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활주로를 타다.

미국이나 유럽 미술에 가려져 아름다움의 깊이조차 과소평가 받아야 했던 한국 미술이 베일을 벗고 조금씩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인정받아 조금씩 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한국 미술 발전에 공헌한 2006 광주 비엔날레엔 김홍희 총감독이 있다.

▲ 김홍희 감독
‘열풍변주곡’ 은 2006 광주 비엔날레의 주제이다. 아시아의 힘이 신비함에서 벗어나 본질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할 이번 비엔날레엔 그 취지답게도 ‘아시아의 눈으로 현대미술을 다시 본다.’ 라는 명목아래 동양 작가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서양미술의 기류에 밀려 그 존재조차 모호했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동양미술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광주 시민과 비엔날레의 네트워크, 그에 이어 비엔날레와 세계도시 네트워크는 사회,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 걸쳐 중심부로서 자리매김에 들어간 아시아가 던지는 경고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 작가 또한 28개국 105명중 12개국 52명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아시아 작가들이 태생적으로는 아시아인이지만 대부분 자국보다는 해외에서 작업하는 코스모폴리탄 작가들이라는 점은 해외도시 네트워크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인재개발 대안 공간 쌈지스페이스

젊은 예술인들의 문화공간으로서 개성적이고 특성적인 대안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는 대안공간은 주류나 제도권보다는 언더그라운드와 아방가르드 후원에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다. 얼터너티브 정신으로 지속적 변화를 추구하고 그것을 주체와 객체간의 상호 자극으로 승화시키기 위함이다. 또한 언더그라운드와 아방가르드와 대중문화가 만나는 접점에서 대안문화를 창출하고자 실험적인 청년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쌈지스페이스는 한국에선 처음으로 시도된 대안공간이다. 촉망받는 신인 작가들에게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과 전시관계자와의 교류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작가로서의 발전과 활동영역의 국제화를 위한 환경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어떠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한국미술발전에 공헌한다는 점과 한국의 신인작가들을 발굴해 그들을 통해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세운다는 점은 우리나라 미술 발전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김홍희의 페미니즘

한국 현대 미술을 세계화의 반열에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쌈지 스페이스의 관장이자 광주비엔날레의 총감독인 김홍희 씨는 한국과 해외의 현대미술 네트워크를 형성 시키면서 한국 미술계의 신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기혼여성이라는 장애(?)를 이기고 뒤늦게 미술사 공부를 시작한 김홍희 관장은 당시 백남준과 함께 미술 분야에서 비주류로 구분되어진 테크놀로지 아트를 연구하고 리드하여 현대 미술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페미니즘 아트와 테크놀로지 아트라는 타자성이 강한 음지미술을 양지로 끌어들여 소개하면서 비평가들의 비수와 같은 혹평을 이겨낸 그녀다. 어찌 보면 고집스러운 성격은 그녀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페미니즘 아트에 그녀는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여성의 능력과 특성에서 나오는 디테일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밥그릇 뺏기로 여기는 남성들의 생각은 여성들이 발전하기에 힘든 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인재들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일이라 말한다. “동, 서양의 구분이나 남녀의 차별, 또는 어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생각이나 개념들은 어떤 일을 발전시키는데 장애이다.” 라고 잘라 말하는 그녀다.

백남준과의 만남 그리고 테크놀로지

김홍희 감독은 뉴욕에서의 백남준과의 만남을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김감독은 그 인연을 백남준이 말한 존케이지와의 만남과 같이 극적이라고 표현한다. 우연한 기회에 백남준의 해프닝이 벌어진 ‘키친’이라는 곳에서 그의 작품의 조각에 사인을 받음으로써 그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그 후 백남준이 기획한 미디어아트에 큐레이팅을 하면서 그녀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뉴욕과 한국의 미디어를 연결시키는 전시를 기획해 한국미술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김 감독의 미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우리나라 미술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오는 9월 광주 비엔날레를 마치고 나면, 그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미술사를 책으로 쓸 것이라고 한다. 여태까지의 성과와 한국미술발전을 위한 그녀의 노력에 더해 앞으로 그녀가 이끌어갈 미술계의 놀라운 발전을 기대해 본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