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 세계기행 - 오세아니아 편 -

‘물빛에 취해 물속에 잠든 천국’ 팔라우
세상에는 많은 휴양지가 있다. 그 모든 휴양지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삶속에 지친 인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 와서 지친 마음과 몸을 쉬어가라고….그러나 팔라우는 인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이곳에 와서 자연이 되라고…
                                                                               
신들의 정원
아름다운 여행지를 표현하는 데는 여러가지 수식어가 붙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팔라우에 대한 찬사는‘물빛에 취해 물속에 잠든 천국’이다. 바람이 조각하고 바다가 색을 입힌 천혜의 관광 휴양지, 쪽빛 바다가 추억을 색칠하는 동안 하늘빛에 반한 뭉게구름은 언제나 잔잔한 그리움을 엮어낸다.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아무리 아름답고 순수한 자연이라 해도 이처럼 전율하도록 청허(淸虛)할 수 있을까. 이곳은 분명 인간의 땅이 아닌 신들의 놀이터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만큼 팔라우의 자연은 세속적인 상상을 불허한다. 잔잔한 바다곳곳에 드리워 있는 기암의 버섯형태의 섬들, 다이버들의 천국이라 할 만큼 청명한 바다 속, 눈부시게 드리워진 백사장, 석양 과 함께 만나는 감미로운 음악과 커피 한잔….어디 그뿐이랴, 맑은 바다 속에는 형형색색의 열대어가 춤을 추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낯선 아름다움이 마음가득하다. 가을 단풍을 옮겨 놓은듯한 산호 군락들이 펼쳐진 바다 정원, 마치 구름 과 포옹하듯 해류의 감미로운 접촉, 바다속에서 올려다본 처연한 하늘빛의 일렁임, 형언할 수 없는 자연 속에서 몸으로 느끼는 그 벅찬 행복감을 어찌 이 짧은 지면에 담을 수 있을까. 그처럼 팔라우는 그 자체로 인간이 누려서는 안될것같은 가장 경이로운 신들의 정원인 것이다.

자연과 함께 사는 작은 나라
팔라우는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들에겐 그다지 친숙하지도 가까운 나라도 아니었다. 항공편이 불편했고 여행지로서 갖추어야 할 부대시설 역시 그리 넉넉지 못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계절에 따라 직항로가 개설되고 숙박시설과 레포츠센터가 자릴 잡으면서 해양레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오세아니아주(남태평양)에 속해 있는 이곳은 인구 2만 명 정도의 작은 공화국으로 약 34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다. 면적이 500㎢ 정도의 작은 나라이다 보니 오랫동안 스페인, 영국 등의 식민지였고 1914년부터 2차대전이 종전되기 전까지는 일본의 점령 하에 있었다. 종전 후에도 미국의 영향에 의해 마이크로네시아 연방국가에 속해 있다가 1994년에야 독립했지만 아직도 미국의 영향권 안에 있는 나라다. 그런 탓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화폐역시 미국달러가 통용되고 있다. 원주민인 카나키족이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계(系)이며 백인도 2% 정도 있다. 대부분의 팔라우인은 수도인 ‘코로르’에 살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어서 여성이 추장을 선택하며 토지 소유권도 여성이 가지고 있다. 팔라우는 주로 코코넛, 코프라, 카사바, 고구마 등의 농업과 어업이 주가 되고 그 외에 조개, 나무, 진주 등의 공예산업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광산업이 발달하면서 년 18% 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휴양지로서의 탁월한 조건과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년 7만 5000명 수준이며 국가별 관광객 수는 일본, 타이완, 미국, 한국 순이다. 이곳은 섬이기에 팔라우 사람들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산다. 전통적으로 그들은 바다로 나아가 물고기를 잡고 여자들은 섬 주변의 얕은 암초 지대에서 타로 토란을 키웠다. 그런 생활에 전기, TV, 자동차 등과 같은 과학문명은 필요 없었다. 그러나 독립을 하면서 팔라우는 그들만의 영토가 아닌 세상사람 들의 휴양지가 되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쉬이 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과 기후조건, 게다가 천혜의 해저경관으로 인해 최근엔‘팔라우를 모르면 다이버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수많은 다이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팔라우에 도착하면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쪽빛 하늘과 상쾌한 공기에 놀라게 된다.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오고 유난히 눈부신 햇살은 비행으로 지친 답답함을 단숨에 날려버린다. 그리고 상상을 불허하는 팔라우의 설렘이 시작된다. 팔라우에서는 이렇다 할 대중교통수단이 없다. 따라서 승용차를 렌트하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택시의 경우 우리와는 다르게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는 콜택시의 형태로 운영이 된다. 택시비는 경우에 따라 다르며 코로르 근처를 다닌다면 2~5불을 받는다. 따라서 국제면허증을 준비해 가면 별다른 절차 없이도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동이 많을 경우는 차를 렌트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치안은 아주 양호한 편이나 한국처럼 술을 먹고 늦게까지 밤거리를 배회한다거나 쓸데없이 고성방가나 시비를 거는 행동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 이곳 원주민들은 상당히 호전적인 경향을 띠는 민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외여행을 계획 할 때면 우리가 늘 마음속에 그리는 스케치가 있다. 바로 국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유와 쾌락을 상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라우를 환락가나 유흥가가 즐비한 관광지라 생각한다면 낭패를 본다. 