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사하는 열 가지 것들
내 책상은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각종 소품들과 가득 쌓아올려진 책들. 굴러다니는 필기구. 또 하나의 복잡한 세계를 만들고 있는 그 공간에서 나는 글을 끄적이고 공상에 빠져들기도 한다. 때론 서랍 속에 물건들이 그득하게 들어있어 잘 열리지 않을지라도. 나는 내 책상을 너무도 사랑한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을 허락하는 그에게 감사한다.
책
나는 책이 너무도 좋다. 때로는 내 삶을 지탱해주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의 감촉이 너무도 사랑스럽고 오래된 책에서 피어오르는 시큼한 향마저도 너무 좋다. 글자도 모르던 꼬맹이 시절 아침에 눈을 반짝 뜨면 나는 책꽂이로 달려갔다. 그림과 글자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책에는 내 상상의 세계, 그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대견스러워 부모님은 나에게 조그만 책상을 사주셨다. 이제 책은 내 삶의 일부이다.
사각거리는 연필
사각사각. 연필을 쥐고 무언가를 쓰면 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는 나를 자극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쓰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내 능력이 따라가지 못해 화가 나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도 행복하다. 그래서 연필이 좋다. 자판의 탁탁거리는 소리와는 달리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에는 로망이 있다.
우리끼리 수다쟁이 가족
우리가족. 이 단어만으로도 가슴 속에 뭉클거리는 무언가가 피어오른다. 사소한 버릇까지 속속 알고 있는 그들은 내가 아니지만 마치 나인 듯 하기도 하다. 우리가족은 결코 수다쟁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끼리 함께 모이면 수다쟁이가 된다. 힘들었던 일이며 재미있었던 일, 별 거 아닌 일들까지 마구 쏟아낸다. 물론 함께 있어 힘든 일들도 있지만 함께 있어 더욱 행복하기에 나는 불만 없다. 낯간지럽지만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거겠지.
배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의 하나, 바로 배려이다. 배려는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아, 저 사람 지금 나를 배려하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상대방이 너무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 습관처럼 몸에 스며들어 있다. 때로는 그것이 나를 속박하기도 하지만 벗어나려고 못되게 굴어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나는 배려심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싶다.
시간

Sweet Family, 2006, silicone, oil on canvas, 91*72.7cm
그림제공/ 갤러리현대
밤
나는 불면증이다. 아주 지독한.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내가 지극히 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밤의 공기는 아주 차분하다. 같은 성분의 공기라 할지라도 밤이 되면 공기는 달콤해지고 아주 부드러워지고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나는 그 시간에 수많은 생각을 하고 때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밤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산책
혼자 조용히 걷는 것. 그 시간은 축복이다. 아침 공기를 맞으며 걷고 있으면 마치 온 몸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 하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걷고 있노라면 온 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깨어나고 어지러이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조금은 정리가 된다. 특히 밤의 산책은 아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오로지 나만이 지구라는 별에 떨어진 듯한 착각. 감정은 더욱 풍부해지고 길가의 작은 풀도 사랑스러워 보이고 별의 반짝임은 슬퍼 보이기도 한다.
공상
나는 공상을 한다. 때때로가 아니라 매순간 공상을 한다. 공상은 내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이다. 공상할 수 없다면 나는 너무도 무미건조한 인간이 될 것이다.
사람들
나는 사람들이 좋다. 혼자인 순간을 좋아하는 것만큼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 균형이 내 삶을 지탱한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버릇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들의 투명한 눈동자가 좋다. 말 하지 않아도 수많은 이야기를 하는 투명한 눈동자.NP
임보연 기자
limby@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