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의 번성은 사회적 정신병 지표와 비례”
타락해 가는 오컬트

공포영화의 장르? 히틀러의 종교?

왜 오컬트에 빠지는가
본래의 오컬트란 단어의 뜻은 좋은 뜻이나 이것이 세월이 흐르며 심령학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종교관과 배치(背馳)되다보니 사탄으로 규명되고, 미신으로 치부되어 버렸고 또한 과거와 다르게 영적인 존재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현실도피성 수단으로 판타지를 접하게 되다보니 오컬트 본래의 뜻과 정반대로 흘러가게 되어 버렸다. 대중문화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생각과 행동, 삶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히 종교와 같은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대중문화가 무서운 마력을 구석구석에 뻗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 중 하나가 바로‘판타지’라 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일탈과 해방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판타지는‘해방구’그 자체다. 판타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영화, 오락, 게임, 드라마, 소설, 캐릭터 상품, 패션, 광고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꽃을 피우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판타지로 인해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이상 기류가 청소년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것이 바로 잘못된 오컬트(Occult), 사령문화에 대한 열광이다. 현재 오컬트문화는 마법과 주술, 신화와 우상 등으로 도배된 판타지를 등에 업고 TV나 영화 등 대중매체와 게임 등을 통해서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처럼 잘못된 오컬트문화가 활개를 치는 탓에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범죄가 이 오컬트 문화와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청소년들이 저지른 일련의 총기사건과 살인사건들에게서 발견된 몇 가지 공통점을 보면 범죄 동기 배후에 거의 예외 없이 오컬트, 판타지 문화의 영향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신촌 살인사건의 원인이 오컬트,‘사령카페’회원의 보복살인으로 알려져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잘못된 오컬트와 판타지의 덫에 걸려 자살, 폭력, 가출, 심지어 부모와 가족까지 폭행을 일삼는 등 각종 범죄에 빠져 들고 있는 것이다.
10대 잔혹 범죄…신촌 살인사건 부른‘심령카페’정체는
10대 청소년들이 대학생을 잔인하게 죽인 신촌 살인사건.10대 두명이 미리 범죄를 계획하고 피해자인 대학생 김씨를 인근 공원으로 유인해 흉기로 40여차례나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끔찍한 사건이다. 이 끔찍한 10대 청소년들의 살인사건 이면에는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사령 카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죽은 자의 영혼을 소환한다는 이러한‘사령까페’에 빠져드는 10대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촌 대학생 살인사건의 용의자 4명은 모두 인터넷 사령카페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었다. 사령이란 귀신, 즉 죽은 자의 영혼이란 뜻으로 사령카페에는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가입해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사령카페를 검색하면 공개된 것만 100개가 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포털사이트 사령카페엔 회원 수가 2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령카페 회원들은 주로 10대 청소년. 특히 여중생이 많다. 이들은 특정 주문으로 귀신을 불러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OOO/사령카페 회원, 14살 여중생 : 하얀 종이에 동그라미 그려 놓고. 연필 잡은 다음에 힘 빼고. 팔 부분 위로 올리면 그게 '손 빙의'가 되거든요. 그렇게 하면 저는 '손 빙의'가 됐었어요. (자주 되세요?)네 요즘 자주 되는데 가끔씩 오래 걸리면(사령이)잡아주기도 해요. (느낌이 어떠세요?)그냥 좀 찌릿하고. 뭔가 잡는 느낌이 들어요.(얼마 정도 걸렸어요? 시간이?) 저 3~4일 걸렸는데. 만일 착한 사람이면 1일 밖에 안 걸려요.]
사령카페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회원은 자신이 사령과 텔레파시를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OOO/사령카페 회원, 15살 여중생 : 뭐라고 해야 되지…. 소환(귀신을 불러냄)을 할 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게 믿음인 거 같은데. (말이 오나요?)사람마다 다른데요. 대화가 빨리 되는 사람도 있고.반년이 지나도록 대화 한 번 못한 사람도 있고.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별다른 일이 없었다기보다는 죽은 분들도 계시고…. 제일 처음에 소환했던 분들은 다함께 해요.((회원들끼리) 모임 같은 것도 해요?) 사령카페요. 한 번 모인 적이 있어요.]
사령 소환은 90년대 후반, 여고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여고괴담’이란 영화로까지 만들어진‘분신사바’놀이를 떠올리게 한다. 분신사바는 귀신을 불러낸다는 일본어 주술 주문이다. 문제는 분신사바 놀이에 비해 사령 소환의 중독성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안석균 세브란스 병원 전문의는“본성을 자극하고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자녀들이 실제로 그런 활동에 탐닉하는지 아닌지를 부모들이 발견해야 한다. 그 후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사령 카페의 폐쇄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령소환을 의심하는 사람에 대해선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필요 이상의 공격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살해된 대학생 김씨도 사령카페에 부정적이었다. 때문에 사령카페 회원인 자신의 여자 친구를 비롯한 용의자들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들의 눈을 도려내는 어머니, 어린이 피 뽑아 제단에 뿌리는 잔인한‘오컬트 종교’
멕시코시티와 인접한 한 도시의 경찰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다섯살 난 아들의 눈을 도려낸 어머니와 그의 몇몇 가까운 친지들을 검거했다. 이 사건은 일단 약물에 취한 일종의 종교의식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문제의 소년은 멕시코시티와 인접한 주의 도시 네자후알코요틀의 한 병원으로 후송됐다가 다시 헬리콥터로 수도의 전문병원으로 후송했다. 네자후얄코요틀 시의 대변인 페르난도 산체스는 이날 지나가던 경찰차를 한 사람이 막아 세우고 그 사실을 알렸으며 경찰이 그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어머니는 소년을 안고 쇼크상태에 있었다고 발표했다.“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소년의 얼굴을 본 경찰들은 안구가 하나도 없어 경악했다”고 산체스는 말했다. 검찰당국은 어머니를 포함해 8명이 검거됐으며 수사관들은 그 어머니 자신이 손가락으로 안구를 파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범행은 신앙의식의 일부로 행해진 것으로 보이나 최근 들어 악명을 떨치고 있는 오컬트 종교의 일환인‘산타 무에르테(죽음의 성녀)’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멕시코의 컬트교단이 숭배하는‘죽음의 신’에게‘생피’를 바치기 위해 10세 소년 2명을 포함해 3명을 살해한 죄로 컬트교단 간부 등 8명이 체포됐다. 이들 간부 8명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소년 2명과 44세 여성의 목을 잘라 혈액을 모은 다음 큰 낫을 든 해골 모습을 한 이른바‘산타 무에르테’를 모시는 제단 주변에 뿌렸다는 것이다. 산타 무에르테는 원주민 종교와 가톨릭이 융합된 멕시코 특유의 종교로 많은 교단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밀매인, 범죄조직 멤버이외에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히 신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컬트교단 간부 체포는 마지막 희생자가 된 소년은 지난 3월 6일 실종됐으며 그 소년의 가족으로부터 수색 요청을 받은 사법당국이 이 교단의 관련 여부를 추적해 교단의 간부 등의 진술을 확보, 그 외의 2명의 희생자도 밝혀졌다.
멕시코, 삶과 완전히 유리된 신앙 심각


