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서와 그만의 고유함 - 신들이 질투하는 아름다운 옷

내가 디자인하는 것은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의 문제이다. 나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유와 좋아하는 사람들의 진실, 그들에 대한 믿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무는 정도… 이 안에 내가 창조해가고자 하는 심플한 실루엣의 부활과 모던함, 그리고 편안함의 세계가 있다. (장광효 글 중에서) 
 
                                                                                   대담= 손영철 국장   임보연 기자   사진 김성택 차장


모든. 존재하는 것들에는 표정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가볍디 가벼운 천 조각으로 만들어진 옷이 우리의 몸을 감싸는 순간, 그 존재에도 무한의 표정이 살아나게 된다. 디자이너 장광효의 옷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의 옷을 이야기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의 옷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묘하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엇. 이것은 결코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어쩌면 디자이너 장광효에게는 특별한 감성이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야 했다. 다양한 표정이 살아 숨 쉬는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끌어당기는 옷을 만드는 이에게 과연 어떤 특별함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투명한 눈동자가 투영하고 있는 세계에 대해

장광효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식어가 필요하다. 순수함과 끼 그리고 지성 혹은 재능. 멋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를 옷으로 표현할 줄 알며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때로는 고통스러운 것인지 알고 있는 그이기에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는 이 시대 최고의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는 최고의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찾은 청담동의 스튜디오는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그럴 듯하게 꾸며진 표상적인 것이 아닌 체취와 흔적으로 채워진 공간이었다. 체취와 흔적은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쌓이면서 남기는 여운이 유성처럼 긴 꼬리를 남기고 마는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만 같은 그곳에서 장광효를 만났다. 예상치 못한 너무도 해맑은 그의 미소에서 기자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마주한 그의 눈동자에서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의 눈동자는 투명하게 모든 것을 투영시키고 있었다. 거짓이 통하지 않을 것만 같은 투명함에 부끄러움과 동시에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저 눈동자로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것을 표현할 것인가라는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그와의 대화를 시작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 아홉 살이다. 그가 지닌 순수함으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나이를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수, 디자이너. CEO, 연기자 등 참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가 디자이너라는 하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가 나의 그릇입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살피기 전에 인간 장광효를 알아야 했다. 그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성실, 근면, 검소라는 단어로 시작되었다. 타인에게 그는 착하고 공부 잘하는 소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에 소질을 보였다. 자연을 좋아하고 풍경이 만들어내는 감성을 사랑했으며 들꽃의 여리지만 강한 생명력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는 종종 이런 말들이 적혀 있었다.‘예술적 감성이 뛰어난 아이’라고 말이다.“끼도 많았어요. 아카데믹한 것과 아트적인 것을 추구했죠. 좋아하는 것에는 쉽게 유혹되고 말았으며 참을 수 없는 열정을 품곤 했어요. 가끔 생각합니다. 결국은 그 열정이 지금의 나를 디자이너로 만들지 않았나 하고 말이죠.”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진짜 이유

