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함께하는 책 읽기, 의외의 찰떡궁합이 주는 묘미

(서울 마포구 상암동 '북바이북'에서는 맥주를 마시며 독서를 즐길 수 있다. /백지은 기자)

[시사뉴스피플=백지은 기자] ‘쏘맥’, ‘치맥’을 넘어 이제는 ‘책맥’시대다. ‘술 파는 책방’이라고 해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옆에 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공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SNS에는 ‘북맥시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맥주를 마시며 시크하게 책을 읽는다는 뜻의 합성어다. 책읽기가 진지하거나 고루한 분위기에서만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편견이 점차 허물어지기 시작하면서 독서를 한결 가볍고 감각적으로 즐기자는 정서가 짙어지는 추세다.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역 먹자골목 한참 안 쪽에 위치한 ‘북바이북’은 일주일 내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책맥’이라는 신조어를 처음 탄생시킨 이곳에서는 다양한 커피 메뉴와 함께 크림생맥주를 판매한다. 안주로 곁들일만한 카사바칩과 도넛도 있어 ‘낮술’ 한 잔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책 읽기에 최적의 장소다. 평일에는 방송국 밀집지역인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기존 서점의 나열식 분류와는 달리 ‘비즈니스 서핑’, ‘내 작은 회사 사랑하기’ 등 간단한 소제목으로 책을 분류해 누구나 손쉽게 관심 분야의 책을 찾아볼 수 있게 해놓은 ‘센스‘가 눈에 띈다. 책장 양옆으로 자리한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다. 대부분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이다. 근처 방송국 PD로 재직중이라고 밝힌 정모씨(33)는 “책과 맥주의 조합을 집 밖 조용한 카페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며 “대중들이 책을 읽는 공간과 방식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촌에 위치한 ‘꿈꾸는 옥탑’은 청춘들을 위한 ‘책맥’ 공간이다. 오픈한지 세 달 밖에 되지 않은 이 곳은 주변 대학생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독서와 토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픈 취지에서 시작됐다. ‘꿈탑’의 명당으로 통하는 창가 쪽 원목 바 테이블에 앉으면 신촌 거리를 한 눈에 내려다보며 분위기 만점인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근처 대학에 재학중인 이모씨(22)는 “처음에는 책과 술이 잘 매치가 되지 않았는데 막상 와보니 스탠드가 테이블마다 배치돼 있고 잔잔한 음악도 흘러 자연스레 분위기가 잡히는 것 같다”며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라 또 올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독서는 더 이상 혼자 ‘각 잡고’ 해야 하는 고리타분한 취미라는 선입견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지금 책과 맥주, 이 의외의 찰떡궁합이 주는 묘미에 열광중이다. 시나 에세이에 곁들이는 술 한 잔은 감수성을 자극해 한층 더 깊이 있는 책 읽기의 매개가 되어줄지 모른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북바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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