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세계의 재상(宰相)에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시대가 열렸다. 개인으로서도 커다란 영광이지만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의 재상(宰相)으로 불릴 만큼 유엔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수장이다. 때문에 국제평화유지활동, 군비축소활동, 국제협력사업 등 유엔의 존재이유와 맞닿아 있다.


반기문은 2004년1월 참여정부의 두 번째 외교통상부장관에 임명됐다. 학생시절부터 유달리 영어에 능통한 모범생이었던 그에게는 늘 부드러운 지도력(Soft leadrership)의 대가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외무고시에 패스 후 외무부 요직을 두루 거치다가 대통령비서실 의전 수석비서관, 오스트리아 대사, 외교통상부 차관, 유엔총회 의장비서실 실장, 대통령비서실 외교보좌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으며 대외적으로는 북한과 여러 강대국들의 관계를 중간에서 조율하며 외교력을 다져왔다. 한편 국내에선 미국에 휘둘려 굴욕외교를 펼친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었지만 UN회원국가에서는 반기문장관의 외교친화력을 일단 인정한 것이다.

반기문(潘基文)은 누구인가

  앳된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한 소년이 오래전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그 후 그는 외교관의 꿈을 품었고 지금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최대 국제기구의 수장인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 그의 온화한 미소 때문일까 사무적인 충돌이 발생해도 거의 화내지 않는, 그러면서도 원칙을 당당히 유지하고 계산이 분명하다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평가다. 40년을 일속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싶을 정도로 일에 관한한 그는 워커홀릭(wokrkholic)으로 불린다. 반기문은 일로써 상하좌우의 모든 신뢰를 획득한 외교관으로 보면 정확하다. 이 같은 성실함 때문인지 반 총장에게는 '관운'이 늘 함께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몇 차례 힘든 고비는 있었다. 2001년 외교차관에서 한승수 당시 외교부 장관이 겸임했던 제 56차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을때 사실상 관직 생활의 마지막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며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는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이라크에서 '김선일 피살사건'이 발생했을때 외교부의 재외국민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면서 '장관 책임론'으로 그의 위치는 크게 흔들렸다. 당시, 반장관의 사표설 등이 제기됐지만 반 장관은 어려운 순간을 극복하고 올 2월에 유엔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반 장관에 대해 ‘흐르는 물처럼 행동 한다’며 이른바‘예스 맨’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버들가지처럼 유려한 모나지 않은 그의 성격이 오늘날 유엔사무총장으로 그를 이끈 최대 자산이라는데 아무런 이의가 없는 듯하다. OECD가입국 중 최초의 UN사무총장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의미가 크고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가중된다. 이전까지의 사무총장들은 대부분 약소국 출신의 독립국가에서 임명돼 왔고 이미 준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배출되었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일수밖에 없다.

유엔의 수장이 갖는 국가적 위상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의미와 효과는 어떤 걸까. 세계 유일의 분단국 현실과 북핵 위기, 짧은 유엔가입 역사 등을 감안 할 때 한국의 유엔 사무총장 배출은 놀라운 성과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발전, 민주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 반기문 장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한국 국가브랜드 이미지가 국제사회에서 한층 더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국제 외교·정치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세계 11위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이나 영향력은 그 위상에 크게 못 미쳐 온 게 사실이다. 짧은 기간 압축성장의 탓이기도 하지만, 한국 외교가 미국 중심으로 이뤄져온 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 배출의 의미는 각별하다. 국제외교무대에서 중·일과 함께 아시아권 지도국의 위치를 확인한 점도 성과다. 일본의 심술(?)도 있었지만 실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권’이라고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 뒤, 한국이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사를 우리정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수적으로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의 경우 산하 소속 직원만 1만6천명에 달하는 방대한 조직이다. 이런 유엔을 대표하고 유엔의 조직과 업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의 수장(首長)이고 보니 반 장관에게는 개인의 영예를 넘어 온 국민이 축하할 우리 외교사의 쾌거다. 우리는 불과 15년 전인 1991년 유엔에 가입했다. 현재 유엔 재정 기여도에서 11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서 10위를 차지할 만큼 유엔에서의 위상이 높은 나라다. 반기문장관이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세계 외교 무대에서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적극적 성원을 보내야 마땅한 일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유엔에서 받은 혜택을 다시 세계에 되돌려주는 보답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그가 대한민국의 울타리를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놓아줘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은 테러리즘의 확산을 비롯해 갈수록 악화되는 지역·문명·종교 분쟁, AIDS를 포함한 질병과 마약문제, 환경문제, 수자원 문제까지 지구촌의 복잡한 사안을 유엔 기구는 물론 각국 지도자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풀어나가야 하는 자리다. 부국과 빈국, 기독교권과 이슬람권, 아시아와 구미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조정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1세기 ‘열린 세계주의’의 모범을 보이고 그것을 통해 한반도에 아직 남은 냉전의 잔설을 녹여 북한을 세계의 품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가 기대된다.
 
