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일대사 불러 독도탐사 철회 촉구
노 대통령 “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모든 사태 만반의 대비

독도주변 수역 탐사를 철회하라는 우리 정부의 단호한 경고에도 일본 정부는 수로측량을 위한 탐사선 2척을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돗토리현 사카이 미나토 외항에 정박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19일 오후 일본 사카이항을 나서 앞바다에 정박중인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가이요호(앞쪽)와 메이요호.(사진 국정홍보처)
20일 일본 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인 독도주변 수역을 탐사를 강행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우리 정부는 모든 사태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한편 외교적 해결을 위한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오전 9시 오시마 쇼타로(大島 正太郞) 주한일본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동해 도발시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전하고 탐사 철회를 다시 촉구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오시마 주한일본 대사를 우리 외교부가 소환한 것은 지난 14일 일본의 독도주변 탐사계획이 알려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지금 이 시점에서도 과거에 부당한 역사로 취득한, 말하자면 침략전쟁으로 확보한 점령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보니 단지 그저 화해하겠다는 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했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 취임할 때 동북아의 평화구조를 만들어보자는 간절한 소망을 가졌지만 별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9일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본이 탐사계획을 먼저 철회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엔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과 윤광웅 국방부장관, 김성진 해양수산부장관, 김승규 국정원장,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이상희 합참의장, 이승재 해양경찰청장,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서주석 안보정책수석 등이 참석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사안을 대한민국의 주권에 대한 도발적 행위로 인식하고 단호히 대처키로 했다”며 “특히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 문제 등 일련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면서 대응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이런 분명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탐사계획을 강행할 경우 어떠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 대책회의는 18일 저녁 여야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대응책을 협의했다.

일본의 독도주변 배타적경제수역(EEZ) 수로탐사계획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총괄하는 외교통상부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 탐사계획 철회 후 여러 협상 가능”

반기문 장관은 19일 브리핑을 갖고 “우리 정부는 모든 사태에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행위가 그간 일본이 취해온 일련의 역사왜곡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포괄적인 방법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우리 정부는 일본정부가 우리 EEZ 수역을 포함하는 금번 탐사계획을 자진해서 즉각 철회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일본이 우리측 EEZ 탐사계획을 철회하면 여러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 장관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우리 EEZ 수역내에서 수로 측량을 강행한다면 우리정부는 관련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정부에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선 국제법과 국내법에 의거한 정선과 나포 등의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만일의 사태발생시 불상사의 책임은 일본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한국 당국이 오는 6월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서 18개 해저지명에 대한 국제공인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수로탐사를 포기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일본측 의도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중이며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20일 말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지난 17일 라종일 주일대사와의 회담에서 한국 당국의 바다밑 지명에 대한 국제공인 추진 철회를 요구하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수로탐사 포기’를 제안한 바 있다. 야치 차관은 또 한국이 지난 4년 간 사전통보 없이 독도 주변수역을 탐사한 점을 지적하며 ‘수로탐사’시 사전 통보하는 제도를 만들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독도 주변 긴장 고조…해경, 정선·나포·검문검색 훈련

독도 근해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해양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해양경찰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해경은 일본 해상보안청 탐사선 진입시의 모든 상황에 대비해 정선·나포·검문검색 훈련 등을 실시했다.

해경은 또 이에 앞서 최대규모 경비구난함인 삼봉호(5000t급)를 비롯해 동해와 남해에 있던 경비정 20여척을 동해 EEZ 경계선상과 독도 근해에 분산 배치했다. 해경 초계기인 챌린저호도 강릉비행자에서 출동명령만을 기다리며 비상대기 상태다.

해경 관계자는 “측량선의 EEZ 진입에 따른 단호한 대응책 마련은 완료됐다”며 “일본 측량선의 EEZ 진입시 단혼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해상주권 수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간의 갈등관계를 중재하기 위한 미국측의 중재노력도 시작됐다.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지난 17일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을 만난데 이어 19일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양측의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일 갈등이 동북아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와 함께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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