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간고등어 류영동 대표

지난 2004년 한국갤럽 창립 30주년 기념 여론조사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40가지”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생선에 당당히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고등어. 이처럼 널리 사랑받는 생선임에도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고등어의 브랜드화에 보란 듯이 성공한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안동간고등어”이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 류영동 대표를 만나, 그의 섬세한 문화 경영과 사람을 위한 진정성 있는 경영 철학을 짚어 보자.

안동시 지정 특산품 1호 “안동간고등어”

▲ 류영동 대표
경상북도 안동은 대표적인 영남 내륙 지역이다. 이러한 곳에 뜬금없이 생선 브랜드라니, <안동간고등어>(http://www.godunga.co.kr)가 자리 잡을 초창기엔 의아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로부터 7년, 안동간고등어의 유명세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진정한 맛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법. 이미 2002년 미국현지공장까지 준공해서 안동간고등어를 생산중이다. 안동시 지정 특산품 1호다운 자랑스런 행보이긴 하나, 어떻게 바다생물인 고등어가 “안동”이란 이름자를 달고 안동시 지정 특산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안동간고등어는 다름 아닌 안동의 양반문화를 기반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이 본향이며 하회 류씨인 류영동(47)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유학의 예법이 가장 깊게 뿌리 내린 안동은 내륙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공경의 의미로 어른 밥상에 생선 한 마리씩 올리는 것을 예로 알고 지켜왔다. 귀했기 때문에 상에 오르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더욱이 타지방에서는 제사상 차림 때 금기로 삼는 고등어가, 안동문화권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생선 품목으로 올라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예부터 영덕 · 강구 · 후포 등 동해안 포구에서 잡아들인 고등어는 청송을 거쳐 안동에 도달한 이후 염을 하고, 문경새재를 넘어 충청도 일대까지 팔려나갔다고 한다. 냉장시설이 없던 당시에는 낙동강을 거슬러 전남 영광만 일대 천일염이 공급되던 안동지역에서 소금간을 해야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주요 수요자 층인 양반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마냥 짜기만 해서도 감칠맛을 낼 수 없었을 터. 이 과정에서 고등어만을 전문적으로 염하는 간잽이와 같은 직종이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처음부터 국내산 최상급 고등어만을 사용하여 지역 특산품의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던 점이다. 여기에다 안동과학대와 산학 협동으로 소나무 향의 살균 효과를 이용한 포장기술을 개발,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한 제품은 출시와 함께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이것이 문화 마케팅이다

류영동 대표는 지난 1999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 이후, 지방의 향토성이나 독특한 문화가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는 시대가 왔음을 포착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안동의 간고등어가 입소문은 탔지만 전국적으로 시판되는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게 되고, 간잽이 이동삼씨(66)를 스카웃하게 된다. 이는 치밀한 시장 조사와 사업의 향방을 점쳐 본 뒤의 일이었다. 그가 주력으로 밀었고 이미 성공해서 그 진가를 발하고 있는 경영 전략은, 다름 아닌 문화 마케팅이다. 그는 준비된 경영인이었고, “문화를 사업에 응용해서 표면화 하는 작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그는 내륙시장의 거점이었던 조선시대 때의 안동 시장 풍속도를 재현해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지역 문화 단체의 조언을 받아 전통 한복 차림에 풍물과 만장 행렬을 앞세우고, 영덕 강구항에서 안동의 챗거리 장터까지 150리 길을 소달구지로 직접 고등어를 실어 나르는 광경을 연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해, 간고등어의 육상 수송로를 그대로 재현한 문화 행사는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연히 언론은 전통문화에 관심을 보였고 그 효과는 적중했다. 또한 각종 매스컴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친숙해진 <안동간고등어>의 간잽이 이동삼씨 역시, 47년 째 고등어만을 염하고 있다. 이동삼씨의 이러한 전통성과 장인적 면모는 기업과는 별개로 또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는 <안동간고등어> 측에서도 바라던 일이다. 간잽이 이동삼씨는 <안동간고등어>의 움직이는 기업 로고이기 때문이다. 대개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지역 특산품 개발과 보급 그리고 장인을 내세운 공익 기능을 마케팅에 활용한 점은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자체적으로 맞추기 위한 유통구조 구축으로서의 프랜차이즈 사업 또한, 이런 성격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양반밥상’과 ‘구이마당’등 전통적 소재로서 이미지화 시킨 프랜차이즈 사업은, 일반인들에게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서, <안동간고등어>를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대주이기도 하다.

더불어 숲을 실현하는 아름다운 기업

지역 찬거리를 전국민의 밥상에 올려놓은 류영동 대표는, 특히 기업의 사회적 기능을 강조했다. 이미 지역기업 · 시민기업으로 자리 잡았을 때는, 더 이상 개인 소유가 아닌 사회적 기능을 수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게 그의 굳건한 신념이다. 그는 안동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자사 직원들과 함께 뛰고 있으며, 몸담고 있는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말라리아로 인한 병해가 많은 캄보디아에, 말라리아 약을 만드는 기술을 제공해 주기 위한 국외 자선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말라리아 약을 건네는 것만으로 그치는 지원이 아닌, 원료 재배부터 기술 제공까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지원을 생각하는 그의 따뜻하고 반듯한 마음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때때로 기업이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기업의 탓”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이 진정 아름답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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