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다,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

지중해는 난민들에게 ‘죽음의 바다’로 변해버렸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 국가들로 이주하는 난민이 늘어남에 따라 ‘유럽 난민 사태’라는 용어가 시작됐다. 2015년 4월부터다. 그때부터 적어도 2,000명 이상을 태운 5개의 배가 유럽으로 넘어왔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지중해에서 익사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유럽 연합 회원국은 132,405건의 난민 이주 요청을 받았으나, 23,295건만 받아들어지고 109,110건은 거부됐다. 유럽 내 많은 국가들이 난민 수용을 거부해왔으나, 2015년 8월 독일 정부는 시리아 망명신청자들이 독일에서 체류하기 원할 경우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발표했다. 그로 인해 며칠간 독일로 난민 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나 난민들의 폭발적인 유입으로 독일은 발표 며칠 만에 국경 통제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난민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나, 유럽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시급한 것은 공명한 사실이다.

800여 명 승선, 난민선 침몰
지난 4월, 리비아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 한 척이 리비아 해안에서 북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지점에서 침몰했다. 배 안에 최소 550명 이상의 난민이 탑승해 있던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됐다. 이와 함께 승객 약 300명이 갑판 아래 짐칸에 갇혀 있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있었다. 만약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배 안에 대략 800여 명이 타 있었던 셈이 된다. 당시 이탈리아 해상구조대, 몰타 해군 등이 수색 작업을 진행했으며, 28명이 구조, 24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카를로타 사미 유엔난민기구 대변인은 “배에는 10~12세 어린이들을 포함해 150여 명의 에리트레아인, 시리아인, 소말리아인 등 800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BBC,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난민선 침몰 사고는 배를 운항하던 선장이 실수로 구조를 위해 접근한 포르투갈 선박과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포르투갈 선박을 본 난민들이 배의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의 균형이 무너졌고 이 와중에 다른 선박과의 충돌까지 발생한 것이 전복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미봉책 난무, EU ‘난민정상회담’
한편, 이번 사고로 유럽연합(EU)의 소극적 ‘난민 대응’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EU는 난민 수색 및 구조에 대한 재원 증대, EU-이탈리아의 합동 국경 통제 임무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 부여, 인신매매단 선박을 소탕하기 위한 잠정적인 리비아 군사작전 등을 포함한 대응 방안은 내놓았다. 이에 지난 4월 23일, EU 각국 정상들은 긴급 정상회담을 열어 난민 문제 해결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AFP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 초안을 입수해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EU 각국 정상들이 합의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EU의 해상경비 작전 ‘트리톤’ 등에 소요되는 수색ㆍ구조작업 예산을 매월 300만 유로(약 35억 원)에서 900만 유로(약 105억 원)로 3배 증액한다. 2. 난민 구호를 위해 필요한 선박, 항공기 등을 추가로 투입한다. 3. 난민을 위한 임시거처 5,000여 곳을 마련한다. 4. 리비아, 시리아 등에 주로 몰려 있는 밀입국 조직의 선박을 철거, 파괴하는 EU 차원의 통합 군사작전을 진행한다. 5. 앞으로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하는 대다수 난민들을 본국으로 송환한다. 이에 국제엠네스티는 EU가 내놓은 성명 초안을 두고 “한심할 정도로 부족하고, 부끄러운 수준의 대응”이라 혹평했다. EU의 대책이 난민의 보호와 구조가 아닌 유럽으로의 유입 차단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아동인권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이뤄낸 합의로 문제 해결에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됐지만 유럽은 바다에서 숨지는 난민을 구조하기 위해 더 분명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지중해를 거쳐 이탈리아, 몰타, 그리스 등으로 유입한 난민만 36,000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EU가 이들을 수용하는 방편으로 내놓은 ‘임시거처 5,000여 곳’은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에 턱없이 비좁다. 또한, 난민 유입으로 인한 이탈리아의 불만은 해결되지 못할 것 같다. 이탈리아는 EU 회원국 중 난민들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Hot-Place’다. 이탈리아는 꾸준히 난민 구조와 수용비용에 대한 EU차원에서의 분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난민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북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비용 분담안은 번번이 무산됐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어느 하나 적극적인 대처는 나온 게 없다는 것이 지난 4월 정상회담의 총평이었다. 지난 2013년,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 해상에서 난민선 전복으로 300여명의 난민이 사망했을 때에도 이와 유사한 대응책이 논의된 바 있다. 2014년 4월에도 비슷한 논의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EU의 난민 대응책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절망의 길로 내모는 밀입국 브로커
