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또는 사업이 안되는 원인을 우리는 흔히 위정자들에게서 찾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땅한 것일까? 자본주의는 적자생존에 그 근본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개인의 역량으로 못이루는 것을 남의 탓으로 미루고픈 약자의 구슬픈 변명은 아닐까?  돌파구는 있다. 서로 다른 개성과 능력을 지닌 사람들끼리의 동업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협업(協業)으로 극복하여 성공하는 것이다.

윤양래 기자

동업,  우리나라만의 문제점에 대하여
일본사람은 3명이 모이면 사업(즉 동업)을 구상한다고 하고 미국에서는 철천지원수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유대인과 아랍인과의 동업사례가 많을 정도라고까지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은 부자지간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동업이라고들 한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한국계 이민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서 중국계와 한국계의 소기업을 비교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계 기업의 주식회사 형태가 60%인 반면에 한국계는 20% 밖에 안될 정도로 한인들이 동업형태가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민족만의 문제일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업의 흥망은 차치하고 인간관계까지 완전히 틀어져 거의 원수지간으로 전락하고야 마는 사례만 부각되어 그런 것이다. 즉 동업으로 성공한 사례 역시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하여 인간관계가 깨어진 것에만 무게를 두어 전달하기 때문이고 이는 전통적으로 돈의 가치보다는 인간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의 인식과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사업을 구상하면서 대부분 동업을 고려해 본다. 동업을 하려고 하는 때부터 우리는 실패의 길로 접어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사업동반자를 찾음에 있어 일단 자기주변만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 찾은 후에는 지금껏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내왔으니 앞으로도 별문제가 있겠느냐는 안이한 생각 속에 투자나 업무, 채무 등 기타 발생할 수 있는 제반사항에 대해서 명확히 문서화 하지 않고 일을 시작하다가 막상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그 문제에 대한 논의 는 일체 없이 무조건 상대방부터 불신하게 되고 결국에는 순수햇던 친소관계는 사라져 버리고 동업관계마저 깨지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음의 실패사례와 성공사례를 통해서 성공하는 동업의 길에 대해 모색해 보기로 한다.
실패사례
-사례1: 수익의 기복을 극복 못한 사례
대형 외식업체 주방장으로 근무하던 40대 후반의 K씨는 퇴직 후 창업을 결심하고 점포를 구하러 다니다 보니 보증금에 권리금 인테리어 시설비 등을 감안하니 창업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실감했다. 자금마련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차에 때마침 평소 같은 아파트에서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향후 진로방향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려고 K씨네 집을 찾아왔다. 서로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다가 동업으로 창업을 하자는 제의에 두 집 부부가 흔쾌히 동의했다. 창업아이템은 장어전문점이었다. 주방은 K씨가 맡기로 하고 홀서빙은 양가 부인들이 하기로 하고, 친구는 사무직 출신이라 경리와 주차를 맡기로 했다. 창업자금은 30평규모의 점포에 보증금 5,000만원에 권리금 7,000만원 월세 150만원 약간의 시설개보수자금 등 총 1억오천만원 가량 들었다. 출자는 반반씩 공평하게 투자하고 수익도 반반씩 가지기로 했다. 개업 후 2~3개월까지 영업실적은 대단히 좋았다. 매출 3,000만원 규모에 인건비도 들 것이 없어 양가 모두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어려워지고 매출이 급감하자 문제가 생겼다. 주방장 출신인 K씨는 주방에서 힘들게 혼자 일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익분배도 당연히 문제가 되었다. 분배의 형평성이 맞지 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기면서 영업실적은 점점 저조해지기 시작했다.
문제점
1) 의사소통의 문제: 사소한 불만이 돌이킬 수 없는 불화를 몰고 왔다. 아울러서 장사는 늘 한결같이 잘될 수만은 없는 것, 수익이 떨어질 때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협력의 자세가 없었다.
