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통신원  김 미 정

스웨덴은 의외로 대중음악 전통이 강한 나라다. 우리에게는ABBA가 스웨덴 팝하면 떠오르는 유일한 그룹일지도 모르겠지만 영국 다음으로 미국으로 음악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님을 감안할 때 조금은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는 ABBA 다음으로 Roxette, Ace of Base, Cardigans등이 90년대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스웨덴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 않나 싶다. 요즘에는 The Hives를 선두로 약 10여 개의 록밴드가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풍성하고 다양한 음악적 풍토를 거름 삼아 스웨덴에는 여름 내내 음악축제가 끊이질 않는다. 그 중의 하나로 지난 7월 19일부터 23일까지 제22회 스톡홀름 재즈 페스티벌이 후헵홀름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스톡홀름 재즈 페스티벌 사상 처음으로 매진을 기록했으니 성대하다고 할 만하다. 비록 7월 19일 단 하루 매진이었지만.
7월 19일, 아침 내내 비가 내리며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됐다. 이미 표를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야외 공연이라 조금은 망설이며 버스를 탔다. 사실 스웨덴에서 비가 오는 것쯤은 -맑은 날이 손꼽을 정도이니- 아무 일 아니지만 아직 적응이 덜 됐나 보다. 섬들의 정원, 스톡홀름의 수많은 섬들 중 하나인 후헵홀름으로 가는 도중 다행이 비는 멎었다. 중앙에 거대한 야외무대가 있고 그 주변을 빙 둘러 간단한 음식을 파는 임시 간이식당들이 둘러져 있다. 일찍 도착한 약 2천여 명의 사람들은 무대를 중심으로 이곳저곳에 흩어져 재즈 선율에 몸을 움직이며, 와인 잔을 기울이며 여유로운 모습이다. 공연은 저녁 5시에 시작되어 총 7개 팀이 릴레이식으로 공연을 했다. 공연 내내 꾸준히 모여든 사람들이 저녁 10시 30분이 되자 드디어 9천명 정원을 꽉 채웠다. 이유인 즉, Lauryn Hill! 그녀가 왔다. 전설적인 힙합그룹 퓨지즈의 전 멤버이자 98년 데뷔 앨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으로이 시대 최고 디바의 자리에 우뚝 선 그녀가 온 것이다. Lauryn Hill은 유럽투어 중이었으며 공연 때마다 지각생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한두 시간은 기본, 런던에서는 5시간 지각 시작으로 얼굴에 샌드위치 세례를 받기도 했단다. 정각 10시 30분 설렘과 기대감으로 그러나 약간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9천명의 팬들이 일제히 Lauryn Hill을 외치기 시작했다. 5분여 후, 드디어 Doo Wop (That Thing)의 강한 비트와 함께 그녀가 무대에 섰다. 작은 체구,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와 소름돋는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9천명의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1시간 30분 후 팬들의 애절한 앵콜 요청에도 불구, 손살같이 무대를 빠져나가는 그녀를 조금은 야속하게 쳐다보며 나는 한여름 밤의 달콤한 꿈에서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쌀쌀한 북구의 밤바람에도 불구하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추스르며..
Thanks Ms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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