국제이주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약 2만2천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는 난민 대부분은 아프리카인이다. 이에 반해 밀입국을 알선하는 브로커 대부분은 지중해 바로 밑에 위치해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리비아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리비아는 사실상 공권력이 부재한 상황에 놓였다. 밀입국 브로커와 밀입국 희망자에 대한 단속 또한 불가능했다. 이 틈을 타 아프리카 전역의 밀입국 희망자가 리비아로 몰리게 된 것이다. 밀입국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밀입국 알선이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밀입국을 시도하는 난민 대부분이 자국에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니 이들의 절박함을 악용한 밀입국이 성행한 것이다. 밀입국 브로커들은 난민 한 명을 선박에 태울 때마다 이들로부터 일정금액을 받는다. 선박에 사람을 많이 태울수록 돈을 더 많이 벌기 때문에 선박 정원보다 3~4배 이상의 사람을 태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과승 행위는 선박 안전성에 큰 위협이 된다. 또한, 난민을 태운 선박이 이탈리아 영해에 도착하면 밀입국 브로커를 포함한 선박 승무원들은 다른 배로 갈아타 리비아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탈리아 당국의 밀입국 브로커 단속을 피하려는 방법이다. 난민선은 그 이후 유럽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자동항법장치로 운항하고, 이 과정에서 배가 암초에 부딪히는 등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밀입국 선박 안에서 차별, 기아, 폭행, 살인 등 비인간적인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브로커들은 인종에 따라 난민들의 선박 탑승 위치를 나눈다. 피부색이 가장 검은 아프리카인을 탈출하기 힘든 갑판 아래에 가두기 때문에 비상상황 시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데, 만약 이들이 갑판으로 올라오기라도 하면 총을 쏴 살해하거나 배 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했다. 실제 지난 4월 19일 발생한 난민선 침몰 사고 때에도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 일부만 생존했으며, 갑판 아래 갇혀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익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U회원국 난민 재분배 합의 실패
지난 5월 27일,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로 들어오는 난민을 EU회원국이 분산해서 수용하는 비상 대책을 EU회원국에 제의했다. 이 난민 분산 계획은 당시까지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으로 들어온 40,000명의 난민이 대상이다. 시리아와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 중 이탈리아로 들어온 난민 24,000명, 그리스로 들어온 난민 16,000명이  추후 2년간 다른 EU회원국으로 분산 배치된다. 만약 EU회원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면 회원국은 난민 1인당 6,000유로(약 725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또한, EU는 난민 관련 예산을 충원해 앞으로 2년 간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 20,000명의 유럽 내 정착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이러한 EU의 계획에 EU회원국의 호불호가 갈렸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EU의 계획에 찬성 의사를 밝혔는데, 이들 국가 대부분은 유럽 내에서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국가에 속한다. 독일이 지난해 받아들인 망명자 수만 47,000명에 달한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등은 난민 분산 배치에 반대했다. 이들은 유럽 내륙에 위치해 비교적 적은 수의 난민이 유입되는 국가다. 이와 함께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등 3개국은 EU와 맺은 망명 관련 면제 특약을 내세워 난민 분산 배치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난민 수용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EU에서 진행하는 난민 분산 계획 표결에서도 제외됐다. 이들 3개국과 이번 표결의 직접적 이해관계국인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표결에서 제외돼 총 23개 EU회원국이 표결에 참여, EU의 계획은 회원국 다수의 승인을 얻어야만 통과된다. 이에 지난 7월 20일, EU 가입국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장관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장관회의에서 EU회원국들은 완벽한 합의에 도달하진 못했다. 사실상 합의 실패인 것이다. 일단 회원국들은 오는 10월부터 대상 난민 40,000명 중 32,256명의 재배분를 시작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나머지 8,000명의 난민 거취 문제를 합의하지 못하면서 전체 합의엔 실패했다. 회원국은 오는 12월까지 추가 논의를 진행해 나머지 8,000의 할당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후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겨졌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의 국가들이 난민 수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EU측은 스페인에 4,300명의 난민 수용을 요청했으나, 스페인은 1,300명의 난민만을 수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스페인 내무부장관 호르헤 페르난데스 디아즈는 “우리는 재배치 계획에 매우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이 조치는 난민들을 유럽으로 유입시킬 유인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또한 난민 수용 불가 입장을 고집했다. 과연 EU가 회원국들의 마음을 돌려 4만 난민에 대한 재분배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됐다.