2) 신뢰의 문제: 업무분담에 있어 정확한 진단이 없이 주먹구구식의 분담이 초래한 것이나 사실은 신뢰의 결여가 더 큰 문제점임.
-사례2 : 전문가와 비전문가
디자이너 출신의 P씨와 장사 경력은 많으나 의류업은 처음인 L씨의 사례. 이들은 동대문의 의류도매상가에 각각 8000만원씩 부담, 1억 6천만원으로 숙녀복 도매상을 공동으로 창업했다. P씨는 의류전문 메이커의 디자이너 근무경험을 살려 디자인과 생산분야를 맡고 L씨는 영업관리를 맡았다. 성격적으로 P씨는 부드러우면서도 과단성이 있었고 L씨는 냉정하면서도 소심한 편이었다. 창업 후 첫 달 매출이 6000만원을 상회하면서 순탄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P씨와 L씨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고객에게 고품질의 개성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P씨와 적당한 품질로 매출을 많이 올리자는 L씨의 입장이 상충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점
1) 목표에 대한 논의 결여 : 사업은 늘 기복이 있는 법, 이에 맞춰 최저점일 때의 극복방법과 최고점일 때 도약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창업 전에 충분한 논의를 했어야 했음
2) 업무영역의 한계가 모호함 :  각자의 영역에 대해 서로 수긍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없었다.  
-사례3 : 구두약속의 한계
경기 분당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Y씨는 “친한 친구와는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어른들의 말을 요즘처럼 실감한 적이 없다. Y씨가 고등학교 친구인 S씨와 동업해 맥주집을 연 것은 지난해 11월. Y씨가 2억원, S씨가 1억5,000만원을 투자해 수익은 6 대 4로 분배하고 운영을 맡은 Y씨가 월급여 250만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 월급은 수익의 발생여부와 수익의 다과를 막론하는 것이었다. 직장에 다니는 이씨는 운영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구두약속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S씨는 올봄부터 사사건건 간섭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투자금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해 왔다. Y씨로서는 우정과 사업이 모두 날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문제점
1) 투자인지 동업인지의 한계가 모호함.
성공사례
-사례1
안양역 근방에서 80평 규모 요거트아이스크림점을 운영하는 L씨는 친구 K씨, H씨와 힘을 모아 창업했다. 안양 중심가에 워낙 좋은 자리라 욕심이 났지만, 창업비용이 너무 커서 친구들을 설득해 공동창업하게 된 것. L씨는 개인주점 매니저부터 체인점 점장을 거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은 이씨와 함께 주점을 하고 싶어 했지만, 이씨는 최근 주점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아이스크림점을 하자고 친구들을 설득했다. 창업비용은 L씨가 2억5000만원, K씨가 1억원, H씨가 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K씨와 H씨는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운영은 L씨가 주도적으로 한다. L씨는 평일에, K씨와 H씨는 주말에 일한다. 3명이 모이니 아이디어도 세배가 됐다.  같이 하면서 힘든 점은 지출에 대한 부분. 직장생활을 한 K씨와 H씨는 이벤트 비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L씨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의견을 잘 조율해 나가고 있다. 오픈한 지 겨우 한 달이지만 월매출은 3000만원, 순수익은 1000만원 정도로 높은 편이다. 수익은 각자의 인건비를 계산한 뒤 투자한 비율대로 나눈다. 앞으로 K씨와 H씨는 몇 개월 더 추이를 지켜보고 창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도 갖고 있다.
