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추석 연휴는 극장가의 최대 대목이다. 더욱이 올 추석에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선보여 치열한 각축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19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이명세 감독의 영화 <형사 DUELIST>는 한국영화의 스타일 영화를 선보이며, 조선느와르라는 새로운 장르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영화는 여형사와 신비로운 자객, 그리고 베테랑 형사 셋이 펼치는 대결과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담고 있다.

신성아 기자

조정의 어지러움을 틈타 가짜 돈이 유통된다. 좌포청의 노련한 안포교(안성기)와 물불 안 가리는 의욕적인 신참 남순(하지원)은 파트너를 이뤄 가짜 돈의 출처를 쫓는다. 범인을 잡기 위한 필사의 노력으로 용의자 병판 대감과 그의 오른팔 슬픈눈(강동원)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점점 남순이 찾으려는 대상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사랑이란 감정을 갖게 된 조선 최고의 여형사 남순과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선물을 전해주게 된 신비로운 자객 슬픈눈의 숙명적인 대결은 피할 수 없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갈등에서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절하다. 영화 ‘형사 DUELIST’의 키워드는 대결이다. 쌍비단도를 든 형사 남순과 장검을 손에 쥔 자객 슬픈눈, 이 두 인물은 액션부터 극도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강하고 동적인 액션의 남순과 우아하고 정적인 액션의 슬픈눈의 대비는 대결의 정점을 높이고 격조 있게 다듬어진 액션 스타일을 선사한다. 숙명적인 대결에서 숙명적인 사랑이 싹트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결은 사랑이다. 남순과 슬픈눈은 눈부신 대결 속에서 사랑의 감정에 젖어 들고, 오랫동안 기억될 첫사랑의 추억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에서 갈등하고, 아플수록 대결은 심장을 뚫어버린 사랑으로 다가온다. 잡아야 하지만 잡을 수 없는 사람,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사람. 사랑을 죽여야 하는 마음과, 마음이 죽더라도 사랑해야 하는 마음이 그들을 헤집어 놓고 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본 모든 사람들은 격렬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냉혹한 킬러와 그를 뒤쫓는 형사와의 결투 신을 기억할 것이다. 흙탕물의 튀기며 주고받는 주먹의 움직임이 섬세한 이 장면에서 거친 대결이지만, 꽉 찬 화면에서 폭력성을 느끼는 관객은 없었다.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에 순간을 잡는 이명세 스타일의 미학은 이번 ‘형사 DUELIST’에서도 장면 하나 하나의 모든 순간을 영원이란 상자에 담고 있다. 액션장르를 선택하면서 육체의 액션이라기보다는 감정의 액션을 담고 싶었다고 이명세 감독은 이야기한다. 육체의 액션에서 감정의 액션으로의 자연스러운 연결이기도 한 이러한 장치는 남순(하지원)과 슬픈눈(강동원)의 격렬한 대결을 마치 애무처럼, 함께 춤추는 댄서처럼 아름답고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순과 슬픈눈이 서로를 겨냥하여 칼과 칼을 휘두르는 그 순간에도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들의 몸을 통해 관객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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