국경으로 몰려드는 난민들
지난 8월 22일,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부터 들어온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마케도니아로 밀려들었다. 특히,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있던 수천 명의 난민이 마케도니아를 통과해 서유럽, 북유럽 등 (EU)로 향하고자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으로 모였다. 8월 20일, 마케도니아 정부는 밀려드는 난민들을 막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그리스와 접해 있는 남쪽 국경을 폐쇄했다. 그러나 한자리에 모인 난민 수천 명이 마케도니아 경찰 저지선을 뚫고 마케도니아로 진입하는 등 국경 차단이 무의미하게 되자, 마케도니아 정부는 이틀 만인 8월 22일 남쪽 국경을 재개방했다. 난민들은 현재 큰 제약 없이 마케도니아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마케도니아 정부에 따르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약 42,000명의 난민이 그리스에서 마케도니아로 진입했다. 난민 대부분은 마케도니아를 넘어 세르비아로 향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8월 22~23일 사이에만 약 7,000여 명의 난민이 마케도니아에서 세르비아로 넘어갔다. 이들은 세르비아에서 다시 EU회원국인 헝가리 국경으로 향할 전망이었으나, 헝가리 정부가 175km에 이르는 국경에 4m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난민 진입을 막았다. 난민들과 헝가리 정부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보였다. EU국가 전역으로 난민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 8월 2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회의를 갖고 난민 문제에 관한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6월 EU 정상회의 때 합의했던 ‘난민 재배치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자고 합의했으며, EU회원국의 연대를 촉구했다.

독일, “시리아 난민 다 받아주겠다”
지난 8월 2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난민 문제에 대해 논의한 직후, 독일 정부는 처음 발을 들여놓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어디인지 상관없이 모든 시리아 난민이 독일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자국의 시리아 난민 추방령을 전면 철회하며,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들에게 유럽연합 어느 국가에 처음 발을 들여놨는지 묻는 서류 작성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이러한 ‘통큰’ 난민 정책은 유럽연합의 난민 정책의 근간인 ‘더블린 규약(제네바 난민협약의 적용을 받는 난민이 처음 발을 들여놓은 유럽연합 회원국이 해당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해야 한다)’을 무력화하는 행동이었다. 애초 이 규약은 특정 국가에 난민들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유럽연합 회원국이 공평하게 책임을 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지로 유입되는 난민이 늘어나면서 그리스가 이탈리아가 책임져야 하는 난민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반면, 유럽 내륙에 있는 국가들은 더블린 규약을 들먹이며 자신들이 난민을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로 ‘그리스와 이탈리아’ 대 ‘기타 유럽연합 회원국’의 갈등 구도가 빚어졌다. 상황이 어찌됐건 독일이 더블린 규약을 무력화하고 자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더블린 규약을 준수했던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은 상대적인 압박을 느끼게 됐다. 영국도 그렇다. 지난 5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영국 총선에서 “이민자 억제를 위해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반(反) 이민 공약을 내세워 재집권에 성공했다. 지난 8월까지도 난민 수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유럽 내 이민 문제에 회피하는 모습으로 유럽 내에서 많은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독일은 이미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다. 올해에만 약 8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내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유럽 내 리더십 확보를 위해 과도한 난민 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반대 여론도 제기됐다.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지난 9월 2일, 한 아이의 주검이 발견됐다. 빨간색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해변 모래에 얼굴을 묻고 있는 아이 시신 사진이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이 사진은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전 세계에 공유되며 국제사회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올바른 대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이 아이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의 에이란 쿠르디(3)이다. 쿠르디의 가족은 IS의 공격을 피해 시리아에서 터키로 넘어와 이후 유럽이나 캐나다 쪽으로 이주를 시도하던 중이었다. 난민 브로커에게 두 차례 돈을 주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세 번째 유럽행을 시도하던 중 배가 뒤집혀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쿠르디, 쿠르디의 형(5), 쿠르디의 엄마가 목숨을 잃었고, 쿠르디의 아버지만 살아남았다. 사고 이후 거두지 못한 쿠르디의 시신이 파도에 떠밀려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것이다. 쿠르디의 죽음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그동안 난민 문제를 등한시했던 유럽 일부 국가들은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또한 이 비극적인 사진을 접한 후, “영국은 도덕적인 나라이며 우리의 도덕적 책임들을 이행할 것”이라고 기존 난민 수용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거둬들였다. 영국은 시리아 국경 지역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난민캠프 난민들을 자국으로 수용할 예정을 밝혔고, 이 사건을 계기로 독일과 프랑스가 강력히 밀어붙였다. 이에 ‘유럽연합 회원국에게 16만 명의 난민을 강제 할당하는 방안’ 또한 탄력을 받았다. 한편, 유럽연합 국가로 향하던 난민들은 유럽연합으로 통하는 관문인 헝가리에 이르러 잠시 주춤했다. 난민 수용에 관해 반대 입장을 보이던 헝가리 정부가 난민들을 헝가리 수용소로 이송한 후, 입국 자격을 갖추지 못한 난민을 모두 돌려보내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4일, 서유럽이나 북유럽으로 가고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기차역에서 노숙하던 난민들과 경찰의 충돌이 이어졌다. 헝가리 정부는 이들이 열차를 타지 못하도록 잠시 열차 운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분노한 난민 1,200여 명이 걸어서라도 서유럽으로 향하겠다고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을 시작했다. 교통 혼잡을 우려한 헝가리 정부는 결국 손을 들고 난민들에게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교통편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5일,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헝가리를 통해 자국으로 유입되는 난민을 제한없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 이후 약 1만 명의 난민이 오스트리아로 유입됐다. 이 중 3천여 명은 오스트리아에 남았으며, 나머지 7천여 명은 다시 독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많은 자원봉사자가 독일과 오스트리아 기차역에 나가 속속 도착하는 난민들을 환영했다. 이들은 따뜻한 환영 인사와 함께 음식, 옷, 그리고 아이들의 장난감 등을 나눠줬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는 도착한 난민들을 임시 보호 시설로 이동시켰고, 이후 간단한 절차를 거쳐 이들의 정착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끝’이 아니라 ‘시작’ 알린 독일의 난민 수용