사람들이 그의 예술 세계를 평가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있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 정서와 그만의 고유함이 그의 옷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그의 옷은 입는 이로 하여금 한없는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 줌과 동시에 품위와 감성을 나타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디자이너기 되겠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못했어요. 그저 공부 잘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출세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성장했고 그렇게 가정교육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디자이너 장광효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을 때면 신기하기도 해요. 어쩌면 운명이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죠.”그래서일까. 그는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최고의 찬사를 받는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교만함 대신 겸손을 허상의 것을 좇는 것 대신 실질적인 것들을 추구한다.“가짜 옷을 만들기 싫어요. 철학과 위트가 녹아들어 있는 그런 진짜 옷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옷을 만든다는 것,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행위는 매순간 고통일 수 있다. 자신의 영혼을 응축시켜 바늘 한 땀 한 땀에 담아내야 하는 작업이 쉬우리라고 어느 누구도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패션은 자신 안으로 한없이 침잠해 들어갈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리는 순간 비로소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도 세상 밖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잠시 외도를 했다. 공중파 방송에서 연기를 하면서 세상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연예인 못지 않는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한 예로 지난달 그의 부인과 함께 대형마트에 쇼핑을 갔을 때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밀려드는 사인공세에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집으로 가야 하니 도와 달라고 통사정(?)을 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드라마에서 연기 몇 번 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에게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장광효가 20년 동안 만들어 온 스타일과 멋에 대한 일종의 감사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옷에는 타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는 한국남성들을 전부 멋쟁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의 옷은 타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결코 과장되지 않았으나 시선을 끄는 옷은 화려함 속에서 편안함을 이끌어낸다. 절제된 세련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멋을 내고 있으며 그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옷들은 20여년이라는 세월동안 진심을 담아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매력적인 존재들에 사람들은 마음 주기를 꺼리지 않는다. 장광효의 팬이라는 김아성(29.여) 씨는 이야기한다.“멀리서도 멋진 옷을 입고 걸어오는 남성을 보면 그가 장광효 옷을 입었구나 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어요. 그의 옷에는 그만의 독특한 고유함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옷은 장광효를 닮았잖아요.” 그는 형식이라는 견고한 틀에서 벗어나 있다. 보수적이고 격식을 따지는 패션, 와이셔츠와 양복은 흰색과 블랙이라는 고정관념, 사무적이고 점잖은 것을 생각하고 조화로움이 없는 디자인은 이미 그의 관심에서 벗어난 것들이었다. 현재 감각과 스타일의 측면에서 그는 이미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가 패션쇼를 할라치면 그의 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든다. 패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은 물론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까지 무대 위의 그의 옷에 열광하기 위해서이다. 그의 옷은 비단 눈만을 즐겁게 하지 않는다. 그의 옷에 이끌리는 시선은 어느새 몸으로 느껴보고 싶게 만든다. 그의 옷에 매료되는 것은 위험하다. 한 번 느낀 그 감각이 깊이 각인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기 위한 오늘의 트렌드는 보다 멋있는 사람과의 교류에서 시작하고 있어요.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결국 모든 것에서 앞설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죠. 즉 패션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코드가 될 수 있어요.”단 남성의 패션은 여성과는 다르다. 남성 패션의 키워드는‘전통’으로 설명되어질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며 다른 이들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이다. 장광효의 ‘카루소’브랜드가 가지는 또 하나의 힘은 바로 이것이다. 늘 새롭지만 그것이 새로운 의미의 전통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그가 가진 따스함의 원천에 대하여

그의 옷들은 마치 따스한 숨을 쉬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하나하나의 존재가 생명을 가지고 인간과 교류한다. 이와 같은 따스함의 코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소중히 여기는 그의 평소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들의 공통점은 평범하지 않음이라고 했다. 삶의 방식이 독특하고 부족한 것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장광효는 술, 담배, 오락 잡기를 할 줄 모른다. 그는 일과 여행, 독서 외는 큰 관심이 없다. 친구도 별로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은 가슴이 허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디자이너에게는 특히, 비범 할수록 고독한 유전인자가 많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 해소를 위해 그는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밥도 짓는다. 집안 살림을 하면서 여자들 보다 더 깔끔하고 완벽하게 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한사람을 깊이 알고자 한다. 정이라 는 것은 한 그릇에 쏟아야 만이 깊다고 했다.“가정이 작은 우주예요. 그 우주에는 무한을 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는 아내와 친구처럼 지낸다. 서로의 일에 대한 한없는 배려와 이해가 그들 부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있다.
 
목포대 (음악교수 길애령)에 재직 중에 있는 부인과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어 더욱 애틋한 감정이 든다고 고백을 하는 그이다. 때문에 그는 요즘 기차 여행에 푹 빠져 있다. 물론 그 기차 여행의 종착지는 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천천히 광주로 향하고 있으면 그의 가슴은 사춘기 소년처럼 설렌다. 향기롭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바람과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의 열정, 색의 다채로움이 빛을 발하는 가을의 풍경과 청명한 공기와 눈부신 하얀 눈이 아름다운 겨울. 그 사계절의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어 더욱 좋다고 한다. 파릇파릇한 풀이나 산허리를 물들이고 있는 붉은 단풍을 보며 혹은 부끄러운 소녀의 모습을 닮은 코스모스를 보며 그는 행복에 대하여 생각한다. 역시 예술가다운 감수성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감동하여 예술의 영감을 얻기도 하는 그는 이것도 행복이 아니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견뎌야 하는 것이기에 마음이 점점 단단해지는 것이 순리인 것 같지만 그의 마음은 아직도 여리고 여러 존재들의 감성을 흡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여행에 대한 기쁨을 혼자서만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해 그는 컬렉션이 끝나면 항상 아내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손을 잡고 소소한 일상들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지만 말이다.
 
