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이라는 단어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하지만 헤어짐이란 단어에는 그저 아쉬움이라는 단어 만에 존재할 뿐이다.

11월이다. 여름의 달콤한 향기들은 가을바람에 완전히 흔적을 감추고 말았다. 어디를 가도 나뭇잎들은 맥을 못 추고 하나 둘씩 떨어져버린다.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반짝거리던 푸른 잎.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살아있음은 이런 것이다’라고 온 몸으로 말하던 그것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못하고 몸속 따스한 물기를 건조한 가을 공기 속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초록의 빛깔들은 노랗게 그리고 때로는 붉게 타오른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노랗고 빨간 나뭇잎들은 슬프게만 보인다. 화려하게 타오르던 몸체는 제 몸 하나 지탱할 힘도 남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질 운명인 것이다.
겨울의 청명한 공기를 마셔보지도 못한 채 그들은 가을을 끝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엽고 안쓰럽다.

함께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함께 한 시간만큼 쌓여가는 추억이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억이 없다 하더라도 어딘가 깊은 곳에 기억이라는 형태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두들 만나고 헤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가지만‘헤어짐’은 유난히 낯설고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새롭게 봄을 맞이하면 지난 가을의 기억 속으로 묻어두었던 낙엽들은 다시 새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난 가을 우리가 떠나보냈던 존재들의 부활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의 탄생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슬프고 더욱 경이롭고 그런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우리들의 삶에서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반복에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매 순간이 새롭고 설레고 또 슬프고 아쉬울 것이다. 누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잊는 것이 아니라 묻어두는 것이고 기억하면서도 잊은 척하고 있을 뿐이다.NP

그림제공/ 갤러리 잔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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