독일 정부의 ‘시리아 출신 난민에 대한 조건 없는 수용’으로 매일 1만 명 가량의 난민이 독일로 몰려들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 하루에만 바이에른주 뮌헨역으로 약 12,000여 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난민 수용 결정으로 지난해보다 4배 많은 약 80만 명의 난민이 난민 신청을 하리라 예측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약 60억 유로(8조 원)를 난민 관련 예산으로 배정한다고 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중 절반을 각 지방정부에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각 지방정부가 쏟아지는 난민으로 한계 상황에 직면했고, 이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의 적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정치권 내 반대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기독사회당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는 현지 언론인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난민의 전례 없는 대량 유입은 독일을 오랫동안 괴롭힐 실수”라며 “독일이 곧 통제가 불가능해질 긴급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독일 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을 비판했다. 더불어 실질적으로 난민들을 수용하고 책임질 지방정부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였다. 메르켈 총리의 과감한 난민 수용이 유럽연합 회원국들 간의 난민 쿼터제 수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독일 정부는 끝없이 이어질 난민 수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독일 정부의 난민 수용 또한 임시방편인 셈이었다. 그러나 EU회원국 중 일부 국가(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들이 여전히 난민 쿼터제에 반대해, 유럽 내 난민 관련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독일은 난민 위기는 전례 없는 것으로 EU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결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위해 앞으로 EU 내 처음 발 디딘 국가에서 난민 처리를 도맡게 한 더블린조약 수정의 검토에 나서고, 그리스ㆍ이탈리아ㆍ헝가리 등 특정국가로 몰리는 난민 분산 대책으로 회원국 간 할당제 합의를 강도 높게 밀어붙였다.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사태로 EU가 분열 위기에 처했다. 난민 분산 수용을 둘러싸고 서유럽과 동유럽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빚었으며 이는 EU 통합과 연대의 시험대가 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난민 도착지인 그리스, 이탈리아, 헝가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EU 회원국들이 형편에 따라 골고루 난민을 할당해서 받아들이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동유럽 국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이는 유럽 통합의 이념인 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난민 유입을 저지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속속 국경 통제를 시행함으로써 EU 국가 간 자유통행 원칙이 위협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9월 22일 열린 EU 각료회의와 23일 EU 정상회의는 난민 대책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였다. EU 국경관리기관 프론텍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올해 사이에 난민 유입과 망명 신청이 10배나 증가했다. 2012년 EU 회원국에 대한 망명 신청자는 7만2천명이었으나 올해 들어 벌써 5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EU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은 올해 2분기에 EU 회원국에 대한 망명신청자가 21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유럽에 80만∼100만 명의 난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유럽의회 국정연설에서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로 들어온 난민 16만 명을 EU 회원국이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융커 위원장은 기존의 난민 수용 목표 4만 명에 더해 12만 명을 추가로 수용할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이를 EU 회원국에 강제 할당할 것이며 이에 대해 EU 각료회의에서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9월 14일 열린 EU 내무 및 법무장관 회의는 EU 집행위원회가 제의한 난민 강제 할당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9월 22일 다시 소집되는 EU 내무장관 회의에서는 타협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내다봤다. EU 집행위는 동유럽 국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강제할당 방식을 자발적 쿼터 수용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의할 것이라고 EU 관리들이 전했다. 즉 추가 할당 목표 12만 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쿼터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의 국가별 할당 인원은 해당 국가의 인구 규모와 국내총생산(GDP)을 40%씩, 실업률과 지난 5년간 난민 수용 규모를 10%씩 고려해 결정됐다. 그러나 논의 과정을 통해 독일, 프랑스 등 경제적 여력이 있는 대국에 더 많이 할당해 동유럽 국가 등 소국의 수용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쿼터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EU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 EU의 연대기금 지급을 보류하는 등의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각료회의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다수결 방식으로 난민 쿼터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에 난민을 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EU 내무장관들은 난민 할당을 위한 규칙을 만들고 아울러 망명 허용과 난민 송환 문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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