그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전하는 아내는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단 하나의 동반자라고 강조 한다.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 그녀는 그가 힘들어 할 때 그를 위해 많은 용기와 애정으로 보살펴 주었다. 우스갯소리지만 직원 중 누군가가 기족들에게는 참 잘하면서 유독 여자 친구에게는 소홀히 대하는 것을 보고 미워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여행에서 예술의 감흥을, 러시안블루는 나를 감동케 했다

그의 아름다운 감성이 녹아있는 디자인처럼 그의 여행에는 언제나 순수함이 배어있는 감수성이 함께 한다. 그에게 여행은 창작으로 가는 하나의 통로이다.“차가운 금속처럼 가슴이 메마르고 건조해지는 날에는 여행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여행은 저를 쉬게 해주고 살아가게 만들며 또한 창작하게 만드는 힘일는지도 모르겠어요.”그래서인가. 여행에 관련된 그의 기억에는 아련한 추억이 많다. 첫 사랑, 첫 월급, 첫 키스. 처음이라는 단어에는 늘 설렘이라는 풋풋한 감정이 녹아 있다. 그렇다면 그의 풋풋하고 설렘으로 가득 차있던 첫 여행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의 첫 여행은 20년 전에 떠났던 일본여행이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은 그가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은 아니지만 '이것이 진짜 여행의 묘미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던 여행이었다고. “그 당시 일본에 도착해서 받은 첫 느낌은 일본은 너무나 잘 사는 나라고 매우 깨끗한 도시를 가진 나라라는 것이었어요. 거리마다 들어선 청량한 나무는 마치 누군가 물을 뿌려 씻어 놓은 듯 한 잎사귀와 가지로 도시를 푸르게 만들었죠. 그리고 호텔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음악은 낯선 나라에 도착한 저에게 따뜻한 귀엣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티베트의 황량하고 넓은 벌판 위에 떠 있는 별을 보았을 때나,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가 살았던 궁전을 들어섰을 때에도 그러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올라오는 기쁨과 슬픔이 그의 심장을 요동시켰고, 급기야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고색창연한 도시에서 꽃을 팔고 있는 노파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어머니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러시아인들의 꽃에 대한 애정이 우리문화보다 아름다웠고 가슴 찡하게 만들었단다. 문화의 동경심이 그를 센티하게 만들었을까... 디자이너 장광효에게 여행은 이렇듯 따뜻한 에세이이고 한 소절의 가슴 아픈 시와 같다.
“여행의 참된 즐거움은 삶과 모든 사물이 나의 동반자가 되어 항상 함께한다는 거예요. 수려한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문화 그리고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는 유적들. 이런 것들과 만나면 언제나 숙연해지죠.”
 
디자이너 장광효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정을 통해 무심코 지나쳐 버린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중하지만 유심히 관찰하지 못하면 놓치고 마는 것들의 발견. 일상 속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해야 하는 그의 직업 때문에 그런 것이 필요했을지 몰라도, 그는 천성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같다. 그래서 그는 휴양지에서 태고의 신비를 고요하게 느끼는 것보다, 발로 뛰고 눈과 마음으로 숭고한 세계를 스스로 찾아 느끼는 것을 더 선호한다.“사랑스럽게 이어진 고즈넉한 자작나무, 고풍스럽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 동화보다 더 동화 같은 아늑한 기찻길... 러시아의 초가을 풍경은 평생 간직하고픈 소중한 기억을 저에게 선물했죠.” 몇 년 전 떠난 러시아 여행에 대한 그의 회고는 애절함이 묻어 있다. 이미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 낯 익은 것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경험 때문이었으리라.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 하나하나에 그리운 향기가 스며 있다. 파릇파릇한 단풍잎 하나를 주워 책갈피에 가만히 꽂아 넣고 싶었다는 장광효. 그는 작은 풍경에도 큰 감흥을 받는 풍부한 낭만을 가졌다. 디자이너 장광효에게 여행은 삶의 전부는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여행은 그의 삶을 좀 더 풍요하고 윤택하게 만든 것 같다. “여행에서 담아 와야 할 것은 음식과 쇼핑이 아니에요. 여행에서 꼭 담아 와야 할 것은 바로 그곳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에요. 그리고 우린 그런 인연을 가슴속에 담아 와야 하고요.”

