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조바심 수요 오래 못 간다”

최근 집값 상승은 일부 지역의 분양지연과 고분양가 논란, 전세 값 상승과 신도시 추가 조성에 따른 개발심리가 겹치면서 무주택자들이 서둘러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 매수에 나서는 이른바 ‘조바심 수요’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최근의 집 값 상승에 놀라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섰다가는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조바심 수요’를 이루는 실수요자들은 집값 상승세를 쫓을 만큼 '총알(자금)'이 충분치 않고, 투기적 가수요도 그동안 마련된 각종 투기억제장치로 인해 예전처럼 가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이르면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수도권 9개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서기 때문에 지금같은 집값 상승세는 단기 꼭지점을 형성한 뒤 11∼12월 전통적 비수기와 겹쳐 곧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조바심 수요’는 뒷심 약해


지난달 판교신도시, 은평뉴타운, 파주신도시 등에서 연이어 불거진 ‘고분양가 쇼크’로 실수요자들이 늦기 전에 기존 주택이라도 구매하려고 나서면서 최근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추석 전 단기급등한 전셋값 때문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연달아 고분양가 쇼크가 터지면서 비싼 새 집을 분양받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기존 헌 집이라도 빨리 사둬야겠다는 조바심을 유발한 것이다.


서울 강남의 중대형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던 과거 상승패턴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 외곽과 수도권의 중소형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바심 수요는 기본적으로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실수요자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은 자금력이 약하기 때문에 집값이 급등하면 주택구매를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최근 집값이 급등하자 관망세로 돌아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경험에 따르면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실수요 뿐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가 가세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각종 투기억제책으로 투기적 가수요가 거의 따라 붙지 못했다.

곽 전무는 “내년 2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도시기를 저울질하던 2주택자들이 이번 단기급등기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11∼12월은 전통적으로 주택거래가 거의 없는 전형적인 비수기에 해당한다. 이번에는 ‘고분양가 쇼크→조바심 수요 발동→중소형 중심의 이상 급등’이라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주택거래가 한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이상급등 현상이 오래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이르면 내년부터 수도권 신도시 공급 시작


무엇보다 강력한 시장안정장치는 이르면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수도권 9개 신도시에서 전국 1년치 공급물량(50만 가구)에 육박하는 43만 여 가구가 쏟아진다는 점이다.


이르면 내년 인천 검단, 파주, 김포신도시 등 3곳이 분양된다. 이곳 공급물량만 12만7000가구에 달한다. 또 양주 옥정·회천, 송파, 수원 광교, 평택신도시 등도 분양을 예고하고 있고, 이미 분양이 끝난 판교, 화성 동탄신도시는 2∼3년 안에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된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 상반기 분당급 신도시 개발계획을 추가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공급물량은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급물량이 많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다면 시장안정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분양가 인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분양원가 공개를 검토하고 있고 시세의 90% 수준으로 책정되는 채권상한액도 재조정작업이 진행중이다. 용적률을 재조정하거나 도로 전기 상하수도 등 간접시설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 택지조성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가능하다.

따라서 양질의 주택이 충분하게 공급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앞으로 나오는 새 집을 싼 값에 충분히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되살아난다면 지금같은 조바심에 의한 이상급등 현상은 곧 진정될 전망이다.


◆ 저성장 단계…무리한 은행대출 낀 내집마련 경계해야


좀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도 집값 상승의 장기지속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주택의 경우 취득-보유-처분 단계마다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주택 수요를 맞출만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진다면 주택시장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내년 세계경제의 침체가 우려되고 국내 경기도 구조적 저성장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면밀한 자금계획 없이 과도한 은행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제8호)에 따르면 가용소득으로 얼마나 금융부채를 갚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1.36배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1.41배로 높아졌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따른 무리한 대출과 시중은행들의 수익성 위주 영업이 겹치면서 갈수록 은행 빚은 늘어나지만 이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최근 미국 집값도 크게 떨어지는 마당에 저성장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만 집값이 오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은행대출관행 등에 대해 적절히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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