흔히 오컬트는 초자연적이거나 주술, 예언과 같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믿고 신봉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믿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한다. 많은 스트레스와 높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오컬트에 빠지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오컬트 문화의 번성은 사회가 정신적으로 병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징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컬트 전문 출판사‘좋은글방’의 정은주 대표는“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오컬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음지 문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가 나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오컬트에 심취하게 되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부적응 등 개인적인 문제가 얽혀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자신의 이성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와 관련해선“오컬트는 차단이 불가능 하다. 인간의 본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억압하면 더 깊이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차라리 치유하는 형태로 가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서울신문의 보도에서 오컬트 문화 신봉자들의 범행에 대해“자신들의 믿음에 대해 무조건적인 결속력을 보이고 인정하지 않으면 강한 반감을 갖는 것이 놀랄 만큼 사이비 종교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강한 집단심리가 형성돼 있어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냉정하게 현실을 깨달은 뒤에야 자책감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4월의 마지막 날, 신촌의 한 공원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의 배경으로 오컬트 문화의 하나인‘사령 카페’가 지목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언론에 많이 소개된‘사령카페’가 오컬트 문화의 대표 사례로 알려지면서 단순히 죽은 혼령의 힘을 믿는 문화 정도로 많이 인식되고 있는데, 사실은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신비스러운 현상이 오컬트 문화를 이루고 있다. 200년간 수많은 선박과 항공기의 원인 모를 실종사고로 유명한‘버뮤다의 삼각지대’, 일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타로 카드’,‘점성술’등도 오컬트 문화의 한 종류이다. 물론 2012년 4월 신촌 살인사건의 배경이 되었다고 알려진 것과 같이 귀신이나 주술에 대한 믿음이 오컬트 문화 중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지점인 것은 사실이다. 초자연적 현상, 귀신 등을 믿고 때로는 그 힘을 빌리려 한 것은 인류 역사에 있어 시ㆍ공간을 막론하고 토테미즘과 샤머니즘 등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유난히 이러한 오컬트 문화에 관심을 보이고 매달리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대면하기 어려울 때, 도피의 수단으로 유행하는 현상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오컬트 문화가 중세의‘마녀사냥’과 같이 집단적 정신병리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NP>
박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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