그의 꿈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를 넘긴 그이지만, 사소한 일상 안의 작은 몸부림에도 쉽게 감동하고 상처를 받는다. 디자이너 장광효의 눈동자는 소년의 것처럼 반짝이고 그가 만든 옷들 역시 존재만으로도 반짝반짝 빛을 낸다. 그가 만든 옷들은 어느새 장광효를 닮아있는 것이다. 이제는 중국을 공략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때문에 한국적인 미가 그의 패션에서 다시 한 번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사실 한국의 美라는 것은 그의 성격과 가치관 인생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그가 지니고 살아온 인생과 직업에 관해서는 조금의 후회도 없다. 자신에게 충실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디자이너 장광효에게 물었다.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하고 말이다. “젊은이들의 50%가 디자이너죠. 어떤 이들은 일반적인 소질을 갖추었을 뿐인데도 그것을 천부적인 것으로 착각을 하곤 하죠. 전 천재적인 소질과 소양이 갖추어져 있다면 그때 뛰어들라고 충고해주고 싶어요. 더불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명석함도 갖추면 좋겠죠. 그 모든 것을 열정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분명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겁니다.”또한 그는 젊은이들이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비전과 야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세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만나면서 끊임없이 성숙하고 성장하라고 이야기한다. 그 역시도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배운 것을 가슴 찡하게 남은 여운을 바탕으로 진짜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여리고 순수하지만 그는 진짜 프로였다. 모든 경험하는 것들을 결국은 옷으로 승화시키고야 마는 진정 강한 이였다. 그의 옷 속에는 그의 모습이 들어있고 그의 열정이 숨 쉬고 있으며 그의 삶이 묻어난다. 그리고 우리들은 결국 그의 옷에서 사람의 체온을 발견하고 우리의 모습을 찾아내기도 한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표정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의 옷을 입고 미소 짓고 눈물 흘리고 때로는 세상을 향해 분노하기도 그것을 열정으로 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의 열정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은 것이리라. 결국 사람들을 통하여 그의 옷이 숨 쉬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의 소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바다는 늘 예상치보다 20퍼센트는 크다. 마음으로 어지간한 크기를 그리고 가 보아도, 그보다 20퍼센트는 항상 크다. 더 크게 생각하고 가도 그 생각의 20퍼센트는 늘 크다. 철썩이는 파도로 온통 가슴을 채우고 가보아도, 좁다란 해변을 상상하고 가 보아도, 역시 20퍼센트이다.’ 디자이너 장광효의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늘 상상 이상의 것이 그의 눈앞에 존재했으며 그 앞에 존재하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와 그의 옷으로 만들어왔다. 사람들은 그의 옷을 입어보기 전에는 그의 옷이 어떤 것인지를 다만 상상할 뿐이다. 그러나 상상은 항상 현실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옷과 바다에 관해서는. 상상보다는 항상 큰 것을 전하는 그 존재들에 대하여 사람들은 늘 설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앞으로 디자이너 장광효의 여행과 그가 만드는 옷이 우리들에게 상상 이상의 현실을 전할지 말이다.NP    

* 장광효 는 누구인가
1980년 국민대 조형대학 산업미술과 졸업, 1983년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직물전공)후 해외유학을 갔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컬렉션(SFAA)32회 참가. 2004년 SK 텔레콤 TTL 유니폼 디자인. 2003년 한국 패션 브랜드 대상 수상. 현빈, 유지태, 김남진, 강동원, 차승원 등을 캐스팅 해 모델로 데뷔시킨 장본인이다. 작품으로 드라마 'MBC 안녕, 프란체스카'열연. 부인은 목포대 음악과 길애령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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