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피플=이남진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여야가 특검 도입에 전격 합의하고 협의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 의혹은 정치권의 ‘블랙홀’로 개헌과 예산안 등 산적한 현안을 빨아들이고 있다. 정치권은 예산안 심사도 뒷전으로 밀어둔 채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성토로 국회는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최순실씨 관련 의혹 규명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국정붕괴 사태로 국민 걱정이 많다. 국정의 거의 모든 부분을 공직과 관계없는 민간인이 재가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용주 의원(국민의당)은 “대통령이 책임 문제에 계속 침묵하면 국민은 진상을 밝히는 것을 포기하고 은폐할 것이라 믿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은 “최순실 사건은 마치 고려를 멸망케 한 공민왕 때 신돈 같은 사건”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또 사과해야 할 상황이 오면 비서실장 책임은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박명재 의원(새누리당)은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크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한다”며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 요구에 대해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원종 비서실장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 제안으로 촉발된 개헌 논의는 ‘최순실 게이트’에 쏙 들어갔다. 개헌에 찬성 입장을 가진 의원들도 “정략적인 박근혜 표 개헌에 동의할 수 없다”고 시점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대통령과 정부가 뒤로 빠지고 국회와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눈덩이처럼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순실 개헌’이자 정권연장 음모”라고 규정하며 개헌 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국민의당 역시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 반대한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렇듯 개헌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며 개헌은 당분간 추진력을 상실한 채 표류될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도 우리나라의 통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명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말 대선을 1년 넘게 남겨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레임덕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