반기문 첫 시험대, 대북관계개선의 희망으로 작용할까? 

그의 앞길은 평탄하지 않다. 당장 그 앞엔 북핵문제가 가로놓여져 있다. 차기 유엔사무총장에 지명되자마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 해서 향후 그의 행보가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부담감을 갖고 출발하는 시점에서 반 장관에게는 첫 시험대부터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극단적인 핵전쟁위협과 제재압력책동은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방어적 대응조치로서 핵 억제력 확보의 필수적인 공정상 요구인 핵실험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며 곧바로 2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었다. 따라서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정식 선출되는 시점까지 2차 핵실험이 이루어질지 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간의 대립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 북한이 2차 핵실험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반 총장으로선 큰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은 핵보유를 선언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이후 미국이 미사일 발사 직후 보여준 것처럼 유엔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초강수의 경제제제로 대북압박의 고삐를 죄는 마당에 그 중심에 서있는 반 장관으로서는 중간에서 곤혹스런 위치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이후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방안이 거론됐을 만큼 반 장관의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에 서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북한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반 장관이 한국인이라는 점은 북핵문제를 아우르는데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핵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유엔을 통한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 장관이 외교부 수장으로서 북 핵외교를 진두지휘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해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관계와 북미관계 등을 두루 아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핵문제를 국제사회 속에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핵문제나 한반도 분쟁은 사실 그동안 국제적 문제이자 동북아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엔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다. 하지만 반 장관이 중재역할에 나서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간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사무총장이 중동이나 미얀마, 캄보디아에 많이 관심을 가졌던 것과 달리 반 장관은 한국문제에 관심을 보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유엔이 나서 한반도 평화에 위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반 장관이 사무총장이 되더라도 한국을 위해서만 일하는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사무총장은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시민의 입장에서 유엔의 시각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유일한 분단지역 한반도 문제는 이미 세계적 이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반 장관이 직접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런 문제들은 민족주의와 연결돼 있어서 최근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갈등양상이다. 따라서 유엔에서 역사왜곡 문제는 간섭하기 힘들 것이다. 다만 반 장관이 유엔의 수장을 맡으면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은 유엔 내 싱크탱크에‘왜 유럽에서는 (역사문제가) 잘 풀리고 동아시아는 되살아나고 있느냐’라는 문제를 던져줄 수는 있는 것이다. 사무총장이 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러나 그의 첫 무대는 버겁다. 우리는 그에게 한국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너무 많은 애국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가 유엔의 수장으로 있는 동안 한국은 그를‘cosmopolitan’으로 놔둬야 한다.

분단국 출신 총장, 분단극복에 기여하게 되기를

  유엔헌장 97조는 사무총장은 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 등 유엔의 모든 회의에 참석해 국제현안에 대한 협의와 권고, 분쟁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역할을 수행한다고 돼있다. 그의 유엔총장 진출은 국가위상을 크게 높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핵문제, 북한의 기아문제 등 한반도 통일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통일문제가 당장엔 다소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통일은 일반적 예상보다 빨리 올수도, 늦게 올수도 있는 일이다. 그의 임기중에 통일의 단초가 열리고 유엔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2월 정부가 유엔총장 후보로 반기문 장관 카드를 꺼냈을 때만해도 한국에서 총장이 나오리란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은 분단국이라는 약점이 있었고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어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할 개연성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들을 모두 극복하고 한국인 사무총장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것은 한국외교의 거보(巨步)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인 총장시대는 반기문 장관의 화려한 외교경력과 원만한 인품이 국제적 중재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란 점이 높이 평가 받은 게 큰 힘이었지만 한국의 국가위상이 국제사회에서 그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그동안 뒤에서 열심히 일해 온 한국외교의 성과이다. 영국의‘이코노미스트’지는 반장관의 선전과 관련해“한국의 신중하고 조용한 선거전략이 돋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분단이 분쟁과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분단국 출신 총장이란 존재가 분쟁과 갈등을 막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반장관은 모든 장애를 이점으로 극복해 냈다. 한국은 유엔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48년 유엔 감시하에 총선(5·10총선거)이 치러져 대한민국이 탄생하게 됐고 6·25전쟁 때는 유엔군이 나서 공산침략을 저지했다. 뿐만 아니라 전후 한국은 유엔의 지원을 크게 받았다. 유엔의 원조를 받아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던 한국은 이제 유엔의 11번째 후원국이 돼 세계 여러 나라를 돕고 있다. 한국은 유엔의 정신이 가장 잘 함축돼 있는 나라인 것이다.

