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유희문’ VS '음악감독 차승희’

리허설은 공연이라는 실제상황의 또 다른 모습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가 응집하면 때론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곤 한다. 그 폭발력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기도 혹은 웃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김자경 오페라단 창단 37주년 제58회 정기공연을 올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내뿜는 에너지 역시 리허설 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할 것임을 예감하게 했다.

임보연 기자

김자경 오페라단의 공연이 있기 전날 리허설 현장을 찾았다. <핸드폰>, 그리고 <세 여자VS BOB>이라는 오페라를 관객 앞에 선보이기 위하여 그들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오후3시부터 시작된 리허설은 완벽함을 목표로 조금씩 맞추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대점검을 하는 것으로 리허설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소극장 오페라라는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기에 무대의 설치에서부터 다른 무대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대의 양 옆에는 신사와 숙녀의 다리가 기둥으로 서 있었고 중앙 무대는 회전식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극의 진행에 따라 무대가 회전하면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공연이 진행됨에 따른 무대의 변화를 일일이 체크했으며 조명이 켜지는 순간순간을 세세히 체크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나서 이어지는 관현악단의 자리배치가 이어졌다.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모두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에 불거지는 문제였다. 무대와 연주,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모두 조화롭게 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우아한 백조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위의 아름다운 자태와 그 아래의 부산스레 움직이는 두 다리를 연상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이것이 바로 오페라의 멋진 무대가 태어나는 원리가 아닌가 싶다.
대충의 준비가 끝나자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하루 두 번으로 잡혀있는 공연에서 각기 다른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리허설 역시 그 시간에 맞추어 나누어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들 예민한 상태였고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에는 얼굴을 붉히기도 했지만 연출가의 유연함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리허설은 계속되었다.

이번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들은 배우와 관객, 관현악단 등 여러 사람들이 있겠지만 연출가와 음악 감독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음악감독 차승희 씨와 연출가 유희문 씨를 직접 만나보았다.

음악감독 차승희씨, 그녀와 오페라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녀는 음악감독의 역할과 함께 <핸드폰>이라는 공연에서 루시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 오페라에 대한 당신의 애정에 대하여 이야기해달라. 너무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성악을 전공했다. 그래서 오페라 가수의 길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오페라에 대한 애정이라... 당연한 것이라 좀 그렇다(웃음, 그녀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쁜 사람이었다).

# 연습은 어느 정도 하고 있나
사실 요즘은 바빠서 잘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하루 2~3시간 정도는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말이다. 물론 공연 중에는 훨씬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있다.

# 그동안 어떤 작품에 출연했었나. 그리고 어떤 과정으로 김자경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하게 되었나
나는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공연 역시 미국에서 해왔다. 한국에서의 오페라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민을 가서 9살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음악감독이라는 역할 역시 이번 김자경 오페라단에서의 공연이 처음이다. 여현구 예술감독과 같은 선생의 제자로 있으면서 인연이 되었다. 꼭 책임자적인 입장이라기보다는 도와드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항상 노래만 했지 음악 감독은 처음이라 정신이 없다. 무대 밖에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참 많더라.

# 오페라가 다른 장르의 공연은 어떤 것이 다른가
뮤지컬과 잠깐 비교를 해 보겠다. 뮤지컬의 경우는 연기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무대이다. 춤과 대사 그리고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오페라의 경우는 모든 대사가 노래로 되어 있다. 때문에 노래의 표현력이 강해야 하는 공연 장르라고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오페라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한마디 해준다면
오페라에서는 자기 배역의 파악이 중요하다. 특히 이태리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이 필요하다. 파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경우 배우의 노래가 생소해 보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번 무대의 경우는 한국어 가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이번 오페라에서 특히 치중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사람들이 오페라를 무겁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번에는 가볍고 재미있게 진행이 된다. 연습을 하면서도 재밌고 웃기게 표현된 부분이 많도록 배려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구성하려는 노력을 했다.

# 잠시 맡은 배역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내가 맡은 역은 <핸드폰>이라는 오페라의 루시 역이다. 원작 <Telephone>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도록 재구성한 오페라로 이번 공연에서 내가 맡은 루시는 무용가로 나오고 다른 동료가 맡은 배역은 성악가로 나온다.
음... 루시는 처녀인데 전화에 매달려서 사는 사람이다. 친구들과 전화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벤이 사랑을 고백하려는데 매번 울리는 전화벨 때문에 방해를 받게 된다. 공연 중에 드디어 전화기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는 장면이 있다. 벤이 그것을 보고 물에 빠뜨려버릴까 고민을 한다. 결국에는 행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에는 벤 역시 전화로 프로포즈를 하게 된다.

