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시사진단

박상병 정치 평론가

 검경 수사권조정은 검찰개혁의 오랜 과제였다. 그럼에도 매번 말뿐이었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어지질 못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경찰의 1차 수사에 더 큰 힘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였지만 이렇다 할 동력을 얻어내지 못했다. 

검찰권력의 막강한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수처 신설’도 마찬가지였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고 이른바 ‘셀프수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오랜 과제였지만 이 또한 매번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권검유착’의 그 끈적한 욕망을 차단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신설이 문 대통령의 상징적인 대선공약이었으며 정부정책의 핵심과제로 선정돼 지금 한창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조정은 해당 기관의 의견수렴과 형소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공수처 신설은 이미 국회로 넘어간 상태이다. 

큰 변수만 없다면 검찰개혁의 큰 과제 두 개가 조만간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일단 손에 잡히는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어려웠던 개혁 과제였기 때문이다.

경찰, 또 기회를 놓치나

‘드루킹 특검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시간을 질질 끌다가 뒤늦게 합의가 되긴 했지만 이마저도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핵심 쟁점인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에 대한 수사 문제가 간단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선이라도 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요, 현역 광역단체장을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 핵심으로 꼽히는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과의 관계까지 불거졌다. 물론 법대로만 한다면 거칠 것이 뭐가 있겠느냐만 이래저래 권력 핵심부를 향하는 만큼 특검수사의 길도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루킹 측의 주장대로라면 김경수 후보가 2017년 12월 28일 직접 전화를 걸어 일본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했다고 한다. 불법적인 선거운동 대가로 센다이 총영사라니, 사실이라면 정말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내달 27일이면 공소시효(6개월)가 끝난다.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던 사연도 이와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경수 후보 측은 아니라고 하니 결국 수사당국에 맡겨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경찰은 이 사건을 올 초부터 수사를 벌여왔다. 민주당이 고발한 사건으로 접수를 받아서 수사를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인지 경찰수사는 상식 밖이었다. 드루킹이 ‘민주당원’이라고 실토했어도 경찰은 쉬쉬하면서 검찰에 송치했다. 그 후 두 주나 지나서 언론에 사실이 드러나자 그 때도 민주당원인지 ‘확인 중’이라는 말을 했다. 

언론이 다시 확인에 나서자 그 때에서야 경찰도 민주당원이라고 확인했다. 도대체 이런 경찰을 믿고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떤지 생각이나 해 봤을까 싶다.

경찰, 정말 왜 이러나
경찰에 대한 분노는 이뿐이 아니다. 압수수색 때 핵심 물증을 빠트리는가 하면 사건현장은 좀도둑이 드나들 정도로 방치됐다. 심지어 김경수 후보와 드루킹 김씨가 온·오프라인 등에서 잦은 접촉이 있었지만 경찰은 뒤늦게 확인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말 수사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결정적인 것은 지난 21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송인배 비서관과 드루킹의 관계에 대해 ‘몰랐다’고 밝힌 대목이다. 드루킹과 김경수 후보를 불러 조사까지 했던 경찰이 그 두 사람이 서로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지금껏 몰랐다는 것이다. 지난 4일엔 김경수 후보를 불러 23시간이나 조사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사실을 알고도 숨긴 것이라면 ‘나쁜 경찰’이요, 정말 몰랐다면 수사의지 자체가 없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도 예외가 아니다. 두 사람 간에 ‘의례적인 감사 문자’만 주고받았다고 했다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역시 자신도 ‘몰랐다’고 했다. 이것이 우리 경찰의 현주소라면 부끄럽다 못해 정말 참담한 심경이다.

경찰 스스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한 시점에 벌어진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실체와 그 배후라고 밝혔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며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이런 큰 사건에 임하는 경찰의 자세와 의지는 경찰의 위상과 정치적 독립성을 재정립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경찰이 조직의 명예를 걸고 엄정하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아니라 국민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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