팔라우엔 휘황찬란한 유흥가, 혹은 값비싼 명품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팔라우는 그저 태평양에 떠 있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휴양지이며 문명과 거리가 먼, 그래서 더 도시인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에 팔라우는 바로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장 자연적인 낙원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금은 여행자들을 위해 각종 시설이 갖춰지고 있어 여행에 큰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 특히 최근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늘면서 팔라우에는 4곳 정도의 한국인 레스토랑과 수퍼마켓도 생겼다. 하지만 한국음식의 경우 간단한 식사도 값이 좀 비싸다는 점을 유의해둘 필요가 있다. 또한 숙박시설 역시 부족한 편이라 비교적 저렴한 곳에 묵는다 할지라도 하룻밤에 60~70$ 정도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배낭여행을 원한다면 경제적인 면에선 팔라우는 그다지 적합한 여행지는 아닐 듯싶다. 이렇듯 숙박비나 음식, 혹은 교통비가 비싼 것은 문명시설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연의 향기에 갈증을 느끼는 도시인들에겐 더없이 포근한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스쿠버다이버들의 성지(聖地)
팔라우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바다 때문이다. 거울속을 들여다보듯 잡티 하나 없는 바다 속의 풍경, 굳이 물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바다 밑의 풍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더욱이 초보자들도 다이빙을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을 만큼 수심이 낮은 곳부터, 프로들도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도 무궁무진하다.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코로르(Koror)를 거쳐야 한다. 경제의 중심지이며 팔라우의 수도인‘코로르’는 락 아일랜드, 펠렐리우, 앙가우르와 다른 섬들로 이동하는 거점으로 이용된다. 이곳에는 벨라우 국립 박물관이 있어 팔라우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장소로 이용되며 팔라우 원주민의 토속유물부터 일본의 전쟁 유물도 전시되어 있다. 팔라우의 보석’으로 불리우는 ‘락 아일랜드’는 200여 개의 섬이 코로르의 남쪽 바다로 35km나 이어진다. 풍화작용에 의해 섬들은 옥색의 바다에서 자란 에메랄드빛의 버섯처럼 생겼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락 아일랜드의 모습은 환상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락 아일랜드(Rock Islands) 부근에서는 풍부하고 다양한 해저동물을 만끽할 수 있기에. 그 신비로움을 볼 수 있는 다이버들에겐 최대의 행운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응게멜리스 월(Ngemelis Wall)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수직하강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수직으로 300m까지 내려갈 수 있어 부채꼴 산호의 전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아울러 블루 코너(Blue Corner)는 팔라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다이빙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고 있어 작은 상어와 산호까지 만끽할 수 있다. 또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특집 메두사로 유명해진 해상호수 젤리피쉬 레이크(Jellyfish Lake)에서는 백만 마리의 침 없는 작은 해파리 군무(群舞)를 구경할 수 있으며 갖가지 종유동굴과 악어도 볼수있다. 한편 팔라우에서 가장 큰 섬인 바벨다옵(Babeldaob)이라는 곳은 정글속에 뒤덮혀진 섬으로 언덕주변은 한때 계단과 피라미드가 있던 곳으로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기원전 천 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곳 유명한 곳은 펠렐리우(Peleliu) 섬이다. 이곳은 2차 대전 당시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불과 두 달간의 전투로 현재 팔라우 전체인구보다 많은 2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한다. 현재 섬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이 전쟁에서 생존한 사람들이고보면. 이 섬의 주요 매력은 전쟁 유물과 수중의 볼거리라 할 수 있다. 특히 섬의 남서부에 위치한 펠렐리우 월(Peleliu Wall)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다이빙 장소에 속하며 이 역시 수중 300m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상어, 거북, 고고니아 산호층과 환상적인 다양한 어류를 볼 수 있다. 또한 대중적인 휴양지가 아닌 고즈넉한 섬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겐 앙가우르(Angaur) 섬이 인기가 많다. 앙가우르는 팔라우 섬(Palau Islands)의 남단에 있는 섬으로 마카크인 200명이 거주하는 한 개의 마을만 있는 미개발 지역이다. 앙가우르 마을의 북부는 정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엔 전쟁 당시 세워진 일본 등대가 감추어져 있어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이 찾고 싶어 하는 곳이다. 또한 섬의 북동부는 비행기 묘지(airplane graveyard)가 있어 2차 대전 때 파손된 항공기 잔해가 버려져 있다. 깊은 정글 안에 있어 찾아가기가 불편하지만 일단 도착하면 역사의 현장을 가감없이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한편 팔라우에서도 다른 휴양지와 마찬가지로 스쿠버다이빙뿐만 아니라 스노클링, 세일링 보트, 바나나 보트, 그리고 제트스키 ,호핑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낚시와 동굴탐험은 물론 정글탐험도 현지 가이드를 잘 선택하면 색다른 팔라우를 보너스로 경험할 수 있다.