# 갑자기 생기는 궁금증. 차승희 씨도 평소에 전화를 많이 하는 편인가
(역시 웃음) 그렇다. 그래서 루시의 모습이 이해가 되고 배역소화에 도움이 된다.

연출가 유희문, 그와 이번 오페라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

# 연출가 유희문은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당신에 대한 배우들의 평가는 어떠한가
편하다. 배우들이 나를 편한 연출가라고 부른다. 어차피 오페라는 서양의 것이 아닌가. 서양인의 생활 표현이다. 동양인은 그것을 흉내낼 따름이다.
나는 막이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 서두르지 않고 막이 오르는 순간까지 기다린다.
연출가의 경우 음악을 전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두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나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음악의 해석에 있어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안에서 최대공약수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무대에 오른 지 20년이 되었다.

# 대표적 연출작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사랑의 묘약>,<라보엠>,<춘희>,<피가로의 결혼>,<리가르토>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모두 한 작품 당 열 번 이상씩 연출해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때그때 달라요~(웃음)
이번에도 나는 이런 식으로 무대를 이끌어 가겠다라는 방향을 가지고 논의 끝에 지금의 무대에 이르렀다. 소규모 무대와 회전식 무대.

# 연출자람 함은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가장 높은 사람이 아닌가? 이번 작품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이야기해달라
오페라가 바뀌면 산다고 본다. 일단 이번에 제목 자체부터 바꿨다. 원작<노처녀와 도둑>이라는 제목으로는 공연이 많이 되었다. 시대별로 바뀌어야 한다. <세 여자 VS BOB>이라는 제목 역시 21세기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VS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라든가 BOB이 밥(음식)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는 것들이 친근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대사에서‘굿모닝! 밥~’이라는 말이‘굶었니, 밥’으로 들리는 것으로 유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외에도 극 중에 데팔의 브랜드 명을 이용한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라든가 상황에 맞는 패러디가 속속 등장한다. 뭬야~, 거지드래요~ 이런 것처럼 말이다.

21세기에는 잘 들리고 잘 보이는 작품이 산다고 본다. 즉 소극장 공연이 대세라고 보는 것이다. 오페라 공연의 경우 좌석에 따른 가격의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소극장 공연의 경우는 가격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중적인 작품의 경우는 가격 역시 대중적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공연을 소개할 때 미리 이러한 언급이 있기 때문에 선택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TV에서 방영하는 영화의 경우 한국어로 더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오리지널과 다르다는 것이다. 오페라 역시 대중적이 것을 추구하는 경우 자국어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들의 공연, 우리들의 이야기로 가고 싶었다. 물론 공연에 따라 차별화할 수 있는 유동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원작을 추구할 때에는 작품을 특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다른 예술장르와의 차이점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어떻게 보면 똑같다.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 그리고 우리나라의 창극. 어찌보면 모두 똑같다. 그런데 오페라는 객석과 멀다. 연극과는 또 다르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공연이 세종문화화관에서 4000석 규모로 시작되었다. 80년대에 4000석 규모의 오페라 공연을 하면서 마이크의 사용도 규제했다. 원어 공연에 잘 안보이고 잘 안들리기까지 했다. 대중들이‘니네 잘났다’라는 생각으로 오페라를 멀리하는 현상을 야기시케게 된 것이다.
그런 점이 아쉬웠다. 오페라의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로컬에서 지속적인 실험을 해왔다. 오페라와 앙드레김의 패션쇼를 접목시키기도 했으며 공연에 동영상 자막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을 하는 국립극장 역시 대중적으로 가고 있다.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 이번에 올리는 작품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한다
이번 공연의 화두는 유머와 대중이다. 음악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쉽게 가자는 것이다. 우선 한국어 가사이기 때문에 듣는 것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반복적인 가사로 사람들의 귀에 익을 수 있도록 했다. 오페라에서도 유행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는 음향효과가 한 몫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오페라에서 음향효과를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음악만으로도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다소 약한 부분을 음향효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소리가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 셔터소리라든가 핸드폰 소리가 음향효과로 대체되어 더욱 생생하게 극이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 여현구 씨의 이야기로는 이번 오페라의 경우 가벼운 옷차림으로 즐기러 오는 분위기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유희문 씨 역시 동의하나
티켓의 금액이라든가 격식의 문제 등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공연에는 그런 거부감을 씻을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핸드폰>이라는 작품의 경우 예술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그들의 삶을 편하게 보여주자는 것이다. <세 여자 VS 밥>은 마지막의 가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남자가 뭐길래’라는 말이 에필로그처럼 삽입되어 있다. 반드시 남자와 애정이 개입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자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한 화해의 제스처가 극중에서 나타난다. 또한 커튼콜을 공연의 일부로 연출했다. 작품 안의 커튼콜인 것이다. 이런 식의 새로운 변화와 다양한 시도가 있다.

리허설이라고 해서 호락호락하게 보고 현장을 찾았던 기자에게 그곳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리허설은 공연의 또 다른 이름인 양 열정을 뿜어내고 있었으며 내일의 공연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페라를 만드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들의 입을 통해 듣는 오페라와 그들 삶의 이야기. 그것들을 통하여 관객들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 무대위의 열정을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안겨줄 소극장 무대의 오페라가 오랜만에 기대라는 감정을 품게 한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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