-사례2
심플주얼리에는 사장의 명함이 두장 존재한다. P, Y사장은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10여년 동안 동업을 통해 제조와 총판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형제보다 더 끈끈한 우정으로 업계에 모범적인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심플주얼리는 95년 6월 자체공장을 시작으로 2003년에 아트주얼리 상가에 매장을 오픈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맥을 잘 이어오고 있다. 특히 각각 영업부문과 공장 생산라인 부문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고 관리는 좀 더 전문적이면서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시작 당시 우리 둘이 깨지는 시기를 두고 내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았다”며 초기 어려움을 전하는 이들은 지금은 오히려 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서로의 고집으로 트러블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동업하는 데에는 많은 대화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며 “서로 고집을 피우기보다는 믿음으로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서는 것이야말로 동업에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오늘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두 번씩 갖는 미팅 또한 10년을 지탱해 오는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동업은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부각시켜주었다. “신뢰가 우선인 사업에 있어서 친구와 함께하는 동업이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었고, 사업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기에 금전적인 트러블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서로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일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 성공비결을 밝혔다.
-사례3
L씨는 투자자 6명과 힘을 합쳐 명동에 숯불화로구이점을 열었다. 3년 동안 맥주 집을 운영하던 L씨는 와인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재빨리 화로구이와 와인바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부천 중동에 있는 점포를 정리하고 서울로 왔다. 창업비용은 점포비를 제외하고서도 1억원이 조금 넘었다. 아이템은 마음에 들지만 자본금이 모자랐던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이씨는 와인을 결합한 화로구이점이 자신이 가진 창업자금만큼 점포와 입지를 정해 조그맣게 시작하는 것 보다 투자자를 모아 크게 시작할 만한 업종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자 본사에서는 신원 보증을 거쳐 믿을 수 있는 투자자 6명을 모집해 주었다. 다른 투자자들은 회사원이나 점포 운영자 등 다양했다. 총 창업자금은 6억5000만원. 이중에서 운영을 맡은 L씨가 15%를 투자했다. 이왕 자금을 모은 김에 매장 위치도 명동의 사무실 밀집 지역으로 잡았다. 고깃집 중에서는 A급 입지인 셈. L씨를 비롯한 7명의 투자자는 운영과 투자금, 지분을 표기한 ‘공동투자약정서’를 썼고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통해 점포 운영 성과와 직원관리 상황, 점포 현황 등에 대해 논의한다. 실평수 120평인 점포의 월 매출액은 1억5000만원 정도 된다. 이중 순수입은 3700만원. 공동창업 형태이기 때문에 이씨는 순수입에서 자신의 지분인 15%만큼 갖는다.

성공적인 동업의 길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동업의 성패 여부는 신뢰성의 확보 여부에서 갈린다. 신뢰는 무엇으로 담보할 수 있는가?  이것은 문서화와 대화이다. 투자비율, 이익배분율, 업무분담율, 기타 모든 사소한 것까지 문서화해 놓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서에 규정된 것을 근거로 대화를 하여 풀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는 동업자를 찾은 후의 일이고 과연 동업자는 어떤 사람으로 해야 하는가? 동업의 성패 여부는 어떤 사람을 파트너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음의 조건을 만족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1) 말이 간명하고 행동이 바른 사람이어야 한다.
(2) 의리를 중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3)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4) 한번 내세운 조건을 변경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5)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겸손해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6) 자신의 고집만 앞세우며 우기지 않고 상대방의 말이 더 현명하다면 승복할 줄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을 동업 파트너로 삼는다면 적어도 사업이 일정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동업관계가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제 파트너를 구해서 동업에 착수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1) 한번 믿기로 했다면 의심하지 마라
(2) 주변의 경험에 귀를 기울여라
(3) 각자 할 일을 정확하게 나눠라
(4) 약속은 늘 문서로 만들어라
(5) 미주알 고주알 자주 대화하라
(6) 늘 상대방을 배려하라
(7) 각자 전문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라
(8) 번 돈은 정확하게 나눠라
(9) 유지가 어렵다면 현명하게 갈라서라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창업자가 사돈 간이었던 구씨와 허씨의 LG(지금은 순조롭게 분사함), 태양은 2개 있지만 2인자는 없다는 삼천리그룹, 국내 최장수 동업기업인 김씨와 윤씨의 삼화페인트와 같은 성공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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