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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호]<현장르포> 새벽을 여는 꽃시장 사람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그렇게 뛰었나보다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꽃은 우리를 뇌쇄시키려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그것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몸짓이라고 말이다. 양재 꽃시장은 사람들의 생존에 대한 치열함이 붉은 꽃처럼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는 장소였다.

    임보연 기자/ 사진 양호운 사진부장

    나른한 기분으로 스르르 잠에 빠져본 기억이 최근 들어서는 거의 없다. 불면증이라는 단어는 무수한 밤과 고민과 추억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밤들은 달콤한 향기처럼 유혹적이다. 꽃향기가 날아드는 봄밤에도, 장마 비로 흙냄새 가득하여 차분해지는 여름밤에도, 수분들이 몽땅 증발해버린 것만 같은 건조한 가을밤에도 그리고 까만 하늘이 더욱 깊고 투명한 겨울밤에도. 그 밤이 선사하는 기분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은 불면증이 주는 선물이었다. 밤이라는 시간, 그 시간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마도 혼자만이 깨어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가 불면증으로 밤을 지새우는 동안에도 새벽을 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삶이 나태로워지거나 의욕이 사라져 버렸을 때, 기자는 새벽시장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곳에는 잠의 여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활기가 가득하여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들에게 활력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삼투압 현상이 작용하여 밀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을 하듯 그들의 활력이 당신들에게 옮겨올 것이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 기자가 찾은 곳은 양재 꽃시장이다. 이 곳에는 전국각지에서 꽃을 사기 위하여 몰려드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경매와 흥정이 계속되는 활기참이 계속되는 곳이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양재동 화훼 공판장으로 농산물유통공사가 운영하는 꽃 관련 공영도매시장인 것이다. 그래서 수도권의 화훼류 유통 체계 확립을 통해 공정거래를 유도하겠다는 그리고 농가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며 화훼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수출산업 육성을 목표로 농산물유통공사가 1991년 개장하여 운영하고 있는 공영도매시장인 것이다.
    양재 꽃시장을 찾은 날, 하필이면 비가 내렸다. 며칠동안의 무더위가 그 비에 씻겨가고 있었다. 바깥에 놓여져 있는 꽃들은 빗방울이 영글어 있었다. 어딜 가든 꽃이 있고 어딜 가든 꽃향기가 났다.

