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결과는 새누리당 122석, 더민주당 123석, 국민신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막을 내렸다. 여당인 새누리당 참패, 제1야당 더민주당 무승부, 국민의당 승리로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 20석 정도 예상했던 국민의당의 돌풍은 민심의 향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거역(拒逆)의 표상이라 하겠다. 16년만에 여소야대의 구도가 되어 제3당인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서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책임질 임무를 맡은 셈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2월 1일 공식 출범한 후, 한 달이 지나서도 한 때 한 자리 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계속된 지지율 하락으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안철수 대표는 ‘양비론’ 외 뚜렷한 이슈가 없었고 당 지도부는 일치된 의견제시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필리버스터 국면에서는 존재감마저 상실하여 ‘있으나 마나한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더민주당이 비례대표 공천 논란과 ‘김종인 사퇴 파동’을 겪으며 지지율이 정체된 사이, 투표일이 다가 오면서 이탈했던 지지층이 다시 재결집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총선 결과 뚜껑이 열리자 광주-호남 유권자들은 친노-친문-운동권의 더민주당을 외면하고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반문재인정서가 호남지역에서 이심전심으로 작용한 점도 있다.

호남에서 총 28개 선거구 중 23곳을 승리했고 특히 광주에선 8개 선거구를 싹쓸이했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도 25%가량을 득표해 제1 야당인 더민주당에 신승했다. 안철수 신생정당이 태어나고 두 달 만에 옥동자를 낳은 전례 없는 이변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호남이 더민주당을 심판하고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은 혁명적인 사건에 견주 될 만하다. 호남 민심이 중도·온건 성향인 안철수계 인사들에게 호남대표의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은 이념정치에서 민생정치로 탈바꿈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이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은 국회 운영 과정에서 여·야 누구와도 대립·공조할 수 있는 실질적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국회운영의 결정권을 쥐게 되었다. 정치 공학적 의미에선 안철수 신당’은 야권재편과 대권경쟁에 중심축과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국민의당은 당의 정치적 노선을 분명히 하고 계파간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새청치의 통일된 의견이 필요하다. 안철수 대표는 이전서부터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여당성향 지지자들이 국민의당을 지지한 측면에는 안철수의 이런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스럽게도 현 국민의당 내부에선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다른 구성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잡탕정당’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호남에 지나치게 편중된 ‘지역정당’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국민의당이 지속적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선도하면서 정책과 국회운영은 민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잡탕정당’, ‘지역정당’의 굴레를 벗고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희망에 부응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책임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안철수 대표는 대권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새정치의 국민의 여망을 채울 수 있는 ‘정치적 콘텐츠’를 계발하고 과도한 선명성보단 실질적 변화를 추동하는 실천이 우선이다. 정리하지면 정치적 노선의 정립, 안보강화, 산업화-민주화 프레임에 벗어나 정보지식화 혁신, 투쟁의 가치보다 설득과 화합의 가치전이, 등 새 정치의 매뉴얼을 작동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권과 권력에 안주하려는 유혹에 빠진다면 2004년 충청권 자유민주연합의 말로를 재현할 수 있다. 국민신당의 돌풍은 구태정치와 결별하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승리는 우리 정치구조를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바꾸는 기틀을 마련했다. 20년만의 3당 체제는 다양한 국민의 요구가 타협과 상생의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두 거대 정당 사이에서 선명성 경쟁보다는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 독주 대신 ‘균형과 견제’의 정치를 지향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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