서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지수를 보면 약 11% 올랐다. 건설공사비는 약 16% 올랐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보면 물가가 50% 상승했다고 하는데, 실제 정부 발표와는 차이가 매우 크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시공사와 협약을 맺은 협력업체들은 처음 계약 그대로 자재를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다. 샷시나 주방가구, 가전 등 모든 구비 물품을 인상 없이 납품하고 있다. 현장 인건비도 마찬가지다. 물가상승 분을 고려한 인건비 상승이 없는 종전 그대로의 품삯을 받는다. 그런데 시공사들은 물가상승분을 넘은 40~70%를 적용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화식 회장은 “조합과 시공사는 관리처분 단계에서 공사비 협상을 하고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다. 이후 조합 총회를 통해 조합원 동의를 받는다. 결정된 최종 공사비 및 물가상승률까지 포함해 본 계약을 체결한다”며 “시공사가 말하는 물가상승분도 고려했기에 현재와 같은 터무니 없는 공사비 인상 요구는 이자 부담을 져야 하는 조합의 불리함을 알고 억압하는 행위다”고 규탄했다. 
조합은 PF를 일으켜야 하고, 그에 따른 이자를 부담한다. 관리처분인가와 시공사 본 계약 이후에는 이주 및 철거 단계를 진행한다. 이주 단계시에 이주비를 조합에서 대출을 실행하게 되고, 철거 단계에서 기존 건축물마다 각각 추가적으로 해당 구청에 인허가를 득한 후 기존 건축물 철거를 진행한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사업비와 이주비, 공사비 등 막대한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조합원의 재산을 지켜야 하는 조합의 입장에서는 시간과의 싸움이 절대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시공사들의 횡포일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사진=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으로 인해 건설사와 조합 간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으로 인해 건설사와 조합 간 마찰을 빚고 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못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공사 갈등현장을 보면, 먼저 잠실진주조합의 경우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로 823만 원을 제시했다. 최초 계약 당시 공사비가 510만 원이었으나, 2021년 660만 원으로 인상한 상태였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공사비 증액과 공사 기간 등에 대한 조합원들 간 이견으로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부산진구 범천1-1구역은 기존 539만9000원에서 926만 원으로 72%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진구 촉진2-1구역은 기존 시공사의 터무니 없는 공사비 증액 요구로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했다. 
이는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상황으로, 이에 따른 분양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
박화식 회장은 “공사비 증액으로 시공사가 교체되고 있는데, 기존 시공사 요구보다 낮은 금액으로도 충분히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며 “그런데 기존 시공사는 정부안과는 다른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이유가 뭔가. 조합원들의 소중한 재산을 시공사들의 양심없는 잣대로 피해만 양산시킨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공사비 협상은 길게는 수년씩 걸리기도 한다. 그 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불필요한 이자를 계속 감당해야 한다”며 “시공사들의 천문학적인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달랑 한 장의 근거없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오고, 시간을 끌어 조합원들의 피해는 더 커지지만, 시공사들은 급할게 없다는 식이다”면서 “어쩔수 없이 조합분양 금액과 일반분양 금액을 높일 수 밖에 없어 분양에 대한 피해도 커진다. 분양 금액도 높아지고, 사업은 지연되고, 한시바삐 새집을 마련하고픈 국민들의 꿈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화식 회장은 “시공사들의 불합리한 요구는 전국 모든 사업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종의 담합으로 판단한다”며 “각 조합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국구 1군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부산을 넘어 전국의 조합들을 찾아다니며,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힘을 한데 모으고 있다. 그는 “조합원 외에도 일반 국민들의 피해가 갈수 있는 현상황에 대해 정부는 책임있는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전국 재건축, 재개발 조합이 단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발생되는 엄청난 피해는 결국 우리 전국의 조합원들 즉,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합리적인 공사비 인상은 감당하겠지만, 현재와 같이 40~70% 인상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박화식 회장은 전국 모든 정비사업현장에서 이러한 피해가 계속 발생하지 않도록 언제든지 연락해 주시기 바란다고 한다.
한편, 부산광역시 재건축정비사업연합회는 박화식 회장 주도로 발족됐다. 연합회는 전국 재건축 구역은 물론 재개발 구역까지 조합장과 추진위원장, 준비위원장들이 모여 정보 공유는 물론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협력업체와 상생하기 위한 전국적으로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9년 창립이래 현재 200여 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부산을 포함하여 서울과 경기도, 대구, 경남, 광주, 전남까지 전국 곳곳에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또한 조합장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자문역할에도 힘쓰고 있다.

(사진=HDC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사진=HDC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모습.)

취재를 하면서 한 조합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과거에 문제가 됐던 시공사들의 담합이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시공사들끼리 서로 들러리를 세워 계속 유찰시키고 결국 수의계약으로 몰고가 시공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담합과 들러리 업체 참여로 인하여 입찰금액을 터무니 없이 낮게 조정하는 행태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담합은 광주 학동 재개발 정비사업에서 드러났듯 부실공사로도 이어지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당시 부동산개발업체 운영자·전 재개발 조합장·건설업체 대표이사 등이 하나가 돼 부실공사로 이어졌고,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졌으며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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