    꽃시장에서 시작한 하루, 경매장의 활기찬 기운을 느끼다
    꽃시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경이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출근준비로 한참 정신없을 시간이었지만, 꽃시장의 사람들은 이미 한창 활동을 하고 있는 시간이었던 듯하다. 경매현장을 보기 위하여 알아보니 절화 경매의 경우는 이미 새벽 1시에 시작하여 마감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전 8시 30분에 난류의 경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8시 즈음 되니 이미 경매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전국의 도매상인들이 싱싱하고 예쁜 꽃을 가져가기 위해서 경매장을 찾으며 부모나 형제의 대를 이어서 꽃 도매상을 하는 경우들이 많아 나이 어린 사람들 역시 적지 않기 때문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모인 사람들의 수가 적다. 그곳에서 경매 총괄 담당인 박승동 씨를 만나보았다. 그는 목요일 장의 경우는 규모가 좀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후임자에게 맡기고 뒤에서 살펴보고 있는 중이며(기자가 찾은 날은 월요일이었다), 장이 큰 월요일의 경우 현장 경매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날은 다른 날에 비해 장이 작은 편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7~80명의 사람들이 모이며 월요일의 경우는 13~140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날은 비도 오고 휴가철이고 하니 아무래도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씁쓸해한다. 특히나 꽃은 경기에 예민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기에는 소비가 많지 않다고 했다. 이런 날은 유찰이 많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약간의 걱정을 내비쳤다. 얼추 경매장에 모일 사람들이 다 모이고 나자, 경매가 시작되려는 움직임이다. 그들의 모습은 차분해 보이지만, 눈동자와 머릿속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경매 시작 전, 도매상인의 말을 들어보고 싶어서 장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양재 꽃시장 내에서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현경 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녀는 기자의 물음에 차분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경매에서 꽃을 낙찰 받으면 바로 옆의 자신의 매장으로 옮겨가서 그곳에서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얘기가 한창 진행되던 중 경매를 시작한다는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현경 씨는 그 소리에 이야기를 멈추고 경매에 집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이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전광판을 향해 집중되었다. 숫자 입력판이 각 책상마다 있어서 TV에서 보던 다른 경매장들처럼 수화를 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경매가 시작되고 상황을 살펴보니 경매 총괄 매니저의 처음 우려와는 달리 유찰이 많지 않았다.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 의외로 경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광경에 박승동 씨의 기분이 꽤 좋아보였다. 노란 꽃이 한창인 대국이 경매에 올랐다. 박승동 씨는 그 꽃을 보더니 이번에는 유찰이겠군. 이라며 한마디 툭 내뱉는다. 그의 말대로 이번 순서에서 대국은 유찰되었다.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니 씨익 웃으며 한마디 한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경매를 진행하다 보니 대충의 결과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유찰이 예견되었던 그 꽃은 더위에 약한 꽃이라고 한다. 유찰이 되면 그 꽃은 다시 농가로 돌려보내지게 된다. 경매장에 모이는 꽃들은 전국의 농가에서 직접 출하한다고 했다. 생산자가 출하한 절화류, 난류, 관엽류 등 410여 종의 품목을 경매사 주관 하에 검수하고 경매하고 있다. 꽃시장 자체가 농수산물유통공사(공기업)이기에 무엇보다 농민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에 게을리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경매장의 흐름이 생소한 기자에게 그곳은 활기가 넘치는 재미난 장소였다. 경매인의 “헤야~”라는 경쾌한 여흥구와 함께 진행되는 경매 상황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으며 이것저것 궁금증들이 밀려왔다. 전광판을 보는 요령을 몰라서 박승동 씨에게 묻기도 하였으며 꽃을 보면서 유찰인지 낙찰인지 점찍어보기도 하였다. 데이트족들이 찾아와도 손색없을 장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영화<키다리 아저씨>에서 남녀주인공이 새벽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가 이곳이다. 연인과 함께 혹은 가족과 함께 새벽의 기운을 느끼면서 예쁜 꽃들과 함께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인 듯싶다.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 꽃보다 아름다웠던
    화훼공판장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문숙영 씨를 만나서 꽃시장에 대강의 설명을 듣고 나서 매장을 찾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는 꽃이 경조사용으로만 사용되었던 것이 현재는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사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꽃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9월에 계획하고 있는 생활 꽃꽂이 강좌를 예로 들었다. 강습비는 무료로 진행되며 재료비를 개인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점차 꽃이 생활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이들의 노력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화훼공판장에는 4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으며 당일에 입하된 신선하고 품질 좋은 꽃을 만나볼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장소일 것이다.
    경매가 이루어졌던 건물을 나서니 여전히 여름비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더 운치 있기도 하였지만 맑은 날의 꽃시장은 어떤 느낌일까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매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에‘오 해피데이’라는 예쁜 가게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곳은 조화만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손님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 한산함에도 일하는 직원들은 항상 예쁜 것 보면서 일하니 좋다는 말을 한다. 역시 예쁜 꽃은 사람의 마음도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것인가 보다. 살아있는 꽃을 보기 위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절화 매장의 경우는 새벽 한시에 경매가 끝났기 때문에 입하된 꽃들의 정리가 이미 끝난 상태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꽃꽂이용 꽃을 사기 위한 사람들이며 소매상을 하는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다. 통로를 지나다 보니 노부부가 앉아서 꽃을 손질하고 장부를 정리하고 화분을 장식할 리본을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지농원의 녹색의 식물들 사이에서 언뜻 보이는 노부부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승화원이라는 꽃집에서는 손님과의 흥정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원래 사려는 사람은 조금 더 싸게 많은 물건을 가져가기 위하여 노력하고 파는 사람은 좀 더 비싼 가격으로 팔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보니 항상 흥정은 있기 마련이다. 원래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들하지 않았던가.

    나오는 길에 느끼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가장한 허둥지둥 시간을 보냈더니 다른 날보다 시간의 밀도가 꽤나 높아졌다. 활동량을 보면 초저녁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점심시간도 채 미치지 못했다. 그 곳의 사람들은 매일을 이러한 사이클로 살아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하다. 내가 잠들어 있는 시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사람들은 움직이고 있으며 삶을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새벽 꽃시장을 보고 나오는 길에 동행 취재한 사진기자의 말이 자신의 집에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항상 가까이에 두고 볼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사람들이 가끔씩 시간이 날 때 꽃시장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온전히 그 넓은 장소가 당신 가슴속의 정원이 되어줄 것이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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