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피플=이남진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격랑 속에 여당인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두 집 살림’에 나설 조짐이다. 14일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 지도부 사퇴를 두고,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대립각을 세우며 회의체가 따로 열리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친박계의 이정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내각 안정과 상관없이 12월20일경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되면 물러나겠다고 했다가 날짜를 제시하며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는 내년 1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재창당 수준의 개편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로드맵’을 재차 강조했다. 자신은 그 사이 “모든 오물을 뒤집어쓸 각오를 하고 있다”며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같은 당 투톱인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계 진영은 이와는 별도로 회의체를 운영하면서 지도부 사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정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질서있는 국정 위기 수습에 머리를 맞대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내 초선·재선·3선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사태 수습책을 논의했다. 특히 당내 비주류 세력은 비상시국회의를 ‘비상시국준비위원회’로 바꿔 향후 4선 이상의 주요 인사와 시·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대표자 회의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전날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지도부의 ‘조기 전당대회’ 방안에 대해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평가절하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나설 것임을 다시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새누리당)도 이날 비상시국회의 내용과 관련, “우리는 지도부 사퇴를 넘어 당이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렇게 정리를 했다”며 “새누리당은 해체 수순을 밟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지도부는 어떻게 보면 민심과는 상관없는 청와대의 마음만 살폈다”며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