반 총장이 풀어야할 숙제

  반 장관은 작금의 대한민국이 외교안보적인 관점에서 가장 큰 위기의 시대에 유엔수장이 됐다. 한국인이라면 그 누가 자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에 임명 된 것을 싫어하겠는가? 반 장관은 위난의 시대인 지금, 좌파정권의 최장수 외교안보책임자라는 불명예스런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절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대한민국의 전직 국방장관 및 외교·안보전문가들이 분노하며 절대 반대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곧 한미연합사 해체로 연결되는 국가적 위기를 뻔히 보면서도 반 장관은 오히려 외교안보 선봉에서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외교부 수장이라면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좀 더 철저히 고민했어야 했었다. 일신상의 명예나 영달보다는 국민들의 대다수 의견의 총화인 국가헌법수호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공직자는 기꺼이 몸을 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55년간 혈맹관계를 유지해 온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상반된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외교부장관이 과연 자기의 소임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큰 점수를 얻지 못했다. 이것이 흐르는 물처럼 행동한다는 이른바 ‘예스맨’이란 말을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토록 국내의 산적한 외교문제를 대한민국헌법가치에 따라 온 국민이 지지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정황에서, 유엔 사무총장에 앉아있음이 반대세력들의 눈에 곱게만 보일 리 없다. 이렇게 국론이 분열된 극심한 국가 혼란의 시기에 대한민국 외교부 수장의 역할을 지탄받는 상황에서 국제무대에 나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임무수행은 국내에서 만큼은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없는 중동의 지역분쟁해결이 산적해있고 가까이는 당장 북핵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 것인가도 중요한 관건이다. 유엔수장은 국제적 여론의 지원을 받아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변화를 주도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북핵은 국제정치 무대의 주요 이슈여서 반 장관 개인에겐 중요한 치적이 될 수도 있다. 반 장관도 소감에서 “한국인으로서 남달리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안전, 남북한 화해 협력,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주어진 권한과 위임을 최대한 활용 하겠다”고 말했다. 중립을 요구하는 사무총장의 입지상 현실적인 한계도 예상된다. 유엔 사무총장의 권위가 실질적 권력이 아닌 외교에 바탕을 둔 ‘조정력’이기 때문이다. 실제 복잡하고 미묘한 유엔의‘정치 방정식’에서 표나게 한국 입장을 반영하기도 속 보이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이‘중립적인 세계 공무원으로서 행동’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유리한 발언 환경을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 외교장관 때의 경험과 입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입장과 현저히 다르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루어 가는가가 중요하다. 유엔 분담금과 한국의 저조한 공적개발자금(ODA) 문제도 부담이다. 한국의 ODA기금 출연은 국제사회 권고기준(국내총수입의 0.7%)에 한참 못미치는 0.06%에 불과하고, 지난해 말 현재 1억3천만 달러의 유엔 분담금을 미납한 상태다. 역설적으로 분담금 문제 등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은 그런 배경이다. 미국 등 강대국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사무총장인 만큼 향후 강대국들의 이익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지 않겠냐는 일부 지적도 있다. 그러나 유엔사무총장이란 자리는 특정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아젠다(agend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자리이므로 사안별 특정국의 편에 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나 출신의 코피 아난 현 유엔사무총장 역시 처음 당선될 때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이라크 전쟁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는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고 유엔 자체가 엄청난 관료조직으로 미국과 보이지 않은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안목, 미래를 여는 한국인의 키워드

  우리나라에서 유엔의수장이 탄생했다는 것은 단순히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나라만이 아니라 모름지기 인류평화에 앞장서는 나라로 기억되어야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추악한 신 제국주의의 바람을 잠재워야한다. 그것이 반장관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아울러 인류역사와 문화를 잘 보존해나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유네스코의 위상을 강화하여 인류평화의 기초가 되는 교육, 과학, 문화를 키워나가는 것 또한 매우중요한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모든 것이 한국인의 유엔수장 시대를 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부심과 함께 반 총장시대에 유엔이 국제평화와 함께 사는 세계의 건설에 공헌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유엔을 후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 총장은 국제사회를 보는 한국인의 시야를 키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한미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장관의 총장진출에 미국이 흔쾌히 지지했다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은 거대한 국제기구다. 냉전은 끝났으나 지역분쟁과 테러는 오히려 냉전시대 때보다 더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인류의 이상과는 달리 국가간 빈부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으며 환경오염과 인권유린 사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등 유엔이 감당해야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다. 그의 유엔사무총장의 진출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진심으로 기대해본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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