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네 명 중 단 한 명만 살아남는다!

Review-헝거게임

하나. 모든 과정은 24시간 리얼리티 TV로 생중계된다.
둘. 시청자들은 마음에 드는 소년이나 소녀에게 돈을 걸 수 있다.
셋.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경기는 계속된다.

서바이벌+리얼리티쇼+로맨스

지난 달 개봉영화 <헝거게임>의 원작 소설 <헝거게임>이 출판되었다. 몇 년 전 일본영화 <배틀로얄>을 본 관객이라면 <헝거게임>의 소재가 그다지 새롭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두 작품은 모두 정해진 공간에 갇힌 인물들이 서로 죽고 죽임을 당하다가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는 생존게임이 모티브. <헝거게임>은 이러한 서바이벌 게임에 최근 유행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얹고 여기에 신데렐라 스토리와 로맨스까지 덧붙인 작품이다. 독자는 소설만으로도 충분한 박진감과 스릴뿐만 아니라 철학적 고찰과 달달한 로맨스까지 모두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헝거게임>은 영리한 대중소설의 교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헝거게임>은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도 제작되었다.

미래 독재국가에서 벌어지는 생존서바이벌
<헝거 게임>은 독재체제하의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식민지의 각 구역에서 뽑혀 온 스물 네 명의 소년소녀가 서로 죽고 죽인다는 설정의 이야기다. 각 식민지는 독재국가에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그로부터 독재국가‘판엠’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공포정치를 펼친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바로‘헝거게임’. 이는 해마다 12개 구역에서 각기 두 명씩의 십대 소년 소녀를 추첨으로 뽑은 후,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잔인한 유희다. 또 이 모든 과정은, 24시간 리얼리티 TV쇼로 생중계된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경기장에 던져지는 스물 네 명의 십대들에게는 식량도 물도 무기도 없다. 게임 운영자들은 독을 지닌 말벌, 함정, 불 등 갖가지 수단으로 참가자들을 공격한다.

영리한 대중소설
<헝거 게임>의 철저하게 불공정하고 냉혹한 싸움을 보면서 독자는 우리도 역시 거대한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 사는 세상 역시 불공정하고 독재적인 것이 사실이니까. 이러한 철학적인 담론을 분명 더욱 효과적이고 자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여기에서 멈추고 로맨스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헝거 게임>은 그 소재만으로도 리얼리티쇼가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관음증과 우민정책, 극한에 다다른 인간의 본성, 독재와 민주 등에 대해 더욱 심도 있고 상징적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있었으나 막상 중요한 지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물론 영리한 대중소설을 위한 선택이라면 그 선택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 사실 아쉽네 마네 하면서도 한 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헝거게임>의 엄청난 장점이니까.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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