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시선으로 휴머니즘을 말하다

한 장, 한 장 마음에서 잊혀 지지 않는 사진이 있다.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지구상에서 돌보아지지 않는 사람들의 생활을 비판적인 시각과 단호한 마음으로 탐험한다. 이 지구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빈곤과 갈등, 전쟁과 난민, 그리고 노동자들의 모습을 휴머니즘적 시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신성아 기자

세바스티앙 살가도는‘사진은 현실이 집적된 세계를 수천편의 글이나 말보다 더 잘 보여주는, 통역이나 번역이 필요 없는 보편적인 언어’라고 했다. 우리는 사진을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눈이 아닌 마음으로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단순히 측은한 감정만을 느낀다면 사람들에게 이것을 보여주는 방법에 있어서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그는 또한 말하고 있다. 난민수용소의 황량한 풍경 속에서 내비치는 아침 햇살과 너무 말라버린 아이들의 맑은 눈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연민이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큐사진의 거장 세바스티앙 살가도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추앙받는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이 7월 8일부터 9월 3일까지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인본주의에 입각한 살가도의 사진은 보도와 기록이라는 다큐멘터리 본질을 넘어서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휴머니즘 사진가로 평가 받고 있다. 1944년 브라질에서 태어난 살가도는 사웅 파울로 대학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한 뒤 우익 군사정권에 반대하다 프랑스로 망명을 하여 이곳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커피 재배 현황 조사차 아프리카에 방문한 살가도는 극심한 가뭄과 기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고 이 참상을 경제학 보고서가 아닌 사진으로 세상에 알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리하여 경제학 박사에서 사진으로 인생의 방향을 전환한 그는 1979년 매그넘 사진의 회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번 전시는 살가도가 1977년부터 2001년까지 24년간 찍은 방대한 분량의 사진 중에서 회고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오리지널 프린트로 총 173점을 선보인다. <라틴 아메리카>, <이민. 난민. 망명자>, <노동자>, <기아. 의료>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살가도가 직접 사인한 최고 중의 최고만으로 엄선 된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한국의 많은 관람객들에게 더한 감동을 주고 있으며, 현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정한 전형과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4개의 섹션
살가도는 70년대 중반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고 첫 번째 프로젝트의 주제로 자신의 고향인 <라틴 아메리카>를 선택하였다. 부유한 북아메리카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육체노동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디언 농부들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7년 동안 중남미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가난과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금욕적이고, 위엄 있고, 힘이 넘치는 그들을 사진에 담았다. 섬유질 중심에 물을 저장함으로서 가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시 많은 선인장, 그 등 뒤로 빛을 떨 구는 거룩한 아침, 날개달린 하얀 천사 옷을 입고 첫 번째 성찬식에 참가할 준비가 되어있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소녀들의 꼭 다문 입술 등 살가도는 이렇게 단순하고 황량한 풍경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묵묵히 이야기 하고자 한다. 두 번째 주제인 <노동자>시리즈는 150년 전 영국에서 시작 된 산업혁명이 끝나게 되고, 전형적인 육체노동자들은 사리지게 될 것이므로 그 전에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진흙 속에서 일하고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탕수수 농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거대한 배를 만들고 있는 노동자 등은 사라져가는 다양한 육체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사진들을 통해 육체노동의 신성함과 원초적 삶의 건강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문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과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 <이민, 난민, 망명자> 시리즈는 20세기는 전쟁과 피난의 세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러 갈등 속에서 피난민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민, 난민, 망명자들이 생겨난 여러 참상을 보여준다. 분쟁이 가득한 아프가니스탄의 폐허가 된 도시에서 한 쪽 발을 막대기에 의지한 채 걸어가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통하여 전쟁의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베나코 탄자니아 캠프의 아침을 찍은 사진을 보면 슬픔에 쌓인 캠프의 모습이 아침 햇살에 비춰져 아름다운 희망이 샘솟는 모습으로 느끼게 한다. 살가도의 사진은 예술도 인간의 비극을 기록하는 것도 아닌, 단지 최악의 조건에서 끊임없이 투쟁하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휴머니즘 그 자체인 것이다. <기아, 의료>는 사헬의 기아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참혹한 상황을 다루어, 그곳에서 살가도는 국경없는 의사회 회원들과 더불어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나 내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를 촬영하여 책으로 출간하였다. 식량과 식수의 부족, 청결하지 못한 위생 상태, 가벼운 전염병이나 질병 등 아프리카의 생활을 몸소 겪으며 그 모습을 촬영한 살가도의 사진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기아, 질병으로부터 고통 받는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있다. 풀 한 포기 찾아 볼 수 없는 황량한 모래벌판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지나가는 한 아이는 손에 쥔 마른 나뭇가지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야위어 있다. 전쟁이나 질병이 아니라 단지 굶주림만으로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의 몸은 앙상하지만 눈망울만은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김영섭 사진 화랑이 살가도 한국전을 준비하며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을 한국에서 최초로 기획, 전시한 김영섭 사진화랑은 한국사진을 적극적으로 해외로 수출, 소개하며, 또한 해외의 우수한 사진가들을 한국에 유치, 소개함으로서 명실상부한 국제사진갤러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영섭 사진 화랑의 최유진 디렉터를 인사동의 유진홀에서 만나 또 다른 사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이번 사진전에 대해 국내의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진가와 이 전시가 가지는 의의해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
살가도는 경영학 박사이면서 살아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중 최고이다. 사헬이라는 지역을 가장 많이 알린 분이고,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시리즈를 통해서 보여주며, 예술적 끼와 특히 빛을 다룰 줄 아는 작가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살가도의 사진전이 이뤄졌다. 가장 큰 의의는 네 가지 섹션 모두 이질적이지만, 고립된 곳에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 노동자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냉혹함과 소외된 계층의 생활은 우리 주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살가도의 사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의 사진은 피사체가 아닌 적대감이 없는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었다. 노동자 섹션에서는 인간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이다. 동등한 입장에서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사랑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하는 그의 사진은 카메라 앞에 벌어지는 인간들의 삶을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보고 있다. 살가도는 작가란 자신보다 다른 이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야 함을 사진을 통해 호소한다. 우리는 인간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또 한 번의 본질적인 질문은 바로 살가도의 사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 4가지의 섹션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주제나 사진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브라질 금광에서 천 한 조각만을 몸에 두르고 금을 캐기 위해서 모여 든 노동자들과 난민들의 피난처에서 그려지는 여러 이미지들이 기억에 남는다.

살가도의 사진 속에서 말하는 언어는 무엇인가?
갤러리에서는‘아트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 수많은 개인 콜렉터들은 참혹하지만 또는 비참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작품 중(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그리고 빛과 어둠의 강렬한 콘트라스트가 두드러지는 그 흑백 톤의 매력에 빠지곤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년에 순수아티스트 전시회를 열려고 한다. 파인아트가 무엇인지. 외국의 초현실주의의 사상을 담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보여줄 생각이다. 예술의 힘은 대단하다. 그리고 그러한 예술을 만들어내는 작가는 이 세계의 보배인 것이다. 그러므로 힘들고 외로운 길이지만,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휴머니즘에 바탕 한 이번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전은 완벽한 미학적 구도 속에서 현대적 삶의 모습을 진실하게 기록하고 있는 그의 20여년에 걸친 사진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이다. 오리지널 작품을 보여준다는 의의를 넘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인류애라는 보편적 감성을 불러일으켜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촉구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사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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