자연의 맛 팔라우 특선 먹거리
팔라우에는 몇 가지 특별한 음식이 있다. 첫째로 망고 크랩(Mango Crab)이란 요리를 들 수 있는데 망고 크랩은 망그로브 숲에서 사는 게의 종류로서 우선 그 크기부터가 대단하다. 이곳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음식이지만 그 수량이 많지 않아서 생선가계나 식당등에 미리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팔라우를 대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음식을 꼽는다면 과일 박쥐 수프(Fruit Bat Soap)를 들 수 있다. 외국 언론에 자주 소개될 정도로 팔라우의 박쥐 수프는 특별한 음식임에는 분명하다. 수프의 재료로 쓰이는 박쥐는 과일만 먹고 살며 비둘기보다도 크기가 큰 이들은 숲에서 쉽게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유명한 박쥐 수프를 맛보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박쥐를 그대로 삶아 요리한 수프에는 실제 박쥐가 살아 있는 모습처럼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아 선뜻 손을 댈 용기가 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보는 것과는 달리 육질은 아주 연하고 부드러우며 입안에 감도는 향 또한 은은하기 이를 데 없다. 혐오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보는 즐거움으로만 만족해야 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한번쯤 시식해 볼만도 하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가장 연장자에게 박쥐의 머리를 특별히 준다고 하니 미리 각오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사실 팔라우 현지인들은 박쥐 수프 보다는 생선이나 고기 요리를 즐겨먹는다. 현지인들에겐 생선요리와 타로가 그네들의 일반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유명한 것은 코코넛 크랩(Coconut Crab)이다. 코코넛 크랩은 육지에 사는 게의 일종으로 코코넛을 쪼개서 그 즙을 먹으며 산다. 보기에는 다소 무서워 보이나 삶아놓으면 아주 먹음직스러운 붉은색으로 변한다. 육질은 담백하고 향기로우며 한번 맛 본 이들은 그 맛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다만 구하기가 힘들고 값이 비싸며, 요즘은 보호종으로 지정되는 지역이 많아 쉽게 맛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밖에 와후(Wahoo)라는 물고기 요리가 있는데 이 요리 역시 팔라우에서만 맛볼 수 있다. 와후는 물고기로서 낚시를 이용해 잡는데 크기가 1미터가 훨씬 넘는 것들이 흔하다. 물속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용이나 뱀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잡은 후 회로 먹어도 담백한 맛이 있으며 이곳 사람들은 레몬즙과 소금 등 가벼운 양념과 섞어 잎사귀에 싸서 찜을 해서 먹는데 이 담백한 맛 또한 일품이다. 참고로 팔라우에선 이상할정도로 과일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열대지역이긴 하지만 코코넛 외에는 거의 모든 과일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팔라우의 과일값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어디를 여행하든 먹거리를 마주함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하물며 해외에서 그 나라의 향토음식을 경험할 수 있음은 실로 상상만으로도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바다와 하늘의 포옹 그 낙원을 떠나며
팔라우!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이곳을 그리워할 만큼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하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이 하늘 가득 쏟아지는 해변의 밤, 그저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내음과 파도소리에 취해 몸을 맡기면 하늘과 바다는 하나가 되고 인간과 자연의 구분은 사라지고 만다. 태양이 햇살을 터뜨리고 에메랄드 바다 속에선 열대어들의 춤사위가 보는 이들을 유혹하는 팔라우의 하루, 도시에서는 접할 수 없는 꿈같은 이 모든 환상들이 팔라우에선 그저 일상일 뿐이다. 원시의 해상낙원인 팔라우에서 여행을 하면 석장의 보증수표를 확실히 받는다. 하나는 1미터 전후의 고기를 낚을 수 있다는 보증수표이고, 다른 하나는 원시의 낙원을 섭렵할 수 있는 보증수표이며, 또 하나는 인간의 세상에서 해방되는 보증수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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